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기획자의 습관>을 썼다

짤막한 출간 이야기

2018.5.21

엘레멘트컴퍼니 대표 / 플러스엑스 전략 자문 이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최장순


2017년.

첫 번째 책은 <본질의 발견>이었다.
첫 책이라 쓰는 데 오래 걸렸다.
수년 간의 프로젝트 가운데 몇 개를
골라 기록하고
브랜더로서 인식의 왜곡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하나의 '태도'를 제안하는 책이었다.
감히, '본질'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사진 : 전우성 29cm 책임 디렉터님의 페이스북에서 펌/ 사진이 좋아서 :-)


두 번째 책은 <기획자의 습관>.
세부 내용을 기획한 것은 나지만,
제목 그대로 주제를 제안해주신 건
#홍익출판사 #송혜선 팀장님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녀의 직관은
정말 탁월했고 이를 컨펌해주신 주간님의

판단도 정확했다고 본다.)


사진 : 정상훈 플레이스호텔 매니저님의 페이스북/ 멋진 사진 감사합니다. :-)


송 팀장님의 제안을 받고 나서 바로 물었다.


"왜 전가요?"


감사하게도 <본질의 발견>을 읽으셨고,
그래서 이 기획에 적합하다고 생각하셨다 한다.

한 이틀은 고민했던 것 같다.
(사실 일하기 정신이 없어서
실제 고민하는 시간은 많지 않았지만.)


'기획자의 습관을 내가 쓸 깜냥이 될까.'
'나 보다 훨씬 훌륭한 기획자들이 넘쳐나는데,
내가 써도 되는 걸까?'


두 가지 고민을 제외하고는
무조건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질의 발견>에서 '그들'을 묶고 있는
쇠사슬을 보다 헐겁게 해주자는
주장을 펼쳤다면,
<기획자의 습관>에서는
쇠사슬을 벗어나고자 하는
일상적 습관을 축적해
'그들' 스스로가 쇠사슬을 헐겁게
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

글쓰기 톤앤 매너 ;
매우 어렵지 않고 평이한 방식으로.
가급적 대단해 보이지 않게. 하지만,
너무 원칙도 없고 깊이도 없는
유행 같은 건 배제하고.

되도록이면, 사람을 공부하는
이론적 근거들로 설명될 수 있는
습관으로 국한해서.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정말 내가 자주 반복하는 습관들로만
기술할 것.



프로젝트로 너무 정신이 없어서
책에 대해서는 거의 고민하지 못하다가
4개월 동안, 간헐적인 고민을 반복했다.

'내 습관이 뭐가 있지?'

'아파하는 것과 아파하는 자신을 보는 것'이
다른 것처럼, 일상적으로 내가 어떤 습관을
행하는 것과 무슨 습관이 있었는지
정리하는 것은 매우 달랐다.
정리가 되지 않았다.

나에 대해서 매우 조심히,
유심히 관찰해야만 했다.

그렇게 4개월간 내 습관들을 관찰하고
다시 정리했다.
그리고 드디어 습관의 목차를 만들었고,
목차 1차본을 송 팀장님에게 전달했다.

이후 피드백. 두 번 정도의 수정.
수정은 그리 많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출판사에서 매우 많이 배려해준 듯 하다.

목차가 통과되고, 넋놓고 있었다.

1월 중순 즈음에는 초고를 내야 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내 생활이 늘 그렇듯
몰려드는 프로젝트들 때문에
글을 쓸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브랜딩 프로젝트를 해야
나와 내 동료들의 생계가 유지되니까,
언제나 프로젝트가 늘 우선순위에 있다.
(좀 더 다른 방법을 찾을 때도 된 듯 한데,
여전히 브랜딩을 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
스트레스도 있고, 힘들 때가 더 많지만.)

'다음 주부터 쓰자'고만 생각하다
어느 덧 1월이 다 됐다.

큰일났다.  

샘플 원고 몇 장만 출판사에 보냈던 터라,
300페이지 분량을 채우려면
정말 집중할 시간이 필요했다.
(다행히도 판형이 살짝 작은 편이라,
원고량이 기본 판형보다 훨 적었다.)

