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만든 길과 내가 만든 길
난 초등학교 5학년 무렵에 처음으로 자살을 생각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시작된 학교폭력은 학년을 거듭해나갈 수록 점점 더 심해졌고 부모님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시느라고 너무나 바쁜 나머지 초등학생 밖에 되지 않는 아들이 세상살이에 미련을 잃었다는 징후를 전혀 발견하지 못하셨다.
부모님은 사이가 좋을 때도 많았었다고 말씀하시지만 내 기억 속에는 허구언날 집안에 긴장감이 맴돌았던 것만 기억한다.
내가 유난히 예민한 탓일 수도 있겠지만 내 세계는 빠른 속도로 무너져 내렸다. (아니 무너진 상태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프로이트의 심리학’을 처음 읽은게 중학생 무렵이었다.
내게는 푸른연미복에 노란조끼를 입고 비련의 주인공이 되어 권총자살을 한 베르테르가 너무 멋지게 느껴졌다.
푸른연미복은 없지만 파란색 난방을 갖고 있었고, 노란조끼는 구할 수 없었지만 겨자색 비슷한 자켓을 구할 수 있었다.
총만 구할 수 있으면 됐다.
그때 무렵에는 세운상가에 가면 구하지 못하는게 없으며 세운상가에서 구할 수 있는 부품들로 인공위성도 만들 수 있을꺼라는 얘기가 있었다.
난 무작정 세운상가로 향했고 총을 파는 곳을 찾아 헤매다 가 헛탕치고 집에 돌아왔다.
(우리나라가 총기규제가 심한 나라라는게 다행이다. 미국이었다면 난 이 글을 쓰고 있지 못했을 것이다.)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