20대 초반, 남자친구 집에서 미국 포르노를 처음 보았을 때가 기억난다.
포르노에서 보여지는 자극적인 배경 설정, 현란하고 과감한 행위, 기이한 자세 등이 놀랍기도 했지만 사실 내 마음 속의 진정한 질문은 바로 이것이었다.
“헐~ 남자 거시기 사이즈 왜 저렇게 커? 저거..진짜야?”
설마 포르노에 CG를 입힌 건 아닐 테고, 분장을 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아무리 서양 남자들이 평균적으로 체구가 좋다고 하더라도 저건 좀 심하다 싶을 정도의 크기였다. 역시 코가 큰 사람이 그것도 크다는 속설이 맞는 얘긴가? 하는 귀여운 생각은 했지, 그때까지 내가 본 페니스가 그래 봤자 몇 개 안되고, 내가 본 사이즈는 모두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생각까지 못했던 난 참으로 순진했나 보다. 아니, 어쩌면 순진했다기보다 그때부터 남자들의 ‘그것의 크기’에 대한 호기심을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두었을지도 모른다.
흥미롭게도 한 웹사이트는 각 나라별 남성 생식기 평균 크기를 세계 지도로 공개한 적이 있었다.
색깔 별로 각 나라별 남성들의 생식기 평균 크기를 나타낸 이 세계 지도는, 생식기 평균 크기가 9.66-11.67cm 사이인 나라는 빨간색, 11.67-13.48cm 사이는 분홍색, 13.48-14.88cm는 노란색, 14.88-16.10cm는 연두색, 16.10-17.93cm는 진한 초록색으로 표시했다.
이 지도에 따르면 중국 남성의 생식기 평균 크기는 10.89cm, 일본은 10.92cm였으며, 우리나라와 북한은 모두 9.66cm로 빨간색으로 표시됐다. 젠장..
얼마나 정확한 통계 자료인지는 모르겠으나, 괜히 아쉽다.
그 와중에 내 손바닥을 펼쳐 대충 사이즈를 짐작해보며, 이 사이즈들이 발기 전일까 발기 후일까를 예측해 보는 나의 모습.
반면 콩고는 7.1인치(약 17.93cm), 에콰도르 6.9인치(17.77cm), 가나 6.7인치(17.31cm), 콜롬비아 6.7인치(17.03cm), 베네수엘라 6.7인치(17.03cm) 등으로 상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혹시나 콩고, 에콰도르, 콜롬비아로 여행을 간다면 현지 남자들의 ‘사이즈’ 를 힐끗힐끗
쳐다보게 되지는 않을까.
이 세계지도를 보기 전인 2008년도. 하고 있던 일도 염증 나고, 남자친구와도 헤어진 상태. 나는 무언가 신선한 자극이 필요했고, 인생 처음으로 혼자 외국 여행을 떠났다.
장소는 싱가포르. 싱가포르에 갔다면 꼭 가야 한다는 센토사 섬에서 시간을 보내던 3일째,
한 남자가 다가와 영어로 말을 걸었다.
(내용의 원활한 흐름을 위해 한국어로 쓰겠다)
남자 : 안녕? 만나서 반가워. 어디서 왔니?
나 : (놀랐지만 당황하지 않고 쿨한 척) 어…엇..안녕. 나도 반가워. 난 한국에서 왔어.
남자 : 난 터키에서 왔어. 난 케밥이라고 해. 넌 이름이 뭐야?
나 : 난 김밥.
남자 : 혼자 여행 왔니?
나 : 응.
남자 : 응. 난 요리사인데 싱가포르 음식 경험하러 왔어.
나 : 아~ 그렇구나. (A-Ha만 연발하는 나)
남자 : 너 묵고 있는 호텔은 어디야?
나: 엄…OO호텔.
남자 : OMG. 내가 묵고 있는 호텔 바로 옆이야!! 정말 가깝다.
이따 저녁 같이 안 먹을래?
나: 저..저녁?
남자 : 응. 같이 스시 먹으러 가자
나 : 엄..글쎄..생각해봐야 될 것 같은데(속으로 싱가포르 음식 경험하러 왔다더니 왠 스시..?)
Mr.케밥은 3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터키남자이고, 키는 크기 않았지만 수염이 멋있게 난
남성적인 외모였다. 어째든 Mr.케밥의 적극성과 내 영어 스피킹의 한계로, 저녁 약속을 잡게 되었다. 약속 시간이 되어 호텔 앞으로 데리러 온 Mr.케밥은 나를 모던한 스시 레스토랑에 데려갔고 우리는 스시 몇 점으로 허기를 채우고 맥주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더니 Mr.케밥이 자신의 호텔 룸에 가서 칵테일을 한잔 하자고 한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 외국인은 훨씬 개방적이라는데 이상한 변태짓 하는 건 아닐까.
