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de b vol. 6 메쉬커피 김현섭, 김기훈 대표
브랜드 언박싱(brand unboxing)은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들의 다양한 관점과 생각을 기록하는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브랜드 언박싱의 뒷면, side b는 성수동에 색을 입히고 이야기를 채워가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메쉬커피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메쉬(Mesh)라는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겼나요?
김현섭: 서울숲에서 동네 사람들, 커피가 좋아 찾아오시는 분들께 커피를 제공하는 메쉬커피입니다. 전에는 우리를 표현할 멋진 수식어를 고민했었는데, 요즘에는 단순하게 소개하고 있어요.
김기훈: 함께 처음 카페 오픈을 준비할 때부터 성수동의 동네 사람들에게 스페셜티 커피를 소개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2015년쯤의 성수동에는 스페셜티 커피를 하는 카페가 없었거든요. 메쉬(mesh)는 그물이라는 뜻인데 ‘전 세계에 있는 좋은 커피들을 우리가 연결하겠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저희는 그물의 허브보다는 점 하나, 동네 카페의 역할에 충실하려고 하고요.
두 분은 ‘아티스틱 커피 듀오’이기도 하잖아요. 어떤 계기로 커피를 직업으로 삼게 됐는지 궁금해요.
김현섭: 대학을 졸업하고 진로를 고민하던 중에 우연히 커피를 배웠어요. 처음부터 커피를 할 생각은 아니었어요. 영화나 출판 쪽 일을 하고 싶었거든요. '배워두면 언젠가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벼운 마음이었죠. 막상 배워보니 생각보다 재밌더라고요. 당시 커피 산업은 대표적인 노동 착취 산업으로도 알려져 있던 터라, 이 구조를 개선하고자 하는 공정무역 회사에서 일을 했었고요.
김기훈: 그 공정무역 커피 회사에서 형과 처음 만났어요. 저는 인테리어 일을 했었고,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커피를 업으로 삼을 생각은 없었죠. 같이 재미있는 걸 해보고 싶어서 ‘아티스틱 커피 듀오’라는 이름으로 둘이 팀을 만들었어요. 처음엔 커피가 아니라 커피 도구를 디자인하는 팀이었죠.
김현섭: 커피를 하는 팀인데 이름에 커피가 들어가면 재미없잖아요, 도구를 디자인하는 팀이니 그렇게 이름을 붙인 거죠. 아트(art)라는 단어가 예술이라는 뜻도 있지만 고도의 기술을 의미하기도 하고요. 저희 둘이 카페를 오픈한다고 하니 ‘아티스틱 커피 듀오’로 이름을 지을 거라고 예상한 분들도 많아요.
성수동은 맛있는 커피가 많은 동네에요. 그런데도 여전히 성수동 카페 하면 메쉬커피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돼요. 누군가는 메쉬커피가 ‘성수동의 커피 문화를 만들었다’라고도 하고요.
김기훈: 가장 오래되어서 아닐까요? 아무래도 지금 성수동에는 이렇게 오랫동안 한자리에서 운영한 카페가 많지 않거든요. 여기서 직장을 다니던 분이 새로 출근한 사람에게 메쉬커피를 소개하고, 그분이 또 다른 분과 함께 찾아주시고… 자연스럽게 계속 연결된 것 같아요. 또 저희가 마시기 편한 커피를 추구해요. 언제 다 마셨는지도 모르게 잔을 비우게 되는 커피가 있고, 사놓고도 반 컵 이상 남아있는 커피가 있잖아요.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도, 아직 커피 취향을 찾지 못한 사람도 누구나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커피를 만들고 있거든요.
김현섭: 처음 오픈했을 때만 해도 성수동에는 카페 자체가 많지 않았어요. 프랜차이즈 카페도 많지 않았고, 로스팅을 하는 곳은 더더욱 없었죠. 매장이 좁다 보니 매장 바깥에 앉아서 마실 수 있도록 박스를 뒀는데 거기서 자유롭게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인상적으로 느끼셨던 것 같아요. 당시 성수동에서 근무하던 건축 사무소 분들과 작업하시던 작가 분들이 주로 오셨는데, 거리에 앉아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커뮤니티 같은 분위기가 있었죠. 스페셜티 커피를 취급하는데 그 산업 자체를 무겁게 조명하기보다는 로컬 로스터리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더 눈에 띄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일까요? 메쉬는 유난히 ‘동네 카페’의 인상이 강해요. 두 분이 생각하시는 이상적인 동네 카페는 어떤 모습인가요?
김기훈: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매일 텀블러 들고 오시는 카페요. 오셔서 따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바리스타가 이분들이 드시는 커피를 알아서 내어드리는 카페가 진짜 멋진 것 같아요.
