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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의 습관> 왜 썼냐구요?

반디앤루니스와의 인터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최장순은 GUCCI, 인천공항, 현대건설 등 국내외 유수 브랜드를 매니지먼트했다. 그는 지난해 『본질의 발견』에 이어 최근 책 『기획자의 습관』을 펴내며 매력적인 기획 이야기를 펼쳤다. 최장순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는 것은 하나의 가능성이었다. 수직 직선 운동을 하는 원자가 방향을 바꾸는 일, 일차원적인 인간에서 빗겨나는 일, 그리고 그 충돌로 인해 만들어지는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에 그는 지속적인 관심을 두고 있었다. 우리가 대체 가능한 ‘건전지’에서 벗어나는 삶의 방식을 그는 ‘기획’에서 찾았다. 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작은 차이의 연습, 그가 보는 기획의 본질이다. 그의 책 『기획자의 습관』은 어느 전문 분야가 아니라 우리 삶의 방식에 관한 이야기이다. 『기획자의 습관』을 펼치며, 나는 조금 다르게 살고 싶어졌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최장순과 나눈 필담을 전한다.


살아가는 것은 자기 안에만 파묻혀 있는 즉자적인 삶이 아니라, 언제나 나와 외부 환경을 보고 동시에 ‘보고 살펴’ 자기를 넘어서는 대자적인 삶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생生이 이미 어떤 기획 속에 있음을 알게 된다.
우리가 동물과 다른 지점은 인식의 즉자성을 넘어서는 바로 그 순간에서 비롯된다. 그 순간은 기획의 시작이고, 그 출발점은 바로 ‘관찰’이다.
(최장순, 『기획자의 습관』, 홍익, 2018(이하 페이지 표시))



  


책 『기획자의 습관』 잘 읽었습니다. 지난해 『본질의 발견』에 이어 두 번째 책인데요. 기획에 관한 두 권의 책을 쓰신 계기가 궁금해요.


브랜드를 계속 하는 이유나 두 권의 책을 쓴 계기, 앞으로도 책을 써야할 이유는 원자론에 대한 소박한 이해 때문입니다.

학부 4학년 때 칼 맑스의 박사학위 논문인『데모크리토스와 에피쿠로스 자연철학의 차이』를 읽었습니다.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에서 원자는 허공 속에서 수직 낙하운동을 합니다. 원자의 운동은 ‘직선’으로 결정돼 있고, 그 방향으로만 나아갈 뿐입니다. 결과는 빗방울이 떨어지듯 허공의 깊은 곳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마르쿠제의 말마따나 우리는 공동체의 사고양식을 강요받고 일차원적 인간으로 살다 대체 가능한 ‘건전지(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의 표현)’로 전락해 버렸죠. 수직 낙하운동을 하는 겁니다. 원자가 운동하는 그 직선은 일종의 매트릭스입니다. 모든 원자는 각자의 주어진 방향으로만 운동하고 서로 만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흔히 쾌락주의자로 알고 있는 에피쿠로스는 원자 운동에 대한 해석을 달리 합니다. 맑스는 로마의 철학자 루크레티우스가 에피쿠로스를 옹호하기 위해 썼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De Rerum Natura)』를 인용하며 ‘클리나멘(Clinamen)’이라는 개념을 소개하는데요. 우리말 번역은 보통 ‘편위(偏位)’라고 합니다. ‘편위’를 사전에서 보면 한쪽으로 치우침이라고 되어 있는데, 루크레티우스의 ‘클리나멘’에 대한 영어 번역은 ‘Swerving’으로 되어 있죠. ‘방향을 바꾸다’라는 뜻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원자는 수직 낙하운동을 하다가 불특정 시간과 불특정 공간 안에서 ‘방향을 바꾼다’는 것입니다. 모두가 평행하게 직선운동을 하고 있는 가운데 하나의 원자가 방향을 살짝 바꾼다면, 그 원자는 다른 원자와 충돌하게 될 것입니다. 이 충돌의 순간, 원자와 원자가 만나는 순간 세계에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립니다. 원자는 폭발하고 다른 원자와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 가죠.


Clinamen. '방향을 바꾸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원자와 원자가 만나면 사회에서는 분자 형식의 공동체를 이루죠. ‘원자’는 ‘개인’에 대한 메타포입니다. 원자(atom)는 그리스어로 ‘자를 수 없다’, ‘쪼갤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영어식으로 번역하면 ‘in-dividual’(나눌 수 없는)인 셈이죠. ‘individual’. 개인입니다. 원자와 개인은 같은 의미인 겁니다.

