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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드보이 Apr 21. 2018

[할리데이비슨] 너와 나의 연결고리

브랜드 할리데이비슨


[영화 쉘위댄스] 평범한 샐러리맨이자 모범가장이던 남자는 '춤'을 통해 신세계를 경험했다. 할리데이비슨의 라이더들도 비슷한 체험을 한다.
1947년 7월 발간된 '라이프 매거진'. 할리를 탄 폭주족이 실렸다. 이때부터 할리는 더 이상 '오토바이'가 아니었다. 일탈의 상징이 되었다.
할리데이비슨 행사장에서 받은 팔찌. 할리는 "1%"가 되는 경험이다. 할리를 타는 순간 '소수의 일탈자'가 되는 기분을 느낀다.
할리 브랜드의 힘은 '호그'에서 나온다. 종교집단에 버금가는 유대감을 자랑한다. 워싱턴에서 열린 '메모리얼데이' 행사에서 행진하는 호그들.
대한민국 호그들의 열정 또한 미국 못지 않다. '호그 랠리'에는 전국 각지에서 호그들이 모인다. 떼를 지어 시내를 질주하는 모습은 장관이다.
2018년은 할리데이비슨이 115세가 되는 해이다. 기념 바이크도 출시되었다. 하지만 내부 분위기는 암울하다. 최근 몇 년 간의 판매가 신통치 않아서다.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셀럽은 수없이 많다. 조지클루니, 에덤 리바인 에서부터 사진 속의 저스틴 팀버레이크까지. 할리데이비슨은 더 많은 젊은 스타들이 할리를 몰아주기를 고대한다.
2017년부터 NBA 팀 '밀워키 벅스'를 공식후원 한다. 농구는 미국의 4대 스포츠 중 젊은 층에게서 가장 인기가 높은 운동이다. 다음 세대를 잡는데 사활을 건다.
할리데이비슨 스럽지 않은 '전기 바이크'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제품의 프로토타입은 영화 '어벤저스'에도 등장했다.


늦바람이었다. 중년의 남자는 사교댄스 교습소에 발을 들였다. 신세계였다. ‘즐겁다’는 말은 작았다. 세상이 다시 보였다. 음악에 몸을 실을 때면 온몸의 ‘감각’이 살아났다. 발 닿는 곳마다 연습 장소가 되었다. 춤을 출 때만큼은 평범한 샐러리맨도 모범적인 가장도 없었다. 일상에서의 탈출이었다. 자유함을 누렸다.

할리데이비슨을 알게 되고 영화 '쉘위댄스'의 주인공을 떠올렸다. 할리의 라이더들은 저 남자의 심정을 이해하겠다. 춤과 할리데이비슨 모두 황홀경이니까. 자유를 맛보게 하니까.  


1%

“99%의 라이더는 법을 지킨다. 나머지 1%만이 법을 어기는 작자들이다.”

그날, 미국 모터사이클 협회가 내놓은 공식 성명이다. 1947년 7월 6일에 벌어진 일이었다. 미국 홀리스터 지역의 폭주족들이 대거 체포되었다. 협회의 성명은 그러나 엉뚱한 방향으로 튀었다. 질책을 받아야 할 1%의 폭주족들은 얼떨결에 영웅이 되었다. 보통의 시민들은 1%가 되고 싶어 안달이 났다. “1%”는 ‘반역’과 ‘일탈’을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다. 사전에까지 등재되었다.  

사진 좋기로 유명한 '라이프 매거진'도 당시 현장의 모습을 담았다. 양손에 맥주병을 든 폭주족이 할리데이비슨에 올라타 있었다. '쥐기는' 컷이었다. 이 사진 한 장으로 사나이들의 로망이 꿈틀댔다. 그때부터였다. 할리데이비슨은 더 이상 '오토바이'가 아니었다. 1%로 거듭나는 통로였다.


체험

“너무 늦은 나이에 입문한 것이 후회 되요.”

“타보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요.”  

“라이딩을 할 때 바람을 맞는 그 느낌은 아…”


'체험’한 자들은 간증을 한다. 감격을 나눈다. 종교에 비견된다. 할리데이비슨을 만나기 전후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지루한 내 삶을 구원했다. 다른 사람에게도 이 기쁨을 전하고 싶다.   

보통의 오토바이는 ‘수단’이다. 빠르게만 달리면 된다. 디자인까지 아름답다면 떙큐다. BMW나 혼다가 대표적이다. 할리데이비슨은 다르다. 탈 것 이상이다. 체험이 절대적이다. 할리 위에 올라 봐야 한다. 심장박동을 연상시키는 저 엔진소리를 들어 봐야 한다. 나에게 꽂히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껴 봐야한다. 그래야 그 맛을 알 수 있다. 할리데이비슨이 '잠재고객' 보다 '기존고객'에 정성을 쏟는 이유이다. 프로모션 예산의 70% 이상을 이들을 위해 쓴다. 할리를 체험할수록 충성고객들의 신앙이 깊어진다. 불신자들에게 할리데이비슨을 전도한다. 할리의 복음이 퍼진다.


호그  

할리 오너스 그룹(Harley Owners Group, HOG)은 브랜드의 핵심이다. 할리데이비슨을 소유한 자들 사이의 친목단체이다. 1983년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가입자 수는 전세계적으로 100만을 웃돈다. 할리데이비슨을 구입하면 호그에 가입할 자격이 주어진다. 대부분 호그로 남는다.

