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임 없이 선택 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한 여정, 엘무드의 브랜딩 이야기
브랜드 언박싱(brand unboxing)은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들의 다양한 관점과 생각을 기록하는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우리 주위에 숨겨진 브랜드가 빛나는 과정을 탐구합니다.
Interviewer’s comment
니트와 카디건이라는 기본 아이템으로 여러 스테디셀러를 만든 엘무드는 남성복 브랜드이지만, 최근 들어 입소문을 타고 여성 고객들까지 늘고 있다. 무신사 스토어 고객 리뷰만 총 18만 개에 달할 정도다. 엘무드는 베이직하지만 트렌디하고, 기본에 충실하지만 멋을 살리는 디테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엘무드의 CMO 이종두 이사를 만나 꾸준히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드는 비결에 대해 묻자, 옷을 디자인하고 판매하기까지 모든 과정에 있어 고객 경험을 중심에 두고 있다는 명확한 답변이 돌아왔다. 파고들수록 단단한 기본기와 섬세한 디테일을 가진 브랜드, 엘무드의 이야기를 지금 바로 언박싱해보자.
융: 안녕하세요. 브랜드 언박싱 독자들을 위해 브랜드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종두: 안녕하세요, 엘무드는 베이직한 아이템을 기본으로, 엘무드만의 무드를 담은 옷을 디자인하고 선보이는 컨템포러리 브랜드입니다. 저는 엘무드에서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는 이종두입니다.
융: 반갑습니다. 엘무드는 어떻게 시작된 브랜드인가요?
이종두: 6년 전, 엘무드 이인영 대표가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만드는데서 시작됐습니다. 저는 고객 입장으로 제품을 사보다가 브랜드가 2~3년 되었을 때 합류했어요. 당시에 광고와 마케팅을 하고 있었는데요, 엘무드의 가격, 품질, 디자인이 굉장히 좋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겨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융: 무신사 스토어 고객 리뷰를 보면서 고객층이 다양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꾸준히 판매량도 높고요. 맨 처음에 무신사에 입점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종두: 엘무드는 고객과의 접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브랜드가 “우리는 이런 브랜드다"라고 브랜드 정체성을 직접 말하는 것보다 고객이 브랜드를 어떻게 경험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무신사는 고객과의 접근성이 높은 플랫폼이라 자연스럽게 입점을 결정했습니다.
융: 오랜 시간 무신사에 입점하셨으니 노하우도 많이 있으실 것 같아요. 엘무드가 무신사 스토어를 이용하는 전략을 소개해주신다면요?
이종두: 브랜드 무드와 방향성은 엘무드 룩북에서 잘 보여주고 있지만, 주로 엘무드 제품으로만 코디를 하다 보니 고객 입장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죠. 무신사 에디터들이 만드는 무신사 매거진, 코디맵, 코디숍 콘텐츠가 이를 채워주는 역할을 해요. 에디터가 엘무드와 함께 다양한 브랜드의 아이템을 활용해 직접 스타일링 콘텐츠를 제작하니 더욱 다채로운 느낌이 들죠. 엘무드의 옷이 이렇게도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을 무신사 스토어의 콘텐츠들로 보여줄 수 있어 좋습니다.
무신사 라이브도 중점적으로 보고 있어요. 일반적인 판매 콘텐츠라기보다는 하나의 패션 콘텐츠라고 느껴져요. 호스트인 무신사 에디터분의 브랜드 이해도 풍부하시고요. 무신사 라이브에는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나누는 분위기가 있어요. 라이브 쇼핑이 적극적인 매출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요. 이외에도 무신사의 다양한 채널과 콘텐츠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융: 무신사 스토어 누적 후기만 18만 건이 넘어요. 엄청난 숫자인데요, 이렇게 리뷰가 많아질 수 있었던 비결이 있나요?
이종두: 고객의 만족감에 집중한 게 리뷰가 많아진 비결이에요. 누구나 만족스러운 쇼핑을 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하거나 추천하고 싶거든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선순환이 일어나죠. 엘무드 제품을 한 번도 안 사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산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고객이 제품을 받았을 때 잘 샀다는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것에 더욱 집중해요.
융: 수많은 후기 중에서 기억에 남는 후기가 있나요?