- 아님 이상한 냄새 같은 게 나는 건 아닐까.
- 성병에 걸리는 건 아닐까
속으로 별의 별 생각을 다했지만, 사실 내가 가장 두려웠던 것은 그때 포르노에서 봤던 외국 남자의 어마어마한 사이즈였다.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인간의 호기심은 어찌나 강렬한지. 어쩌면 나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에라이~ 모르겠다. 다 경험이지 뭐’라고 상황을 합리화하며, 그가 묵고 있는 호텔로 함께 갔다.
Mr. 케밥은 자신의 노트북을 열어 부드럽고 리드미컬한 R&B 음악을 먼저 틀며
“내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야" 라고 말했다. 그리곤 자기가 직접 칵테일을 만들어주겠다고 말했고, 난 혹시나 뭐 이상한 걸 타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칵테일을 만드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대체 무슨 감미로운 칵테일을 만들어주려나.. 궁금해 하고 있는데 그가 쭈그려 앉아 캐리어 가방에서 주섬주섬 꺼내는 건 앱솔루트 보드카와 망고 주스. 난 속으로 ‘아놔….’ 했지만, 보드카 병을 들어 보이곤 해맑게 웃는 Mr. 케밥..
호텔 방에 적당한 의자가 없어 우리는 침대에 걸터 앉았고, Mr. 케밥의 칵테일을 함께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Mr. 케밥의 눈빛은 점점 끈적끈적해지고 그의 입술이 자연스럽게 내 입술에 포개어졌다.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서 나는 그에게 몸을 맡겼다.
과정이 자세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확실한 건 그의 페니스가 내가 이제껏 본 것 중에 가장 크다는 것이다. 위의 세계지도에 따르면 터키는 아시아에 속하고 그래서 나는 포르노에서 본 압도적인 크기의 페니스를 경험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 이후로도 나는 그 정도로 큰 사이즈의 페니스를 본 적은 없다.
그 때 섹스가 짜릿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는 이유가 외국이라는 자유분방함 때문이었는지, 세련된 R&B 음악 때문이었는지, 그 칵테일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정말 Mr.케밥의 ‘대물’ 때문이었는지, 아직도 난 잘 모르겠다.
해외 유학을 가서 남자친구를 사귀거나, 국내에서는 외국인 강사와 교제한다던가,
홍대나 이태원 클럽에서 만나 외국인과 섹스를 경험해 본 주변인들에게 물어보았다.
사이즈가 확실히 다르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이즈’란 경험 속 상대적인 기준 아니던가. 그 밖에도 ‘사이즈’보다 테크닉, 애무, 체력, 매너, 분위기, 여자에 대한 배려가 더 중요하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러다 보니 테크닉, 애무, 체력, 매너 등과 같은 여러 가지 변수를 배제하고, 동물적인 실험을 하지 않는 이상 ‘사이즈’와 쾌감의 상관관계는 알 도리가 없다.
나라 별 남자들의 평균 크기까지 세계 지도로 만들어지는 시대에,
남자의 페니스 크기.
그것은 정말 얼마나 중요한 것일까.
우리는 왜 이렇게 크기에 집착하는 것일까.
한 친구A의 남자친구는 여자의 검지손가락 1.5개 정도의 크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게 평균치에서 얼마나 작은 편인지는 모르겠으나 대충 짐작해봐도 작은 편이긴 하다.
A는 남자친구를 사랑했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보통 때는 자신만만하고 유쾌하던 남자친구가 관계를 가질 때마다 소심남이 된다는 것이다.
스스로 심리적 불안이 따르니, 자신감이 결여돼서 발기도 잘 안될뿐더러 사정도 잘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A는 스스로가 관계에 있어 섹스는 그렇게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결국에는 단지 그 이유만으로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또 다른 친구 B는 경력이 꽤 쌓인 패션 모델. 그녀는 우연한 술자리에서 우리나라 남자 배우이자, 탑 스타 H와 만나게 되었다. 몸이 좋은 걸로 유명한 그 남자배우와 잠자리까지 하게 된 상황이 왔는데 B는 깜짝 놀랐다고 한다.
“야야. 말도 마. 몸이 근육이면 뭐하니. 완전 뱀이야 뱀.”
길고 가늘다는 얘기다.
다부진 체격과 근육, 매체를 통한 H의 이미지에 잔뜩 기대했던 B는 그의 크기에 아주 실망했고, 관계를 가질 때도 전혀 좋지가 않더라고 말을 했다. 당시 그 얘기를 듣던 4명의 여자들 모두 “어우~ 딱 싫어!!”라며 질색했던 모습들이 기억난다.