맑스는 이 충돌의 형식을 정치적으로는 ‘계약’이라고 하고, 사회적으로는 ‘우정’이라고 합니다. 정말 탁월한 인사이트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학 시절 이후 줄곧 그런 충돌을 통해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정해진 당위의 길을 벗어나 새로운 충돌을 하는 원자에 대해서 줄곧 고민해왔습니다.

칼 맑스 박사학위논문, 고병권 역, <데모크리토스와 에피쿠로스 자연철학의 차이>


『본질의 발견』은 소비자들은 일정한 사고방식을 강요받는 ‘인식의 동굴’ 속에 갇혀 있고, 동굴에 갇혀있는 소비자들을 옭아매고 있는 쇠사슬을 조금씩 헐겁게 만들 수 있는 외부자(브랜더, 디자이너, 마케터 등)의 컨셉 기획이 필요하다, 그것은 업의 본질에 기반할 때 시작될 수 있다, 그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 안에 나오는 인천공항이니, 다른 사례들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불과합니다. 조금 더 효율적으로 그런 운동을 하기 위해서 BEAT라는 컨셉 공식을 소개했을 뿐, 기획의 방식은 각자의 몫이라는 게 제 생각이었고요.

반면, 이번 『기획자의 습관』에서 전제하고 있는 세계는, 동일성이 영원히 반복되는 ‘오늘’이라는 세계, 원자가 직선이라는 방향으로만 운동하는 세계, 그래서 늘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그런 세계입니다. 그런 시공간에 놓인 우리들은 ‘오늘’로 상징되는 동굴 속에 갇혀 있고요. 사실 『본질의 발견』은 그런 우리를 메타적으로 바라보는 기획자들의 역할을 촉구하는 책입니다. 반면 『기획자의 습관』은 직선운동에서 스스로 방향을 틀어 보려는 의지, 다시 말해 ‘클리나멘’할 수 있는 의지를 이야기하고 있고, 반복되는 동일성 가운데 ‘차이’의 방향을 기획하기 위해서는 평소 일정한 방식으로 훈련된 습관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역시 그 안에 나오는 51가지의 제 생활 습관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일 뿐입니다. 저마다 편한 방식으로 새로운 기획을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기획은 기획자만의 것이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생활인들이 이미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기획은 특정 프로젝트를 위한 공식이 아니라, 일상을 관통하는 습관이다. 그리고 습관의 끊임없는 ‘진화’만이 기획을 기획답게 만들어준다. (14쪽)



책 제목이 『기획자의 습관』입니다. 기획에 관한 작가님의 관점이 제목에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 기획은 공식이 아니라 ‘습관’인가요?


앞에서 이미 말한대로 공식은 누군가의 공식입니다. 저마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살고 있는 환경도 다릅니다. 보편적인 생활양식은 있긴 하나 무척 추상적이고 살갗에 와 닿는 실제 생활 세계는 저마다 다릅니다. 생활을 대하는 무게감 역시 모두 상이합니다. 그래서 공식이 통하지 않는 곳이 많죠. 각자가 서로의 방식을 참고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그런 방식을 참고하고 일상화하는 습관이 더욱 중요하죠.루크레티우스 역시 원자가 ‘방향을 바꾸는 습관’ 안에 있지 않으면, 그냥 허공의 깊은 곳으로 추락한다고 표현합니다. ‘방향을 바꾸는 습관(Habit of Swerving)’이라고 표현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직선운동을 하다가, 누군가의 공식을 적용해서 갑자기 방향을 바꿀 수 없다는 거죠. 평소 일상을 살아오면서 꾸준한 트레이닝이 필요합니다. <엣지오브투모로우>에서 주인공이 꾸준히 연습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고 있는 그런 진득함이 있어야죠. 우린 그런 것들을 습관이라고 부릅니다.


