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원 더 리프(The Leaf)에서 공연을 감상하다
오후 4시, 식물원 더 리프(The Leaf)에서 피아노 연주와 노래를 감상하며 괜찮은 주말이라는 생각을 했다.
여름까지 다니던 이민센터의 영어 수업에서 더 리프 입장권을 줬다. 내내 잊고 있다가, 곧 2025년이 끝나는 동시에 입장권의 유효기한이 만료된다는 사실을 며칠 전에 깨달았다. 그래서 오늘 친구 엠마, 응하오, 캐나다구스와 함께 더 리프에 갔다.
더 리프는 식물원으로 실내 온실 겸 실내 정원을 합쳐 놓은 시설이다. 야자수가 있고 온도와 습기가 높은 열대 식물 구역, 따뜻하고 건조한 기후의 지중해 식물 구역, 그리고 나비가 날아다니는 버터플라이 가든 이렇게 크게 3개의 구역으로 나눠져 있다.
금일 바깥 온도가 마이너스 20도를 웃도는 오늘, 더 리프의 정원에서 우리는 산책을 하고 수다를 떨었다. 투명한 벽 너머로 보이는 바깥세상은 온통 눈으로 뒤덮여 있는데, 열대우림 사이를 걷고 있는 기분이 참 이상했다. 마치 화성에 건축한 밀폐 온실 속 인간이 된 느낌도 받았다. ‘바이오스피어 2’ 실험도 떠올라 마치 내가 실험자 중 한명이 된 것 같기도 했다.
엠마와 나는 앞서 걸었다. 더 리프의 공간이 선사하는 신비스러운 분위기와는 다르게 우리가 나누는 대화는 시답기 그지없었다. 연못에서 입을 뻐끔거리는 잉어를 보면서 기억력이 3초밖에 안 되어 불쌍하다는 이야기, 몇 달 전 호텔 손님들이 매운 스프를 먹고 얼굴이 붉어져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는 이야기, 영어를 잘못 알아 들어서 ‘굿’이라고 했다가 알고 보니 정반대의 상황이었던 손님과의 대화 등.
우리 넷은 더 리프를 모두 둘러보고 지중해 식물 구역에서 진행되는 재즈풍의 피아노 연주와 노래를 감상했다.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려 퍼지고, 노을빛이 하늘에 잔뜩 번져가고 있었다. 평화로웠다.
* 바이오스피어 2 (Biosphere 2) 실험. 미국 애리조나 사막에 세워진 거대한 돔형 밀폐 온실로, 닫힌 생태계에서 인간이 살 수 있는지 실험하고 연구하기 위해 지어져 총 8명의 사람이 참여해 내부 생태계에 의존해 생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