이종두: 여러 후기가 기억에 남지만, 아들에게 선물해줬더니 좋아한다는 어머님의 후기나, 아빠 것까지 주문했다는 아들의 후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엘무드는 확실한 마니아층이 있는 브랜드지만, 동시에 세대를 불문하고 10대부터 어르신들까지 전 연령대 고객이 모두 다 함께 소비할 수 있는 브랜드로 평가받는 것 같아 더욱 특별하죠.
융: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쓰는 것들이 있나요?
이종두: 무조건 제품이 좋아야 합니다. MD팀, 디자인 팀에 항상 하는 질문이 있어요. ‘이 옷의 가격이 얼마라면 직접 구매할 의사가 있을까?’ 항상 이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본인이 기획하고 만든 옷을 직접 구매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그 옷이 과연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요?
융: 굉장히 본질적인 질문이네요. 디자인 면에서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종두: 디자인, 원단 등 전반적인 부분은 디자인팀의 의견을 믿고 따릅니다. 워낙 잘하셔서요(웃음). 저에게 의견을 물으면 고객의 입장에서 피드백을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옷에 손이나 목을 넣을 때, 아무리 좋은 소재라도 옷이 피부에 닿는 순간이 불편하다면 고객 경험에 마이너스가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제품을 선택하는 고객들이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 의견을 주로 내는 편이에요.
융: 6년 동안 엘무드를 운영해오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삼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이종두: 엘무드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본다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트렌디함이에요. CMO로서 제 생각을 보태자면 고객 경험이 더해져야 합니다. 새 시즌 컬렉션을 선보이는 순간, 고객이 인지하는 브랜드 분위기가 곧 엘무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융: 엘무드 브랜드 소개 문장을 보면 ‘미니멀’과 ‘컴포트'라는 키워드가 있더라고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이종두: ‘미니멀(minimal)’은 베이직하면서 가장 멋있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디테일을 놓치지 않으니까요. ‘컴포트(comfort)’는 뜻 그대로 편안함이에요. 입었을 때 편하다는 것은 손이 많이 가는 아이템이라는 의미기도 하죠. 무엇을 입을지 고민하는 순간, 망설임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옷이 엘무드라면 정말 큰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융: 베이직함과 트렌디함은 다른 개념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트렌디함은 유행을 선도하는 의미지만, 베이직하다는 건 유행을 타지 않고, 오래가는 클래식한 느낌도 있잖아요. 이 두 개념의 균형을 어떻게 잡고 계신가요?
이종두: 니트와 같은 주력 아이템은 기본에 충실하게 제작하고 엘무드의 멋과 무드는 아우터로 보여주고 있어요. 베이직한 아이템에 트렌디함을 살리려고 하기보다는 구분해서 전개하고 있습니다. 아우터를 먼저 구매하고 함께 입을 베이직 아이템을 구매하는 고객도 있고, 기본 아이템을 계속 구매해오다가 믿을 만한 브랜드라 생각하고 트렌디한 아우터를 시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융: 그럼 베이직한 아이템에서도 엘무드가 차별성을 가져가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이종두: 잘 보이지 않지만 디테일이 다릅니다. (예를 들면요?) 어깨선을 좀 더 뒤로 제작해 어깨를 좀 더 넓어 보일 수 있도록 한다거나, 상체를 보완할 수 있는 핏으로 디자인을 더하죠. 베이직하고 미니멀한 옷인데도 다 달라요.
융: 엘무드는 니트 아이템으로 많이 사랑받고 있어요. 제품 제작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이종두: 아무래도 니트는 직접 짜야하는 카테고리라서 제작 과정 자체가 어려워요. 그래서 니트는 브랜드 입장에서 시작하기에 진입장벽이 있는 편이에요. 저희는 이 점이 오히려 더 즐거웠어요. 제작하기 어려우니까 더 잘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숙련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엘무드는 실을 직접 짜서 사용하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 더 오래 입고, 보풀이 없고, 튼튼한데 보온성도 있는 소재가 될까. 소재와 봉제에 대한 자체 연구를 거듭하며 엘무드의 니트 품질을 계속 높여왔어요.
융: 혹시 엘무드의 페르소나가 있나요?
이종두: 엘무드 브랜드 자체의 페르소나를 설정하지 않았지만, 제품별 페르소나는 있어요. 예를 들어 무신사의 버추얼 휴먼 무아인이 캠페인 영상에서 입은 청바지와 청셔츠가 저희 제품이거든요. 실제로 어떤 사람이 입었을 때 더 멋있을까를 고민하며 제품에 페르소나를 정하곤 해요. 시즌마다 300여 개에 달하는 수많은 디자인 중에서 10개, 20개만 실제 제작에 들어가니 팀원들 모두 제품에 대한 애정이 정말 높습니다. 그래서 이 제품은 이런 스타일의 사람들이 입어줬으면 좋겠다 자연스레 생각해보게 되죠. 그래서 제품마다 얼굴이 있다고 생각해요.