김현섭: 이런 건 의도적으로 만든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거든요. 저희도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보고 싶어 어르신들께 드시기 좋은 달달한 음료도 내어 드리고는 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유동 인구가 더 많아진 만큼 더 어려워진 것 같기도 하고요. 메뉴도 바꿔보고 가격도 조정하며 좋은 동네 카페로 남기 위해 지켜야 하는 저희만의 선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처음 공간을 구성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어떤 건가요?
김기훈: 최대한 밝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때 유난히 공간을 어둡게 연출한 카페가 많았거든요. 캄캄한 시멘트 벽에 조명 하나 달아두는 식으로요. 우리는 무조건 빛이 잘 들어오는 밝은 공간을 만들자고 했었죠.
김현섭: 로스팅을 하거나 커피를 만드는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볼 수 있도록 하고 싶기도 했어요. 기본적으로 스페셜티 커피라는 게 투명성이 중요하거든요. 커피에 대한 진실성이 저희의 가장 큰 무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매장 앞쪽과 로스팅하는 공간도 모두 통유리를 썼어요.
해방촌에도 메쉬가 있잖아요. 서울숲과 해방촌, 두 곳을 찾는 분들의 차이가 있나요?
김기훈: 완전히 달라요. 해방촌에 오픈하기 전에는 거기에 로컬 손님들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생각했어요. 막상 운영해 보니 열에 여덟은 한 번 지나가다 들르는 분들이고, 재방문이 거의 없어요. 해방촌은 원래 가정집이었던 공간을 그대로 살린 만큼 로컬 커뮤니티 같은 곳으로 만들고 싶었거든요.
김현섭: 오히려 서울숲에 저희가 의도한 대로 로컬 손님들이 많이 찾아주세요. 가끔 다른 동네에서 카페를 운영하시는 지인들이 서울숲에 놀러 오면 “너희 손님들은 느껴지는 분위기부터 다르구나”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해요. 저희가 잘하는 것에 공감하는 분들이 오기 때문 아닐까요?
멋진데요. 성수동의 매력적인 점은 뭘까요?
김현섭: 여러 가지 요소들이 조화롭게 섞여 있다는 점? 재미있는 작은 가게들, 대형 상업 공간, 주거 공간과 공장들까지요. 이런 것들이 섞여 말도 안 되는 느낌을 주고 있는 것 같아요.
김기훈: 많이 변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구석구석에 재미있고 좋은 곳들이 남아있어요. 그런 곳들을 찾아다니는 재미가 있죠. 또 큰 자본을 가지고 새로 들어오는 곳들이 더 재미있고 새로운 무언가를 해나갈 여지도 있는 것 같고요.
벌써 9년째 한 곳에서 카페를 운영해 오셨어요. 절대 타협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요?
김현섭: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퀄리티의 커피를 제공해야 한다는 믿음이요. 저희는 기술자예요. 커피 기술자니 가장 좋은 커피를 만드는 건 당연한 거죠. 돌이켜보면 일반적으로 ‘카페가 잘 되려면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돼’라고 하는 것들을 저희는 다 반대로 해왔거든요. 예를 들면 로스팅한 원두를 외부에 거의 납품하지 않는다거나, 아메리카노를 만들 때 가장 비싸고 좋은 원두를 쓰는 것처럼요.
김기훈: 새로운 메뉴를 선보일 때도 마찬가지예요. 사실 완전히 새로운 건 없잖아요. 누군가는 나만의 것으로 생각해 만들었는데, 어느 순간 다른 카페에서도 그걸 만들고 있겠죠. 그럼 더 이상 나만의 것이 아닌 거고요. 평생 유니크한 것만 좇으며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처음 메쉬를 시작할 때 두 분이 각각 어떤 역할을 맡으셨어요? 지금도 명확히 역할을 구분해두고 있나요?
김현섭: 딱 이만큼의 동네 카페를 지향하지만, 일을 할 때는 체계를 갖춘 하나의 회사라고 생각하고 업무를 분담해요. 처음부터 그랬어요. 사실 둘 다 어떤 일을 하든 다 할 수 있지만 서로의 역할이 구분되어 있을 때 더 시너지가 난다고 생각하거든요. 처음에는 제가 로스팅과 생두 바잉을, 기훈은 바리스타와 손님 접객을 담당했어요. 해외 커뮤니케이션은 제가, 국내 커뮤니케이션은 기훈이 담당하고 있죠. 지금은 로스팅도 기훈이 담당하고요.