회사에 1주일 휴가를 냈다.
아침에 눈 뜨면 글을 쓰고,
컴퓨터 앞에 앉아 대충 밥 먹고
잠시 일어나 몸 풀고 다시 글쓰기를 반복했다.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일주일간 친정에 가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글쓰는 게 불가능했을 거다.

그렇게 꼬박 8일이 걸려 초고가 완성됐다.

1월 중순.

원고 교정, 내지 편집 과정을 거쳤다.
사진을 넣자는 기획은 편집부의
제안이었다.
 
난 약간의 생각을 더해 텍스트의
맥락에 부합하는 사진들로 간추렸다.

평소에 핸드폰에 저장해뒀던 사진들을
책에 실었다.

평소 읽었던 책, 메모, 공부 노트, 회의 장면, 기록 사진 등을 책에 함께 실었다.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인 것은 표지 디자인이다.

나의 까다로운 생각 때문에
디자인팀에서 고생을 많이 했다.
디자인한 시안만 십수 개에 달했다.
#황아영 팀장님과 #한혜주 디자이너께서
고생을 많이 하셨다.

결국 결과는 노력과 시간을 배신하지 않는다.
마음에 쏙 드는 디자인이 나왔다.

몇 개의 표지 시안들. 타겟 독자들의 니즈에 가장 적합한 시안이 무엇일지 오랜 시간 논의하고, 컬러, 모티브 등 디자인 방향성을 합의했다. 고생한 디자인팀. ㅠ


몇 주간의 논의 끝에
마음에 드는 표지 디자인 결정.


띠지를 입혔을 때의 디자인. 모눈종이 위를 탐험하는 저 잠망경을 보라. #황아영 팀장님, 고생하셨어요!!!


띠지를 벗겼을 때의 디자인. 내가 몸담고 있는 #엘레멘트컴퍼니의 홈페이지에 둥둥 떠 있는 우주인이 연상되는 표지


새로운 창업을 할 때 급하게 혼자 만든 페이지. 홈페이지에는 문의 메일을 보내는 기능 밖에 없다. www.lmntcompany.com



이제 출간한지 12일이 지났고

5월 8일 발행 후 1주일만에

2쇄를 찍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현재는 예상치 못하게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국내 전체 도서 중 34위

자기계발 도서 중 5위에 랭크돼 있다.

(교보문고, 주간베스트)


<본질의 발견>에 비하면 예상치도 못하게 엄청 빠른 속도로 판매되고 있다. 그만큼 기획이라는 분야에 대해 관심이 많은 듯.

책을 만드느라 고생하신
홍익출판사의 편집팀과 디자인팀,
주간님, 대표님께 감사한 마음이다.
그리고 책을 읽고 추천해주신
많은 분들께도 고마운 마음이다.
더 많은 분들이 읽고
생활의 기획에
동참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획은 소수의 직업인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메뉴를 고르는 일,
청소의 순서를 정하는 일,
옷을 고르는 일,
대화를 나누고,
상대를 바라보는 일.

그 모든 것이 기획이다.


'기획의 일상화'라는 생각이 공유되고,
많은 이들이 기획을
부담스러워하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기획을 공식으로만
이해하는 태도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공식과 프로세스는 조직적 사고에서
필요할 때가 많다. 일률적 성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세계는 다르다.
일상은 그 보다 더 많은 변수를 갖고 있고,
더 많은 공식 너머의 가능성을 담고 있다.
삶의 질을 높이려는 모든 순간에서
공식이 무의미할 때가 많은 것이다.
(물론 공식이라는 건 생활에 많은 참고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은 공식이 아니다.
기획은 바로 우리의 생활이며,
당신의 生이
이미 멋진 기획 안에
놓여 있음
알아야 한다.

당신은 이미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멋진 기획이다.


덧.


01 아직 뵙지는 못했지만, 지금 고생 많이 하고 계실

마케팅부의 #송영우, #차윤수님,

홍보마케팅팀의 #박치은, #조은주님께도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02 조용히 앉아 '판매량과는 상관없는 척'

폼이나 잡고 있고 싶었지만,

고생하시는 마케팅부와 홍보마케팅팀의 수고를

조금이라도 덜고자 몇 자 적습니다.


출판 문화의 꽃은 구매입니다.

구매는 당신을 교양인으로 만듭니다.

:-)


사진 : 홍익출판사




매거진의 이전글 <기획자의 습관> 왜 썼냐구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