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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박스 UNBOX Jan 26. 2023

제한없이 움직이며 고유의 궤적을 만든 브랜드, 노매뉴얼

정해진 매뉴얼없이, 새로운 문맥을 만들어온 노매뉴얼의 브랜딩

브랜드 언박싱(brand unboxing)은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들의 다양한 관점과 생각을 기록하는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우리 주위에 숨겨진 브랜드가 빛나는 과정을 탐구합니다. 



Interviewer’s Comment: 우리만의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동갑내기 친구 4명이 뭉쳤다. 무엇이 될지 잘 알지 못했지만 혼자 꾸던 꿈은 함께 꾸는 꿈이 되었다.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각자 분야를 맡아 온몸으로 부딪혀가며 탐구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경험을 쌓았다. 매뉴얼이 없다는 뜻의 ‘노매뉴얼’ 이름처럼, 얽매이지 않고 움직이며 고유의 궤적을 만들었다. 네 명의 친구들이 스스로를 믿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진지하게 꿈에 매달려 만들어진 브랜드. 


노매뉴얼(NOMANUAL)의 신희준 디렉터, 김선교 디렉터를 만나 노매뉴얼의 시작과 지난 6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머릿속에는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함께 꿈을 꾸고, 실패하고, 크고 작은 목표를 이루며 기뻐하는 빛나는 청춘의 모습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 모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융: 안녕하세요. 브랜드 언박싱 독자들을 위해 브랜드 소개 부탁 드립니다.

신희준: 안녕하세요. 노매뉴얼(NOMANUAL, @nomanual.designs)은 디자인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를 통해 새로운 결과물을 만드는 브랜드입니다. 저는 디자인 파트를 맡고 있는 신희준입니다. 


김선교: 저는 촬영 및 영상 기획과 같은 콘텐츠 파트를 맡고 있는 김선교입니다. 반갑습니다.


4명의 친구들이 뭉쳐 시작한 브랜드 노매뉴얼, 신희준 디렉터(좌)와 김선교 디렉터(우)



거침없이 꿈꾸고, 행동으로 옮겼던 노매뉴얼의 시작 



융: 노매뉴얼은 네 명이 함께 창업한 브랜드라고 들었어요. 어떻게 시작된 브랜드인가요?

김선교: 저희 4명 모두 20대 초반에 만났어요. 20대 초반에 앞으로 각자 뭘 하고 싶은지 얘기하는데 방향성이 비슷했죠. 취업할 생각이 없고, 구체적이진 않았지만 ‘우리만의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통했거든요. 



융: 처음부터 그렇게 꿈을 꾸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두렵진 않았어요? 

김선교: 지금 나이에 시작한다고 하면 오히려 까마득하고 떨렸을 것 같은데, 뭘 잘 몰랐으니까 부딪혀본 거죠.


신희준: 두려움보다 설렘이 더 컸어요. 꿈을 꾸는 것 자체가 즐거웠어요. ‘망해도 어릴 때 망하자’는 생각도 있었고요. (웃음) 브랜드를 만드는 꿈을 함께 키우면서 네 명의 역할분담이 잘 됐어요. 디자인. 촬영 및 영상. 생산. MD와 경영.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맡고 있는 영역이 명확해요. 



융: 자체 브랜드를 만드는데 필요한 업무 분담이 어떻게 이렇게 잘 된 거예요? 각자 하고 싶었던 일이 퍼즐처럼 맞춰진 건가요?

김선교: 저희도 신기하긴 해요. 경영을 담당하는 친구는 원래 경영학과를 가고 싶었대요. 어쩌다보니 흘러온 것도 있는데 전부 6-7년째 이 일을 하고 있으니, 각자 맡은 일이 나쁘지 않다는 거겠죠?


신희준: 물론 필요에 의해 나눠진 부분도 있겠지만, 고맙게도 저는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어요. 



융: 처음 해보는 일이 많았을텐데 부족한 부분들은 어떻게 채우셨어요?

신희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을 스스로 공부하고, 시도해보고, 관련된 일도 하면서 채웠습니다. 저는 원래 전시를 보거나 뭔가를 만드는 걸 좋아해서 이렇게 좋아하는 것들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했어요.


