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는지와 얼마나 갔는지는 다르다.
우리는 종종 목적과 목표를 섞어서 말한다.
'이번 분기 목표가 뭐예요?'라는 질문에 '고객 만족입니다'라며 목적에 가까운 이야기를 하거나,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매출 20% 성장입니다'처럼 목표를 목적이라 부르기도 한다.
목적은 ‘어디로 갈 것인가’를 정한 것이다. 목적과 목표의 구별이 어렵다면 '여행의 목적지'를 떠올리면 된다. 목적지의 유무에 따라 방랑과 여행을 정하듯이 인생의 모든 언행에는 목적이 필요하다. 목적이 있어야 유한한 시간과 에너지를 유용하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단계 더 고차원적인 목적은 '왜'를 묻고 대답하는 것이다. 왜 가고 싶은가? 왜 그곳이어야 하나? 이를 현실적인 질문으로 바꿔보면 다음과 같다.
나는 왜 사업을 하는가?
나는 왜 여기서 일하고 싶은가?
이 제품에 왜 이 기능이 필요한가?
목적은 보통 정성적이고 이상적인 개념이다. 궁극적으로 이루어야 할 미션(과제)과 비전(미래상)이 목적에 해당한다. 골든서클의 WHY가 목적에 해당한다. 모든 전략과 목표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세팅되어야 의미가 있다. 목적은 근본적인 기준이 될 수 있다.
목표는 ‘얼마나 가야 하는가’를 정한 것이다. 목표는 수치화되어야 한다. '목표치'로 이해하면 더 쉽다. 여행의 목적이 있다면 목표도 필요하다. 서울에 부산까지 간다고 했을 때 숫자로 환산되는 모든 요소가 목표가 될 수 있다. 되도록 빠르게 가는 게 목적이라면, 비행기나 KTX를 교통수단으로 고를 수 있다.
이 사업의 올해 매출 목표가 얼마인가?
나는 여기서 일하며 얼마나 성장할 것인가?
이 제품에 이 기능을 언제까지 개발해야 하나?
얼마나 해야 하는가? 언제까지 도달해야 하는가? 그 과정에 얼마나 시간·비용·에너지를 쓸 것인가? 목표는 목적을 잘게 나눈 측정 가능한 단위다. 숫자로 표현되는 기한 내 목표치를 설정하면 가장 이상적이다. '건강'을 목적으로 삼았다면 목표는 '3개월 안에 체지방률 5% 감량'이다. 목적이 '브랜드 신뢰'라면 목표는 '분기 내 자연 유입 30% 증가'일 수 있다.
목적이 계단이라면, 목표는 올라야 할 계단의 수다. 목적은 계단 그 자체다. 어디로 올라가야 하는지를 정한다. 목표는 그 계단의 수다. 몇 칸을 올라야 하는지, 얼마나 빠르게 올라갈지, 그 과정에 얼마의 힘을 쓸지를 숫자로 정한다. 목적은 '정상에 오른다'는 선언이고, 목표는 '총 30계단 중 이번 달에는 5계단'이다. 그 뒤에 기획과 계획이 따른다.
문제는 우리가 종종 계단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 채 계단 수만 세고 있다는 점이다. 목적 없는 목표는 공허한 숫자만 남는다. 목표만 있고 목적이 없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숫자는 달성되지만, 왜 그 숫자를 향해 가야 하는지는 사라진다.
매출은 올랐지만, 이게 우리가 가려던 방향이 맞는지 모른다. 1,000원을 벌려면 물건을 팔아도 되지만 길거리에서 구걸을 해도 된다. '우리답게 돈을 벌었는가?'에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한다. KPI는 채웠지만, 팀은 점점 지쳐간다. 목적 없는 목표는 원동력이 아닌 압박이 된다. 목표 없는 목적은 동기 부여 없는 행동이다.
반대로 목적만 있고 목표가 없으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지만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계단 앞에서 소리만 지르고 있다. '의미 있는 일을 하자', '고객 중심으로 가자' 말은 맞지만 얼마나, 언제까지, 무엇을 바꿀지는 아무도 모른다. 목적은 선언으로 끝나고, 실행은 흐려진다.
그래서 둘은 항상 함께 있어야 한다.
목적은 방향을 정하고 목표는 속도와 거리를 정한다
목적은 왜의 언어이고, 목표는 얼마나의 언어다.
이 둘을 구분해서 쓰기 시작하면 기획이 명확해지고, 보고가 쉬워지고, 일의 피로도가 줄어든다. 우리는 종종 '열심히 일하는데 왜 제자리 같지?'라고 말한다. 그럴 때 한 번 물어봐야 한다.
지금 나는 계단을 오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계단 수만 세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