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미의 맛있는 이야기, 세번째
나는 빵을 잘 못 먹는다.
내 위와 장은 밀가루에 취약하다.
그러나 빵을 좋아한다.
여자치고 빵 안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안 맞는데, 좋아한다.
나쁜 남자와의 연애가 치명적이듯. 빵과도 그렇다.
밀가루를 먹었다간 몇일 안가 위가 사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강력분 쌀가루를 가득 사서 머핀을 만들어 보았다.
쌀가루로 초코 머핀이 만들어질까?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했을지도 모르겠다.
조사해보니, 쌀가루로 빵을 만들 때에는
진한 두유가 필요하다고 한다.
하루 전 불려둔 노란 콩을 곱게 갈아 두유를 만들었다.
이 때 갈린 콩은 거르지 않는다.
두유는 중탕을 해놓는다.
따뜻한 상태에서 설탕을 녹인다.
재료를 모두 넣었더니 마치
계란없이도 계란물을 만든 느낌이다.
현미유, 바닐라 익스트렉스, 식초를 넣었다.
이 빵의 주인공은 단연 쌀가루이다.
쌀가루는 강력분으로 준비한다. 글루텐 프리, 그냥 100% 쌀만 있는 가루이다.
'생쌀가루'로는 빵이 되질 않는다. 빵 모양은 만들 수 있으나
거의 '떡'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부주인공은 캐롭파우더.
예전 쿠킹클래스 수강생분이 선물해 준것을 아직도 잘 활용하고 있다.
카카오파우더보다 맛이 달다. 카카오파우더는 좀 더 초콜릿에 가깝고 진한 맛이지만
달달한 조미료를 많이 첨가해야 한다. 설탕이나 시럽같은.
설탕이든 시럽이든 모두 분해되면 당 이기에
사실 위험한 조미료는 아니다.
기호에 따라 첨가해주는게 좋은셈.
쌀가루, 캐롭파우더, 베이킹 파우더, 전분을 넣었다.
초코 초코 초코.
반죽이 완전 잘 되었다.
180도에서 30분을 구우니 아주 잘 만들어졌다.
그러나 새까매서 조금 무섭다.
마치 포켓몬 고오스를 보는 느낌이랄까.
생쌀가루로 쌀크림을 만들어 장식을 해주었다.
한결 보기 좋아진 것 같다.
생쌀가루는 예전에 베이킹을 하기 위해 대량으로 사두었는데
몇번 실패하자 냉장고에 처박혀있던 재료이다.
지금은 쌀크림으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쌀크림에는 설탕대신 소금이 들어간다.
단맛을 내기 위해도 소금을 사용한다.
사실 단맛이라기보다, 감칠맛에 가까운 맛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사람들은
맛있다는 것을 '달다'라고 표현한다.
적당히 소금을 넣은 쌀크림은 달다.
호기심에 여러가지 모양을 장식해본다.
쌀크림 데코는 좀 더 연습이 필요할 듯.
완성.
꽤 뿌듯하다.
쌀로 만든 내 인생 세번째 머핀.
쌀크림은 설탕장식처럼 그대로 두면 굳는다. 빵에 스며들지 않는다.
크림으로 아주 유용하게 쓰이는 셈.
쌀베이킹은 계란 등의 재료를 넣지 않는한
포슬포슬하게 부풀기가 어렵다.
밀가루 머핀보다는 좀 더 촉촉하고 쫄깃한 맛이다.
모양은 영락없는 빵모양.
그것만으로도 즐겁다.
선물해줘도 손색 없을 만큼 맛있다.
앞으로 다양한 쌀베이킹을 시도해 보아야 겠다.
비건용 쌀가루로 만든 초코머핀 레시피는 아래 주소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