김선교: 브랜드 운영 초반에는 금전적인 여유가 없다 보니 최대한 예산을 아끼는 방법을 찾았어요. 저희가 자체적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면 아낄 수 있겠더라고요. 처음에는 카메라 작동 법도 몰랐는데 찾아보면서 배우고, 스튜디오 빌려서 연습하고, 잠깐 일도 해보면서 많이 늘었어요. 



틀에 갇히지 않고 자유로운 느낌을 대변할 수 있는 단어로 정한 브랜드 이름, 노매뉴얼(NOMANUAL)



융: 틀에 갇히지 않는다는 노매뉴얼의 의미와도 연결되네요. 노매뉴얼이란 이름은 어떻게 지으신 거예요?

신희준: 브랜드 이름을 정하고 시작한 게 아니라 때가 됐을 때 만들게 됐어요. 우리를 나타낼 수 있는 단어를 고민해보는데 4명 모두 보통의 과정이 아니라 정해지지 않은 방식으로 와온 것 같은 거예요. 틀에 갇히지 않고 자유로운 느낌을 추구하는 우리들을 대변할 수 있는 단어를 찾다가 노매뉴얼(NOMANUAL)로 정하게 됐어요.


융: 정해지지 않은 길을 가는 행보를 개인적으로도 좋아하고 동경하는 편이지만, 쉬운 길은 아니잖아요. 학생 때부터 그렇게 움직일 수 있었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김선교: 혼자가 아니었으니까요. 돌이켜보니 같이 하는 친구들 덕분에 몸은 힘들어도 정신적으로 힘든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신희준: 사람들이 항상 물어요. 넷이 안 싸우냐고요. 그런데 저희는 거의 안 싸워요. 업무 파트가 분담이 되어 있는데 의견은 자유롭게 내도 최종 결정은 그 분야를 맡은 친구의 의견을 전적으로 지지해요. 


김선교: 브랜드를 운영하는 6년 새 4명 전부 전문가로 성장하기도 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합이 맞춰지더라고요. 저희 중에 꾀를 부리는 사람이 없어요. 할 일을 묵묵히 해내고 서로를 신뢰하고 있어요. 소규모 브랜드는 빠른 의사 결정과 실행이 장점이기 때문에 믿고 맡깁니다. 



제품 디테일을 살펴보는 노매뉴얼 신희준 디렉터(좌), 김선교 디렉터(우)



융: 사업 초기 자금은 어떻게 모으셨나요? 수입이 없던 사업 초기에는 어떻게 운영하셨는지도 궁금해요.

김선교: 각자 알바하면서 모아서 시작했어요.


신희준: 월화수목금 일하고, 주말에는 퇴근하고 알바해서 사무실 임대료를 냈어요. 가끔 핸드폰에 예전 사진 뜨면 재밌긴 하더라고요. 사무실이라기보다는 신당동에 작은 주택에 가까웠죠. 제조사에서 이제 막 받은 제품이 도착하면 걸어 다닐 공간도 없던 그 좁은 공간에서 디자인도 하고 배송도 하고 모든 일을 다 했죠. 


융: 와… 너무 대단해요. 지난 시간들 돌이켜보면 이렇게 멋진 매장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지금이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아요.

신희준: 맞아요, 처음 매장 오픈했을 때 복받쳐 오르는 게 있었죠.

김선교: 우리만의 매장을 내는 게 최종 목표에 가까운 꿈 중 하나였는데 이뤄지니까 좀 이상하긴 하더라고요.


융: 진짜 그랬을 것 같아요. 얘기 듣다 보니 노매뉴얼 만들고 네 분이 가장 처음으로 세웠던 목표도 궁금해요.

김선교: 첫 목표는 알바 그만두기였어요.(웃음)


융: 얼마나 걸렸어요? 포기하고 싶던 적은 없었나요?

