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서 외로운 일들
함수란 두 변수 x와 y의 대응관계로,
1. 모든 x가 반드시 y를 선택해야 한다.
2. 단, x는 양다리 걸치면 안 된다.
설명하던 내게 한 학생이 말했다.
"함수를 만든 사람이 외로웠나 봐요."
이 일을 다시 이야기하면 그 애는 부끄럽다 말하지만, 글쎄. 등장만 했다 하면 학생들에게 미움받는 함수 입장에서는 꽤나 낭만적일 단상이다. 문득 최인훈의 소설 「광장」 한 페이지가 스친다.
태식의 한마디는 명준의 가슴에서 대뜸 울려오던, 그런 일이 있다. 그 후 그들은 툭하면, 고독해서 그러는 거야, 엉뚱한 데다 그 말을 쓰곤 했는데, 버스 꽁무니를 바싹 따라가는 자전거 선수이든, 로터리에서 교통 정리하는 순경의 경우든, 국산 기관포로 강냉이를 튀기는 아저씨의 경우든, 모조리 그럴싸한 데는 놀라고 만다.
한 번은 역시 둘이서 길가에 늘어앉은 사주쟁이들 옆을 지나가다 명준이,
"저 친구들은?"
"고독해서 그러는 거야."
"맞았어."
길가였는데도 그들은 깔깔대고 웃었다.
외로움이란 아무 꽁무니에다 갖다붙여도 그럴 듯해지는 매듭 같은 것인지.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라는데, 그 끝으로 내몰리는 것이 싫어 온 하루를 그저 풀어진 채로 일상이란 바람에 퍼덕거리다보면 벼랑 끝은 다른 곳이 아니라 침대 위다. 정신을 뺏길 무언가들이 모두 사라지고 남은 건 잠을 청하는 일뿐인 가장 취약한 순간, 그 매듭은 기어코 눈물샘을 조여온다.
순디는 어디로 갔을까.
짖지도 울지도 않는 조그마한 애 하나 없다고 어두운 방의 정적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커졌다면 엄살일까? 많이 힘들진 않을 거라던 엄마 말은 참말도 거짓말도 아닌 그저 위로였다. 제쳐두자면 못 할 일도 아니었지만 이미 내 몫으로 할당된 눈물은 다른 어디로도 가지 않았다. 딱히 믿고 기대는 종교가 없는 난 아직 나름의 답을 찾지 못했고 아홉 글자가 밀려오면 밀려오는 대로 넘실거린다. 외로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