20대 중반까지만 해도 남자 페니스의 크기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심지어 사이즈가 좀 크다 싶은 남자들은 아프기만 할 뿐 좋은지 몰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경험도 많아지고 내 몸도 성숙해지면서
섹스가 사랑을 나누고 감정을 유착시키는 행위이기도 하지만 오직 육체적 쾌락과 재미를 주는 행위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때부터 난 ‘다름(Different)’을 의식하게 되었다.
경험의 다름, 스킬의 다름, 자세의 다름. 그리고 ‘크기’의 다름을.
그러다 보니 ‘큰 게 좋긴 좋더라’는 의미가 무슨 말인지도 슬슬 이해가 되기 시작하더란 말이다. 왜 큰 게 좋으냐고 정확하기 대답할 방법은 없지만, 그 동안의 경험 중에서 상대적으로 비교하여 ‘큰’ 페니스와의 섹스는 확실히 무언가 가득 차는 느낌이 들고, 공격적이며, 남성적인 느낌이 분명 있었다.
우리나라 고대사가 기록되어 있는 다양한 신화와 설화에 따르면,
신라 지증왕의 성기의 길이(45cm)와 음경이 너무 커서 그에 맞는 신부감을 찾기 어려웠다고 한다. 신하들이 신부감을 찾아 각 지방을 돌아다닌 끝에 키가 2m가 넘는 여인을 구해 결혼할 수 있었으며, 그녀가 법흥왕의 어머니 연제부인 박씨라고 기록되어 있다. 정말 지증왕의 성기의 길이가 45cm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증왕이 중앙집권적 체제를 기반으로 왕권을 강화하여 신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왕이기 때문에, 강력했던 왕의 권력을 상징하기 위해 이렇게 성기의 크기를 과장했다라고 분석하는 견해가 대부분이다. 그때도 남성의 페니스 크기로 힘과 권력을 표현하였던 것을 보면 페니스 크기에 대한 인류의 갈망을 변함이 없는 듯 하다. 좀더 정확히 말한다면, 남성의 권력과 힘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어쩌면 우리는 물리적인 쾌감보다. 페니스가 상징하는 힘과 권력을 여전히 갈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간적인 본성과 종족번식의 개념에서 얘기한다면, 강하고 힘있는 DNA를 받고자 하는 무의식 속 본능이 여자들로 하여금 대물(大物)을 원하게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여자들은 페니스의 크기가 주는 물리적인 쾌감보다, 그것이 상징하는 남자의 ‘힘’과 ‘권력’에 대한 매력에 끌리는 것일까.
그러고 보니, 내 생애 가장 황홀하고 만족스러웠던 섹스의 공통점은 페니스의 ‘크기’가
분명히 아니다. 충분조건이긴 했으나, 필요조건은 아니었다. 분위기나 음악과 같은 환경 이외에도 상대방과의 감정적 밀착과 궁합, 그리고 나 스스로의 흥분감과 정신적 자유로움까지. 요소들이 너무 많다.
나의 경험에 비추어 곰곰이 생각해보니, 필요조건 중에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페니스의 자신감과 배려. 그의 페니스가 크던 작던, 남자답게 때론 부드럽게 상대방을 배려하며 리드하는 그 ‘멋’은 당해낼 재간이 없다.
아마도 남성의 권력과 힘은 이제 자신감과 배려로 대체된 듯 하다. 라지 사이즈로도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한 경우가 부지기수였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작은 페니스를 가진 남자들이 사우나에서 당당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남녀가 평등한 21세기인 지금, 현대 여성에게 있어 사회적 권력과 힘은 더 이상 큰 유혹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시대는 흘렀고, 남자들에 대한 여자들의 니즈는 바뀌고 있다. 물론 섹스의 필요조건은 여자의 취향마다 다른 것은 기본 명제로 두고 말이다.
남성의 대물(大物).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나, 그게 또 전부라고 할 수 없는 그것.
솔직히 나도 작은 거보단 큰 게 좋다.
가슴 큰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들의 본능은 비웃어버리는 모순 덩어리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크기’는 중요하지 않은 척 위선을 떨 필요까지는 없지만 그렇다고 거기에 집착을 할 필요도 없다. 세상 모든 여자가 가슴이 크거나, 세상 모든 남자들의 페니스가 클 수 없다면
그것을 통해 얻고자 하는 욕망과 취향을 채우면 그만이다.
이제 페니스의 크기보다 페니스의 크기가 상징하는,
그 자신감과 배려있는 진정한 대물(大物)을 찾으러 여행을 떠나야 할 때는 아닐까.
세상은 넓고 페니스는 많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