신희준: 브랜드 운영한 지 2년 정도 됐을 때 네 명 모두 그만뒀어요. 빛도 못 보고 포기한다는 것 자체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알바를 할 때도 ‘왜 이렇게 안 되지?’라고 생각하지 않고, ‘우리는 지금 꿈을 향해 가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했어요. 모두가 열정적이었고 그 열정 속에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어요. 


김선교: 저는 좀 단순하게 사는 편이라서 그냥 했습니다.(웃음)

융: 지금 진짜 청춘 드라마 한 편 보는 것 같은데요?



노매뉴얼이 지향하는 자유라는 문맥  



융: 노매뉴얼 브랜드 소개 문장 중에 “다양한 제품이 모여 하나의 문맥을 이루는 것을 지향한다”는 표현이 독특했어요. 패션 브랜드가 문맥을 중요시하는 이유가 있나요?

김선교: 옷뿐만 아니라 다른 액세서리와 굿즈까지 내서 저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시각적으로 예쁜 옷을 넘어서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으면 입는 사람 입장에서도 더 재밌고 좋을 거라고 판단했죠. 패션은 심미적이고 기능적인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느낄 수 있는 무형의 것은 이야기를 통해 전달되니까요. 첫 시즌 주제가 복싱이었는데요, 그때 컬렉션에 권투 장갑, 헤드 기어까지 포함시켜서 전체적인 문맥을 전달하기 위해 신경 썼어요.



권투 장갑, 헤드 기어, 목걸이까지 소품을 더해 하나의 문맥을 담아낸 노매뉴얼 첫 룩북(2017 S/S)



융: 시즌마다 바뀌는 컬렉션 주제는 어떻게 정하세요?

신희준: 평소에 관심 있는 것들로부터 주제를 끄집어내요. 노매뉴얼은 컨셉추얼 브랜드로 출발했지만 22 F/W를 기점으로 무드와 분위기 중심으로 방향 전환을 해서 앞으로는 조금 다르게 보여드릴 예정이에요. 제가 리서치하고 주제를 구상해서 팀원들과 공유를 하고, 피드백 기반으로 다시 발전시키면서 구체화하고 있어요. 바이크 장르(scene)처럼 자유 분방함을 대변할 수 있는 카테고리에 관심이 많아요. 



무드와 분위기를 중심으로 새로운 룩북을 보여준 노매뉴얼 2022 F/W 룩북



융: 주제에 맞게 영상과 그래픽도 다채롭게 활용하시는 것 같아요. 고객 반응도 좋고요. 

신희준: 그래픽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노매뉴얼스럽게 나오는 것도 있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 안에서 색깔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니까요.


김선교: 사진만으로는 전달이 부족할 것 같았어요. 다른 아트웍을 보태면 노매뉴얼이 표현하고자 하는 문맥을 또 다르게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컨셉이 정해지면 룩북의 방향이 정해지고, 그걸 기반으로 영상을 기획하고 있어요. 



2022 F/W "Design Research"의 무드를 더욱 보여주기 위한 영상 작업물(@nomanual.designs)




융: 노매뉴얼 이름을 정말 잘 정하신 것 같아요. 해본 적이 없어도 매뉴얼대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있으니까요.  

김선교: 그런데 일하면서 매뉴얼이 생기더라고요. (웃음) 브랜드가 커지면서 직원들도 생기니까 서로를 존중하며 협업하기 위한 규칙들은 만들게 됐어요.



노매뉴얼이 브랜드를 키워온 방법 



융: 브랜드를 처음 시작할 때 고객에게 우리를 알리는 게 쉽지 않잖아요. 노매뉴얼은  첫 고객들을 어떻게 찾았어요?

김선교: 처음에는 타깃을 좁게 잡았어요. 스트릿한 무드와 힙합을 좋아하고, 디자인에 관심 있는 20대 남자로요. 매 시즌 새로운 컨셉으로 우리만의 전시를 진행하고 동시에 제품을 보여줬죠. 전체 문맥을 고려하며 제품을 완성하다 보니 저희의 독특한 방식이 초기 타깃들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된 것 같아요. 


융: 무신사에는 어떻게 입점하게 되었나요?