융: 제품마다 얼굴이 있다는 말이 인상적이에요. 새로운 시즌을 이어가게 만드는 엘무드만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이종두: 즐거움이요. 동료들과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성취해가는 과정 자체가 즐거워요. 지금 엘무드팀에는 25명 정도 함께하고 있어요. 패션업계 특유의 크리에이티브하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있고, 스스로 무언가를 기획하고 달성했을 때 만족감을 느끼는 세대가 모여 있어서 성취의 과정 자체가 브랜드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고 있어요.
융: 주도적으로 일하면서 느끼는 성취감이 있죠!
이종두: 그래서 저는 팀원들에게 “회사를 위해서 일하지 말고 본인을 위해서 일하라"고 말해요. 회사는 회사고, 각자가 하나의 아이콘으로 “나는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다"라고 다른 누군가에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도록 일하라고 얘기합니다. 회사 안에서 일하더라도 본인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더 즐겁잖아요.
융: 공감합니다. 그럼 팀원이 먼저 아이디어를 제안해서 만들어진 일이 있나요?
이종두: 시작은 팀원들의 의견으로 나온 일들이 대부분이에요. 팀원들의 취향에 따라 하고 싶은 일, 표현하고 싶은 일을 제안했을 때 큰 문제가 없는 이상 적극 존중해주는 편입니다.
융: 얘기를 듣다 보니 엘무드의 조직문화가 궁금해지네요. 동료들과 일하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이종두: 대표님과의 관계가 바로 떠오르네요(웃음). 가장 친한 형이자 존경하는 사람이지만 일할 때 부딪히는 경우가 많아요. 대표님은 감도가 굉장히 높은 사람인 반면에 저는 실제 구매하는 소비자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에요. 그러다보니 대표님이 생각하는 멋을 제가 시장에 맞게 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이 과정에서 항상 미안하지만 우리의 다름 때문에 브랜드의 균형이 맞춰진다고 생각해요. 너무 멋있는 옷은 고객이 소비하기엔 어려울 수도 있고, 또 너무 대중적인 옷만 하면 기본만 하는 브랜드가 되니까요. 충돌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거치며 시장에 통하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믿어요. 엘무드의 디자인팀을 진심으로 리스펙트합니다.
융: 이사님은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는 편인가요?
이종두: 힙합에 영향을 받는 편이에요. DJ 칼리드(DJ Khaled)라고 있는데요, 프로듀싱도, 래핑도 하지 않는데 원하는 음악을 구현할 수 있는 사람들을 연결해서 앨범을 만들어요. 시그니처 사운드 정도만 들어가는데 앨범을 낼 때마다 차트에서 터지고요. 빗대서 생각해보면, 저는 옷을 잘 모르고 디자이너 분들에게 늘 배우는 입장이지만, 브랜드와 고객을 잘 연결하고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다보니 힙합 안에서도 DJ 칼리드가 제일 먼저 떠오르네요.
융: 음악 자체보다 DJ 칼리드가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 영감을 받으신 것 같아 흥미로워요. 앞으로의 엘무드는 어떤 브랜드가 되기를 바라시나요?
이종두: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하고 지속 가능한 옷을 만드는 브랜드요. 디자인은 너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어떻게 하면 고객 접점을 늘리고, 고객 경험을 더 좋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엘무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고객분들 덕분인데 어떻게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가 엘무드가 선한 영향을 주려면 어떤 문화를 만들어야 할까. 고객 경험, 보상, 그리고 봉사. 이 세 가지 키워드를 늘 염두에 두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엘무드도 기대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인터뷰어 정혜윤
독립한 마케터 겸 작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회사와 세계 곳곳을 유랑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에 빠져있는 사람들, 편견을 부수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즐깁니다. 10년 간 에이전시 및 스타트업 업계에서 마케터로 일하다가 2020년 여름, 회사로부터 독립해 현재는 프리랜서 마케터이자 작가로 일하며 다능인을 위한 뉴스레터 '사이드 프로젝트'를 운영합니다. 여전히 좋아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