동일한 ‘내일’이 아니라, 좀 더 다른 ‘내일’을 기획하기 위한 작은 차이의 연습은 지금 우리 생활을 다른 무언가로 바꿔준다. 이 작은 ‘차이의 습관’을 통해 우리는 생활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36쪽)



앞서 기획은 기획자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는데, 책에서도 기획은 모든 이들이 할 수 있는 사유의 한 형식이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기획자의 습관』은 전문 기획자, 마케터 뿐 아니라 생활의 의미를 발견하려는 모든 사람을 염두에 두고 쓰셨을 텐데요. 책이 어떤 분에게 읽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출판문화의 꽃은 구매입니다. 전 독자를 가리지 않습니다. 제 장모님께서도 이 책을 읽고 재밌다고 하셨으니까요. (웃음) 굳이 언급하자면, 생활을 책임 있게 살아가려는 분들, 그리고 상대의 생각을 대충대충 파악하지 않고 세상의 의미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제 책을 사랑해주셨음 합니다. 나중에 그런 분들과 함께 모여 공동 작업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기획의 궁극적인 목표는 더 나은 공동체, 더 나은 세계를 향해야 한다.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자유를 확보할 수 있는 그런 세계 말이다. (261쪽)



책에서 기획의 궁극적 목표는 더 나은 공동체, 더 나은 세계를 향해야 한다고 말씀 하셨어요. 보통 기획이라 하면 각 기업의 이익을 높이기 위한 방법론을 많이 이야기하는데, 기획의 지향을 말씀하시는 점이 신선하게 여겨졌어요. 각 기업이 아니라 공동체를 강조하시는 이유 여쭙고 싶어요.


일단 기획이라는 게 기업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기획은 원자가 직선운동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성과 감성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방향을 바꾸기 위해서죠. 다른 가능성의 세계를 찾기 위함이고요. 다른 방향을 찾는 데에는 비용과 시간, 노력이 필요합니다. 비효율적이죠. 이익을 높이는 작업에는 ‘효율성’의 논리가 동원됩니다. 하던 방식으로, 할 수 있는 능력 내에서. 기본적으로 방향을 바꾸기보다 남들이 하는 것을 모방하고 약간 더 잘하는 게 필요하죠. 약간만 다르게. 이익을 먼저 전제해두고, 기획을 논하면 원자와 원자가 만나는 새로운 충돌의 가능성을 놓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좁은 의미에서는 그런 기업 내의 활동 역시 기획에 해당하고요, 역설적이지만 제가 돈을 버는 곳도 바로 그곳이죠. 개인들은 제 기획에 돈을 쓸 여유가 없거든요. 그래서 저는 돈을 벌 때는 가급적 기업에 이익을 줄 수 있는 방식으로 기획을 합니다. (웃음) 책에서 이야기한 건 보다 넓은, 근본적 의미에서의 기획을 말씀드린 거죠.


동시대 사람들이 어떤 인식을 하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이미지 검색, 해시태그를 즐겨 이용하신다고요. 저를 포함해 많은 분이 정보 검색하면 텍스트 정보만 중요하게 여겨온 것 같아요. 이미지를 살피고 읽는 것, 왜 중요한가요?


일단 이미지는 쉽죠. 매우 고차적 이미지가 아니라면 쉽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습니다. 저희 집 아이도 이미지에 반응을 하거든요. 텍스트는 그에 반해 좀 더 어려워 보입니다. 게다가 생산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이미지를 생산하는 것과 글을 쓰는 것은 다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글을 쓰는 걸 쉽게 여기지는 않습니다. 반면, (이미지를 사진에만 국한지어 생각해보더라도) 카메라는 어린 아이도 찍을 수 있죠. 콘텐츠 생산 주체의 폭이 훨씬 넓습니다. 누구나 사진을 찍으니까요. 글은 어느 정도 여유가 있고 배운 사람들이 주로 쓰고 의견을 이끌어 왔습니다. 블로그, SNS 글쓰기가 어느 정도 저변화되었다 해도 여전히 사진만큼은 아닙니다. 그래서 다양한 관점을 보기에는 이미지, 특히 사진이 더욱 적합한 셈입니다. 콘텐츠의 생산집단이 제한적이라는 건, 누군가의 이해관계에 종속될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대중들은 그런 이해관계에서 약간은 더 자유롭죠. 그들이 생산하는 이미지는 훨씬 다채롭습니다. 물론 대부분 일차원적인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할 때도 많습니다만.

베이징의 한 거리 광고판. 광고를 보면, 광고 게재 시점에 중국대입시험 가오카오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예비 대학생들을 소비자로 유인하기 위한 광고로 보인다.