김기훈: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손님도 많지 않았거든요. 밤늦게까지 둘이 바테이블에 앉아 어떻게 일을 할지에 대해서만 얘기했던 것 같아요.
운영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요? 서로 의견이 다르거나 상대방의 협의가 필요할 경우도 있잖아요
김현섭: 어려울 때도 있죠. 저희는 두 사람이 100% 합의한 일이 아니라면 진행하지 않아요. 의견이 다르다면 한 사람이 상대방을 설득해야 하는 거죠. 완전히 설득시키기 전에는 1년이 넘게 걸리더라도 진행하지 않아요. 10년 가까이 합의하지 못한 것들도 있어요. 실패하더라도 저희 둘 다 동의한 것에 대한 결과이니 누군가를 탓할 일도 없어요.
김기훈: 완전히 합의되지 않은 일은 하더라도 속도가 잘 안 나더라고요. 한 명은 계속 가는데, 다른 한 명은 아닌 것 같으니 자꾸 멈추게 돼요. 그럼 어차피 시간이 더 걸리고요. 그렇다 보니 애초에 출발해 봐야 소용이 없더라고요.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어요. 한 사람은 당장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중요한 일인데,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으니까요. 이제는 누구 하나가 충분히 공감하기 어려운 일이라면 억지로 끌고 갈 만큼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것 같아요.
그래서 뚜렷하고 고유한 메쉬만의 색이 남았나 봐요. 올해는 어떤 일들을 계획하고 계세요?
김기훈: 얼마 전에 로스터스 테이블(Roaster’s’ table)이라는 걸 처음 진행했어요. 로스터들이 각자 로스팅한 원두를 가져와서 맛보고, 이야기 나누고, 또 정보 교환도 하는 자리였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1년에 두 번 정도는 꾸준히 해나갈 계획이에요. '커피 브레이커스 크루'라고, 커피 하는 사람들을 모은 비상업조직을 만들어보고 싶기도 해요. 이 외에도 작은 커피 행사를 기획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MCC라고, 코로나19 전에는 메쉬 커피 컬처(Mesh Coffee Culture)라는 행사를 진행했었거든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행사인데, 다시 진행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메쉬커피의 대표로서 이뤄내고 싶은 것들도 있나요?
김현섭: 사실 메쉬커피를 하기 전에는 제게 커피는 그냥 직업이었어요. 그런데 이 친구와 함께 메쉬를 운영하며 커피 산업에서 하지 말라는 것들을 해온 게 벌써 10년이거든요. 이렇게 쌓인 것들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요. 로스터스 테이블도 이런 취지에서 기획했던 거고요. 산업 종사자들과 손님을 함께 모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 이런 역할을 해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아요.
김기훈: 사실 하고 싶은 건 다 한 것 같아요. 커피 씬에서 저희만 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었고, 좋은 퀄리티의 커피도 만들고 있고요. 물론 더 좋으면 좋겠지만요. 메쉬커피를 운영하며 사람들도 원 없이 만났어요. 앞으로는 콘텐츠를 만들거나 여러 활동을 통해 저희가 함께 쌓아온 것들을 나누고, 잘 보여주고 싶어요.
앞으로 메쉬커피가 어떤 브랜드가 되기를 바라세요?
김현섭: 처음부터 끝까지 서울숲에 있는 동네 카페요. 여기서 어떻게 더 확장한다거나, 한국을 벗어나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데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아요. 로스팅한 원두를 수출하기도 하는데 그냥 재미있다 정도지 ‘이런 식으로 사업을 확장해야겠다’는 아니에요. 지금은 어렵지만, 언젠가는 저희 둘만 남아 여전히 커피를 내려주는 그런 동네 카페로 남고 싶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두 분은 어떤 커피를 좋아하세요?
김기훈: 매년 바뀌어요. CoE(Cup of Excellence, 매해 각국의 커피 농장에서 출품한 우수한 커피 중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정한 최고의 커피에 부여하는 인증)로 선정된 커피요. 근데 사실 뭐든 형이 볶아주는 커피가 가장 맛있는 것 같아요.
김현섭: 제가 진짜 잘하거든요. 전에 저희가 도쿄에서 하는 행사에 참여했을 때 테스트를 해봤어요. 전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들이 지나다니는데, 붙잡고 저희가 로스팅했으니 마셔보라고 줬어요. 그냥 지나치다 한 모금 마셔보고는 다시 돌아오더라고요. “이게 무슨 커피냐”고 물어보기도 하고요. 이렇게 친해진 친구들도 많아요. 실력이 없었다면 애초에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겠죠?
메쉬커피, 서울 성동구 서울숲길 43
https://www.instagram.com/mesh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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