김선교: 제품을 유통할 수 있는 채널이 필요했죠.  그리고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무신사는 디자이너 브랜드의 등용문 같은 느낌이었어요. 판매, 마케팅에도 도움이 되니까 입점 신청을 했어요. 


신희준: 무신사는 고객 유입량이 많으니 우리 브랜드의 배너가 노출이 되면 더 많은 고객들에게 소개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매출로도 연결이 되었고요. 무신사가 우리 브랜드를 더 잘 알릴 수 있는 창구이자 파트너라고 생각했죠.


융:  제품을 기획하고 생산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시행착오나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김선교: 2022 F/W 시즌에 크롭 니트를 만들 때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과거에도 헤어리(hairy)한 니트를 만들어봤지만, 털 빠지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일론 소재의 실을 사용했는데 텐션감이 없어서 늘어나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실로 바꿔보고 테스트를 많이 했어요. 보통 샘플 볼 때 한 컬러를 보는데 제품을 만들었는데 컬러마다 텐션감이 다른 거예요. 결국은 잘 해결해 만들었지만, 발매 전까지 고생을 좀 했죠. 그래서인지 판매가 잘됐어요.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제품이에요. 


신희준: 공들인 보람이 있는 제품이죠.



부드러운 촉감에 포인트 스타일링을 할 수 있는 크롭 헤어리 니트(CROPPED HAIRY KNIT)



융: 브랜드가 진화한 것 같아요. 초반에는 뾰족하게 보여줘야 사람들이 차별점을 느끼니까요. 초기 컬렉션에서 노매뉴얼의 색깔이 드러나고, 이제는 조금 더 넓게 확장해서 닿을 수 있는 상태가 된 게 아닐까요? 해마다 매출 성장세도 좋다고 들었어요. 

김선교: 그러게요. 자연스럽게 흘러온 것 같은데 말이죠. 저희 내부에서도 브랜드 초창기보다 많이 발전했다고 평가하고 있어요. 우리 브랜드 자체가 노매뉴얼다움으로 사람들에게 느껴질 수 있도록, 브랜드 자체가 하나의 컨셉이 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 같아요. 


신희준: 초반에 컨셉추얼함을 강조하는 브랜드다보니, 컨셉을 잘 전달하기 위해 촬영 세트 제작에 에너지를 많이 썼던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22 F/W을 준비하면서 룩과 스타일링에 중심을 두는 것이 더 중요하다 판단해 방향을 전환했는데, 결과가 만족스러워요. 


융: 노매뉴얼의 팬들 중에는 유난히 패션 크리에이터가 많다고 느꼈어요. 고객들과 관계 맺고 소통하는 노하우가 있나요?

신희준: 저희가 따로 SNS에서 크리에이터분들을 찾고 있지는 않은데요. 패션에 관심 있고 콘텐츠 만드는 크리에이터 분들이 얼리어답터의 성향이 있다 보니 노매뉴얼다움을 고수하는 걸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융: 브랜드가 진화하면서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요?

신희준: 가장 큰 차이점은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구성원이 늘어나니까 책임감이 생겼어요. 예전보다 안정적인 운영을 해야 한다는 마음도 생겼고요. 변하지 않는 것은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자는 태도예요. 


김선교: 어설프게 하지 말자. 진정성을 잃지 말자. 부끄럽지 않은 브랜드를 만들자. 이런 생각을 변함없이 유지하며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융: 브랜드 운영하면서 제일 재밌었던 순간은 언제예요?

김선교: 18 F/W 룩북을 수유동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촬영했어요. 전문 모델이 아닌 일반인 친구도 있었고요. 그때 촬영하던 과정과 느꼈던 기분이 제가 생각하는 노매뉴얼이라는 브랜드와 일맥상통해요. 그때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룩북입니다. 


신희준: 저도 마찬가지예요. 심지어 그때 컨셉이 ‘학창 시절'이었거든요. 노래방도 갔다가. 오락실도 갔다가. 재밌었어요. 



4명의 디렉터의 유년기 기억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 2018 F/W 앳더타임 룩북



노매뉴얼의 현재와 앞으로에 관한 이야기 


융: 상수동에 오픈한 노매뉴얼 스토어를 소개해주세요.