거리는 어디로 가지 않는다. 늘 그곳에 있다. 단지 조금씩 변화할 뿐이다. 그 변화의 속도와 뉘앙스를 파악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고, 이는 기획을 위한 좋은 자양분이 된다. (91쪽)



거리에서 관찰하고 트렌드를 포착하시는 습관이 흥미로웠습니다. 거리를 좋아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거리는 구경거리가 많잖아요? (웃음) 재미있고요. 정신없이 어딘가로 가야할 때는 잘 구경하지 못하지만, 보통 구경할 때는 여유가 있을 때니까, 점심 이후 산책이든, 저녁이든 많은 사람들의 패션, 걷는 자세, 간판, 풍경 등을 보는 건 재밌는 것 같아요. ‘같은 날씨인데 저렇게도 입을 수 있구나’ 하는 것도 그렇고 ‘같은 업종인데 간판을 저렇게 만들었네? ’하는 발견의 즐거움도 있고요.


마케팅 개념은 잘 알려져 있지만, 브랜드 매니지먼트라는 분야는 아직 생소합니다. 브랜드 매니지먼트는 어떤 일인가요?


그럴 겁니다. 역사가 오래되지 않아서요. 브랜드는 마케팅이라는 개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안되고 이론화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브랜드 마케팅’이라는 표현을 쓰곤하는데요. 애시당초 ‘브랜드 마케팅’이라는 표현은 원래의 의도를 잘 살리지 못한 표현이죠. 어떤 관점에서는 틀린 표현이라고 할 수도 있고요. 브랜드를 그저 마케팅(4P, Product, Place, Promotion, Price)의 수단인 ‘상표’ 따위로 취급하려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런 관점에서는 브랜드를 보다 포괄적인 철학적 바탕에서 성장하는 무언가로 보지 못하고 단기 이익에 봉사해야할 상표 정도로 간주하죠. 장기적 관리가 필요한 무형 자산이고, 그 무형 자산은 유형의 것에까지 영향을 미치는데요, 기업에 비유하면, 상품의 실체, 조직의 운영방식, 고객을 대하는 태도, 회의 방식 등 모든 것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브랜드는 단지 포장지에 각인되는 이름이나 디자인이 아니라, 그리고 소비 접점에서만 경험되는 디자인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기업의 철학, 거래처를 대하는 태도, 투자자를 대하는 태도, 공장 관리/운영 방식 등에도 기준점을 줄 수 있는 근본 가치로 지속 관리해야 합니다. 브랜드의 정신이 유지되고 발전하고 있는지를 지속 검토하고, 그것이 조직,상품, 직원 교육 등의 구체적인 운용방식에 적용되고 있는지를 검토하는 게 브랜드 매니지먼트입니다. 물론 고객들이 자기 브랜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작업도 포함되고요.
  

세계를 해독하고, 의미를 만들어내는 일에 많은 관심을 갖고 계신 것 같아요. 언어학을 전공하고, 브랜드를 기획하는 직업을 갖게 된 동기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실제 그런가요?

사실 브랜드 작업을 계속 하고 있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지만, 시작은 반드시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그냥 ‘언어학’ 전공자를 모집하는 곳에만 지원해왔었습니다. 그 전에는 작은 신문사에서 기자 생활을 했었고, 이후 언어학 전공자를 모집하는 한 브랜드 회사에서 ‘네이머’로 일을 하게 된 거죠. 반드시 브랜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습니다.


공익브랜딩네트워크, 매아리. 올해로 9년차가 되었다. 사진은 '몽땅깨끗한강' 프로젝트 회의 모습



공익브랜딩네트워크 매아리 활동도 궁금합니다. 매아리를 시작하신 계기가 있었나요? 매아리 활동을 하시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 때는 언제였는지도 궁금합니다.


주변에서 다들 안 믿으시던데…. (웃음) 전 직장에 있을 때 한 후배 여자 동료가 주말에 봉사활동하자고 제안했던 게 생각의 시작이었습니다. 그 친구는 지금 카카오 그룹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증거도 있습니다. (웃음)
기왕 봉사활동을 할거면, 우리가 잘하는 일로 해 보자고 한 거죠. 그런데 회사 동료들은 결국 아무도 참여 안했어요 (웃음) 일도 힘든데, 그 일을 봉사로 하긴 싫었던 거죠. 결국 외부에서 사람을 모아서 시작하게 됐고 , 지금까지 8년째 지속하고 있습니다.