호그들 간의 우정은 끈끈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연결고리는 ‘할리데이비슨’ 뿐이다. 그럼에도 친구가 된다. 형제보다 끈끈한 전우애를 나눈다.

할리데이비슨의 역할은 '만남의 장'을 만드는 것이다. 호그 랠리가 대표적이다. 전국에 흩어져있던 호그들이 매년 한자리에 모인다. 자신의 할리를 가지고서다. 떼를 지어 시내를 질주하는 ‘그랜드 투어’는 행사의 백미다. 일상에서 억눌렸던 아드레날린이 폭발한다. 할리의 라이더가 된 건 모두 이때를 위함이었더라.

호그 랠리에는 할리데이비슨을 사랑하는 자들이 모인다. 아니, 사랑해야만 올 수 있다. 랠리가 열리는 장소까지 자신의 할리를 몰고 와야 한다. 쉽지 않은 여정길이다. 2017년의 강원도 랠리에는 제주의 호그가 참가했다. 할리를 배에 싣고 오는데 이틀이 걸렸단다. 2박 3일동안 진한 추억을 쌓고는 제주로 돌아가는데 또 이틀이 걸렸다. 이런 식이다.


관계가 중요해

할리데이비슨은 '관계'가 중요한 브랜드다. 호그들 간의 ‘관계’, 브랜드와 고객과의 ‘관계’. 고객에게 바이크를 파는 건 시작에 불과하다. 이제 막 씨를 뿌렸다. 지속적으로 물을 주어야 관계가 자란다. 엄지를 향한 까치의 마음을 지녀야 한다.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할리를 처음 타는 고객에게는 ‘라이더 엣지’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그 외 이벤트들은 셀 수도 없다. 클럽파티, 쌍쌍파티, 새해 맞이 윳놀이, 호그 랠리, 스탬프 투어… 고객을 '대접'하는 행사가 끊임 없이 이어진다. 준비가 힘들 법도 한데 할리의 직원들은 지치는 법이 없다. 이들부터가 할리데이비슨의 열정적인 라이더 들이다. 브랜드를 향한 순도 높은 애정을 품고 있다. 일을 일로서 대하지 않는다. 고객을 대할 때 진정성이 느껴지는 것은 물론이다. 할리데이비슨과 고객과의 관계는 무럭무럭 자란다.


새로운 도전

2018년은 할리데이비슨이 탄생한지 115주년이 되는 해이다. 밀워키의 허름한 차고에서 시작된 동력 자전거 업체가 세계 1위 모터사이클 브랜드로 성장했다. 역사적인 해를 자축할 법도 한데 내부 분위기는 침울하다. 근 몇 년간 이어진 판매부진의 여파이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미국 내 모터사이클 인구가 크게 감소했다. 할리데이비슨의 주 고객이던 베이비부머 세대는 어느덧 노인이 되었다. 바이크에서 내려올 시간이다. 이들의 빈자리를 메우어야 할 젊은 세대는 바이크 자체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이들이 타기에 할리데이비슨은 너무 크고, 비싸기까지 하다. 혼다, 야마하, 스즈키 같은 일본 브랜드들은 가성비 좋은 소형 모델을 가지고 할리의 아킬레스 건을 찌른다. 설상가상으로 그 동안 미국 시장에서의 부진을 커버해주던 아시아 시장마저 성장세가 꺾였다. 2017년, 할리데이비슨은 결국 캔사스 공장을 폐쇄했다. 미국 내 세 곳의 공장 가운데 한 곳이었다. 많은 직원들이 짐을 쌌다.  


이제 할리의 관심사는 하나다. 모터사이클 시장파이를 어떻게 키울까. 특히 젊은 고객들의 유입이 시급하다. 앞으로 10년 동안 200만명의 신규 라이더를 탄생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자존심도 내려놓았다. 소형 바이크를 대거 출시했다. 거친 이미지의 할리와 상반되는 '전기 바이크'도 준비 중이다. (전기 바이크에서는  저 엔진소리를 들을수 없다.)


할리데이비슨의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사양산업’은 있어도 ‘사양기업’은 없다는 격언을 증명해낼까? 밀레니얼 세대들도 할리를 통해 일탈을 경험하려 할까? 자유함을 느낄까? 호그 랠리를 즐길까? 친구를 사귈까? 하나됨을 경험할까? 무엇보다도 할리 브랜드와 관계를 맺으려 할까?  

  

본질과 껍질

브랜드의 '본질'은 지키되 '껍질'은 계속 바꾸어야 한다”  

홍성태 교수와 조수용 대표의 공저 '나음보다 다름'에 나오는 말이다. 할리데이비슨의 본질은 무엇일까. '관계'가 아닐까. 호그들 간의 관계, 할리와 고객간의 관계. 이 관계가 사라진다면 할리데이비슨 브랜드도 없을 테니까. 나머지는 껍질일 것이다. 바꾸어 볼만한 것들이다. 그것이 '소형 바이크'와 '전기 바이크'를 출시하는 시도라 할 지라도. ‘할리다움’을 일부 내려놓는 것일지라도. 할리데이비슨의 새로운 관계 맺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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