김선교: 첫 오프라인 스토어로 우리의 경험과 취향을 최대한 구현한 공간입니다. 남들과는 조금 다르게 보이고 싶은 것도 반영되었어요. 예를 들어 의류를 보여주는 스토어는 대부분 투명한 유리로 되어있거든요. 밖에서 제품이 보이고 옷 가게로 인식되어야 하니까요. 그런데 저희는 유리도 반투명이고, 심지어 안에 들어와서도 옷도 벽으로 막혀 있어요. SNS에서 사진을 보면 어떤 공간인지 궁금해지고, 궁금한 상태로 들어와서 경험하길 바랐어요. 



어떤 공간인지 알 수 없는 노매뉴얼 스토어 외관(좌)과 가벽이 둘러싸여 어떤 것이 있을지 궁금하게 만드는 내부 공간(우)



융: 특별히 공간 만들 때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신희준: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올 때 다른 세계에 온 것처럼 느끼길 바랐어요. 피팅룸도 마찬가지예요. 또 한 번 다른 공간으로 들어온 경험을 주고 싶었어요. 보통 의류 매장의 피팅룸은 사진을 찍으면 뒤에 옷이 걸리는데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 옷 거는 공간과 거울이 있는 공간을 분리했어요. 



큰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또 다른 분위기의 새로운 공간을 만날 수 있는 피팅룸

 


융: 노매뉴얼에서 더 해보고 싶은 일이 있은 어떤 게 있어요? 

김선교: 누구나 알만한 브랜드랑 콜라보해보고 싶어요. 아식스나 나이키와 신발로 협업해보고 싶은 꿈이 있고요. 구성원들이 늘어나다 보니 동료들에게 월급도 더 많이 주고 복지도 다양하게 지원해 줄 수 있도록 브랜드를 성장시키고 싶습니다. 



융: 노매뉴얼을 운영하면서 ‘매뉴얼이 없었기에’ 좋았던 점을 꼽아본다면요? 

김선교: 두려움이 없던 거요. 모르니까 일단 하는 거예요. 하면서 배우면 됩니다. 부딪히고 잘못 됐으면 배우고 다시 하면 돼요. 저희는 오히려 데이터가 없으니까 아예 몰랐기 때문에 좋은 결과만 생각했어요. 


신희준: 이 매장도 반투명 유리가 고객 유입에는 안 좋다는 데이터가 있었겠죠? 그럼에도 이렇게 만들었기 때문에 노매뉴얼의 색깔이 더 드러나고, 멋진 매장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융: 마지막으로 브랜드 언박싱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신희준: 저희끼리는 노매뉴얼의 현재 모습을 과정이라고 이야기하곤 해요. 계속 배우고 발전하는 과정 중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시간이 갈수록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릴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 중이신 분들께 감히 이야기드려보자면, 저도 ‘우리가 아무 경험도 없는데 시작하는 게 맞는 걸까?’란 생각을 했었어요. 당시 군대에 있었는데, 이때 동료들과 편지를 엄청 주고받았어요. 브랜드의 꿈을 키우면서 상상한 과정들을 그 편지 속에 담았죠. 불확실함이 존재하지만 일단 시작하면, 실패하더라도 그 시간만큼은 우리만의 스토리로 남는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지지 않을까 싶었어요.


김선교: 일단 해보세요. 자신을 믿고 꾸준히 하다 보면 뭔가 보입니다. 


노매뉴얼 4명의 디렉터가 함께 주고 받았던 편지 일부




노매뉴얼(NOMANUAL) 더 깊이 언박싱하기



인터뷰어 정혜윤


독립한 마케터 겸 작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회사와 세계 곳곳을 유랑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에 빠져있는 사람들, 편견을 부수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즐깁니다. 10년 간 에이전시 및 스타트업 업계에서 마케터로 일하다가 2020년 여름, 회사로부터 독립해 현재는 프리랜서 마케터이자 작가로 일하며 다능인을 위한 뉴스레터 '사이드 프로젝트'를 운영합니다. 여전히 좋아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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