매아리는 ‘매일 부르고 싶은 아름다운 이름’의 약어입니다. 처음에는 복지단체 위주로 후원금 모금을 활성화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일로 시작했습니다. 이후에는 미혼모자 지원 관련 일도 했었고, 이건 네이버 메인에도 올라갔었어요.. 지하철 독서 캠페인(‘책읽는 지하철’), 캐나다 한글 캠페인, 최근 쓰레기 무단투기 방지 캠페인(‘몽땅 깨끗한 강’, NHK에 소개됐고요..) 같은 시민 주도 캠페인들을 지원하는 일도 진행했습니다. 지금은 한 발달장애인 지원을 위한 사회적 기업과 새로운 사업을 준비중에 있고요.

아무래도 가장 보람있을 때는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았을 때입니다. 그냥 그게 다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분들이 우리가 만들어드린 캠페인이나,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아끼면서 사용하실 때가 가장 좋습니다.



마찬가지로 책은 성공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관이다. 책을 통해 우리는 저자가 바라본 세계와 교류할 수 있다. 이 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다양성, 기기묘묘함들을 경험하게 해주는 독서는 그 자체가 목적이어야 한다. (143)



작가님은 책이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이 말씀을 하시는 이유가 책에도 가성비, 효용을 따지는 시대에 우리가 책의 본질을 잊고 있기 때문 아닐까 생각했어요.


네. 책의 본질을 잊고 있는 것 같아요. 독서를 통해 성공으로 가야겠다는 방향을 문제시한 거에요. 『기획자의 습관』에서 꼬집고 싶었던 건, 책을 통해 바로바로 성과를 내려는 사람들의 욕망, 그런 조급함을 이용해먹는 출판사와 일부 저자들입니다. (그들이 돈을 많이 벌어서 배가 아픈지도 모르겠습니다. 웃음) 그런 행태는 진득하게 세계의 방향을 읽고 무언가 일관성 있게 구축해가는 흐름을 방해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독서가 목적이어야 한다는 건 강조 차원의 표현입니다. 독서에만 꽉 막혀 세상과 단절한 분들도 많거든요. 전 그럼 삶을 지향하지 않습니다. 그 분들에겐 정말 독서가 목적인 거죠. 하지만, 독서를 통해 다른 세계관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독서 역시 수단적 성격이 강합니다. 지적하신대로 비슷한 이유로 책을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만 보지 말자고 했던 것입니다.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출판문화의 꽃은 구매입니다. (웃음)
많이 사주시고요.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
당신의 生이 이미 멋진 기획 안에 있습니다.
우리 따로, 또 같이 이 같은 시대를 멋지게 버티면서, 멋지게 방향을 틀어봅시다.
주제 넘는 말인 듯 하나,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고맙습니다.



최장순


크리에이티브디렉터
엘레멘트컴퍼니(LMNT COMPANY) 대표
플러스엑스(PlusX) 전략 자문 이사

고려대 언어학 전공.
주로 기호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지난 10여 년간 GUCCI, 인천공항, 현대건설, CU, CJ, 대한축구협회, 삼성전자, LG, 현대자동차, 롯데시네마 등 국내외 유수 기업의 브랜드 전략 및 철학, 네이밍, 디자인, 인테리어,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브랜드 매니지먼트 등을 컨설팅해왔다.  플러스엑스와 함께 텐센트비디오, 왕이카올라, 알리페이, 블루홀의 BX(브랜드 경험) 전략을 자문했다. 2017년, 『본질의 발견』을 썼다.


kevin@lmntcompany.com



| Editor - 송보배

10rim@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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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순(崔章淳)

<본질의 발견(2017)>, <기획자의 습관(2018)>을 썼다. 브랜드라는 소비 사회의 언어를 통해 공동체 삶의 회복을 꿈꾸는 이상주의자이며, 앞으로는 철학을 소비해야만 하는 시대가 올 거라 믿는 아웃라이어이다.


| 엘레멘트컴퍼니(LMNT Company) 대표

| 플러스엑스(PlusX) 전략 자문 이사

| 공익브랜딩네트워크 매아리 설립자

| www.lmntcompany.com

| 업무 메일 : kevin@lmntcompany.com

| 개인 메일 : brandiato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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