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실현을 바라보다.
2016년 9월 12일 월요일 세시
로마를 여행하다보면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비문이나, 거리 조각상 아래의 받침대, 동전, 하물며 멘홀뚜껑에도 SPQR이라고 새겨져 있다.
SPQR( Senatus Populusque Romanus - wiki 백과사전에 감사한다)의 약자로, '로마의 원로원과 로마 시민'을 뜻한다고 한다.
나는 사학자가 아니라 정확한 의미를 알 수는 없으나, SPQR이란 약어를 보면, 당시 고대 로마인 (정확히는 귀족과 시민)은 스스로를 얼마나 자랑스러워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자신의 공화정부에 의해 보호받고 타 민족, 타 도시국가 시민들과 구별되어 존중받고 성장하는 위대한 자신에 대해서 너무나도 자랑스럽고, 자기애를 느끼지 않았을까?
아마도 그들은 매슬로우가 주장하는 "욕구- need"의 단계 중 hierarchy의 맨 위에 자리잡은 자아실현(self-actualization)만이 그들의 욕구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욕구는 동기를 만들어 내고 이를 충족 시키기 위해 그들은 예술과 철학 등 형이상학적인 무언가를 그리도 쏟아냈는지도 모르겠다.
세계를 호령하고,, 수많은 노예들이 그들의 모든 욕구를 위해 봉사하는 그들에게, 아마도 더이상의 배고픔 따위 생리적 욕구나, 침범당할 것 같은 두려움에 떠는 안전의 욕구나 이미 로마 선민으로서 지위를 부여 받은 바 어떤 곳에 소속되고 싶다는 사회적 욕구가 결핍되어 있겠는가? 로마인 그 누가 스스로를 중요하지 않다고 느끼며 (존경의 욕구) 살아가겠는가?
그들에게 남아있는 욕구란 아마도 "자아실현욕구(self-actualization needs)로 불리우는 성장, 자신의 잠재 가능성을 실현하려는 즉, 성취감" 뿐일 것이다.
그 많은 욕구(음식, 섹스, 돈, 건강, 친구, 결혼, 가족, 자유 그리고 사회적 지위 등)를 너무도 쉽게 충족시켜 왔던, 고대 로마인들은 행복했을까?
매슬로우가 말한 것처럼 한번 충족된 욕구를 누리고 있다면 거기에 더 이상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며, 삶의 동기(Motivation, 욕구이론을 동기이론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이럴듯 싶다)로 작용하지는 못할 것이다.
자아실현을 통한 성취감...
이것 만큼 사람에게 난제가 있을까? 이것 만큼 사람 개개인 마다 그 능력(인격, 역량을 모두 합친 인간의 모든 정신적 에너지를 나 스스스로는 칭함)의 차이가 큰 것이 있을까?
아마도 많은 로마인들은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을 것 같다.
그들은 hierarcy 하단에 자리 잡은 많은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법을 배우고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기도 전에 타인(혹은 조직)에 의해 자연스럽게 충족되어진 수동적인 사람이, 과연 능동적인 성취감을 얻을 수 있었을까? 게다가 성취감으로 대변될 수 있는 자아실현욕구는 마치 아귀와 같아서, 이루어도 이루어도 그 끝을 알 수 없다고 하니..
고대 로마인은 진정 행복했을까?
요즘의 나는, 우리는 고대 로마인을 닮아 가는 것은 아닐까?
너무도 많은 현인들이, 너무도 많은 매스컴들이,너무도 많은 책들이..
자아실현을 하라고 한다.
나는 묻고 싶다. 그대들은 자아를 실현하셨는지요?
이미 너무 쉽게 他에 의해 충족된 욕구 덕에 욕구를 충족시키는 노력도 방법도 알지 못하는 우리에게
(특히나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 높은 욕구만을 바라보게 하는 것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
아귀의 본성을 지닌 그 "성취감"이란 감상적인 수사어를 과연 우리는 충족시킬 수 있는가?
원초적인 것에 대한 인간의 동기가 너무 쉽게 사라져 버린 지금....
지금은 충족되었지만 언제가 잃을 수도 있는, 우리는 당연한 것이라고 여기는 그 무언가를 새롭게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자유, 돈, 건강, 결혼, 가족 그리고 내 나라...
너무도 높은 욕구만을 추구하는 것을 善으로 여기는 나와 세상을 경계하며...
* "브런치란 공간이 내 자신을 너무 이쁘게 포장하려는 것 같다. 자꾸 자료에 의존하려 든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