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관점들

리스크 vs. 해저드

위험 관리의 두 가지 유형

by 브랜드부스터 켄

해저드 제거와 리스크 관리.

위험을 관리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해저드는 위험을 일으킬 잠재적 요인이다. 리스크는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다. 예를 들어 계단은 해저드에 속한다. 넘어지면 위험하니까. 계단을 오르내릴 때 미끄러져 다칠 확률은 리스크에 속한다.


전봇대와 전봇대 사이에 길게 연결된 고압전선은 해저드다. 강풍이나 폭우 시 전선이 이탈하거나 끊어지면 감전의 리스크가 상승한다.


보통 위험을 관리한다고 할 때 리스크를 관리한다고 관용적으로 표현하는데, 해저드까지 고려해야 완벽한 정답이라고 할 수 있다. 기획할 때 리스크 관리(mitigation)와 해저드 제거(elimination)만 구별해도 훨씬 품질이 높아진다. 리스크는 행동을 요구하고, 해저드는 구조를 바꾼다.


일상을 돌아보기만 해도 리스크와 해저드의 사례는 많다.


'계단 낙상'을 방지하기 위해 '조심하세요' 안내문을 붙여 위험을 관리할 수 있지만, 추가로 경사로나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면 '계단을 이용할 동기'를 제거하여 계단 낙상 사고를 극적으로 줄일 수 있다. 전봇대의 고압전선을 점검하고 경고판을 세우는 것은 리스크 관리지만 지하에 매립하는 순간 감전 위험 자체가 사라진다.


어린이보호구역도 들여다보면 리스크와 해저드가 혼재되어 있다. 운전자에게 주의를 환기시키는 표지판과 캠페인은 리스크 관리에 속한다. 속도를 제한하고 벌금을 설정하고 과속방지턱을 설치하는 구조적 설계는 '자동차의 빠른 속도로 인해 아이들이 당할 물리적 충격'이라는 해저드를 제거하는 기획이다.


조직 관리에서도 같은 구별이 적용된다. 번아웃의 위험이 있을 때 상사가 '무리하지 말라'고 따뜻한 말을 건네거나 커피 한 잔 사주면서 고충을 들어주는 리스크 관리도 필요하지만, 원천적으로 업무량을 재설정하고 마감 일정과 의사결정을 매뉴얼해서 '불필요한 야근'을 없애는 해저드 제거도 필요하다.


관점에 따라 리스크 관리와 해저드 제거의 방식도 달라진다. 대표적인 예가 '조직 내 갈등'이다. 대부분의 회사는 갈등을 피해야 할 불필요한 감정 싸움으로 간주한다. 이런 회사에서는 배려와 소통을 강조하는 리스크 관리와 갈등을 일으키는 사람을 '문제아'로 낙인 찍어 내보내는 해저드 제거를 시행한다.


반면 갈등을 협업을 통한 창의성의 전제 조건으로 보는 조직은 회의실에서의 갈등을 장려한다. 여기서 리스크는 '불필요한 감정 소모'이기에 사실과 의견, 메시지와 메신저를 구별하고 다 같이 최고의 아웃풋을 내려는 마음가짐을 강조하게 된다.


갈등을 긍정적으로 보는 조직에서 해저드는 '사람'이 아닌 '구조'다. 갈등을 만드는 사람이 잘못되었다기 보다, 갈등이 개인 공격으로까지 변질되지 않는 구조가 필요하다. 평가와 보상이 개인 단위로만 설정되면 회의에서의 이견이 손해로 이어진다. 목적과 결정권이 없는 회의는 감정 싸움이 되기 쉽다. 따라서 팀 단위의 평가와 보상 제도가 안착되고 회의의 목적과 그 의사결정을 존중하면 건설적인 갈등이 가능하다.


이 위험은 해저드인가, 아니면 리스크인가?

이 질문이 좋은 기획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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