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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디자인과 인간다움

AI 디자인 툴, MidJourney로 디자인해보다

1. 

자연언어처리를 통해 스스로 언어를 학습하고 글을 쓰는 AI는 학부시절(나는 98학번임)부터 이미 익숙히 알던 개념이어서 그러려니 했었다. 4학년 때는 짧게나마 ‘Text-to-speech’, ‘Speech-to-Text’를 연구하는 TF에 참여하여, 언어학이 어떻게 필드에 적용되고 있는지 관찰했던 터라, 인공지능이 글을 생산하고 이해하는 능력은 곧 인간을 넘어설 거라 믿어왔다. 하지만, 회화, 예술, 디자인의 영역은 여전히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2019년 내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게 됐다. 명섭이형과 알리페이 리브랜딩차 중국에 갔을 때, 알리페이 직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이미 카피라이팅 뿐 아니라, 배너 디자인, 사진, 광고도 AI로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글과 말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차적으로 이해된다. 글을 쓸 때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서대로 쓰게 되고, 이해를 할 때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서대로 이해하게 된다. 말과 글은 직선적이다. 한 방향으로만 전개된다. 왼 쪽에서 오른 쪽(한국어, 영어 등), 혹은 오른 쪽에서 왼 쪽(아랍어, 히브리어 등). 한 단어를 이야기한 후에 다른 단어를 이야기하듯, 언어는 시간에 예속되어 출현한다. 하지만, 회화는 어떠한가? 회화는 직선을 거부한다. 한 방향으로만 생산되지 않는다. 이해 역시 마찬가지다. 언어 문장 구조를 분석하듯 순서대로 이해되지 않는다. 회화는 순식간에 다가오고, 한 번에 포착된다. 물론 분석을 위한 감상을 하다 보면, 회화의 시각 언어 요소들을 하나씩 뜯어보며, 글을 대하듯 분석하게 되지만, 일반적으로 줄글로 써내려가는 문장의 생산/이해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생산 이해된다. 그래서 개념 뭉치를 어휘 중심으로 연결, 문장 단위 중심으로 연결하며, 맥락을 모방하고 만들어온 인공지능이지만, 회화/ 예술/ 디자인의 영역에서는 인간의 창조력을 모방하기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완벽한 오산이었다. 


2.  

‘미드저니(MidJourney)’의 작동방식은 의뢰자와 생산자의 관계를 모방했다. 의뢰자, 즉 클라이언트 혹은 디렉터가 ‘세기말 분위기’, ‘스피노자의 사과나무’, ‘뉴욕 배경이면 좋겠어’, ‘르네 마그리트풍으로 그려볼까?’ 등등의 주문을 하면, “사람” 디자이너는 각각의 단어를 이해하기 위해 스터디하고, 유사한 것을 피해 보다 차별적으로 그려보고자 노력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1차 드래프트를 완성하고, 피어리뷰(Peer Review)를 통해 최종 산출물을 결정짓는다. 미드 저니의 작동방식도 마찬가지다. 


[1] 앞서 사람이 그렸을 ‘세기말 스피노자의 사과나무’를 상상하며, 미드저니에 입력해봤다. 그 결과 나온 이미지를 공유해본다(나는 이 스케치 ‘작품’을 “마지막 뉴욕의 스피노자”라고 이름지었다. 하지만, 저자를 ‘최장순’으로 해야 하나? ‘미드저니’로 해야 하나? 잠시 혼란에 빠졌으나 애플의 영리한 표기를 따라했다. Designed by Choejangsoon, Producted by ‘MidJourney’ ; 2022.09.20). [명령어 : /imagine prompt: the end of the world, spinoza, apple tree, ghost village environmet in the city, night time, detailed and intricate environmet, isac newton, art by rene magritte, edward hopper, matte painting, sharp focus, hyper realistic] *기계는 이 시간에도 계속 학습을 하며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AI 디자인 작품은 생산 날짜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제 디자인도 제조상품처럼 관리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2] 대학 시절 푹 빠졌던 일본 망가 ‘아키라(AKIRA)’의 감독 오토모 카츠히로(Katsuhiro Otomo)가 나이키 신발을 디자인한다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졌다. 키워드 조건을 상세히 입력할수록 Ai가 판단할 때 도움이 될거라 생각해서 부수 키워드를 함께 입력했다. [명령어 : /imagine prompt: nike, air jordan, in the forest, alien, art by katsuhir otomo, hyper realistic, concept art --ar 16:9]


[3] 아들이 하도 이야기해서 베놈과 배트맨을 더해봤다. 이제는 이렇게 기획하는 것 자체를 디자인으로 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몇 년 전 ‘조영남 사건’을 다시 해석할 수 있는 기술적 환경이 열린 셈이다). [명령어 : /imagine prompt: combine venom with batman, ultra hyper realistic]


[4] 아직 여러 시각 요소(Visual Element)에 대한 학습은 많이 진행되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이순신(Yi Sun-sin)’을 그려달라고 부탁하면, 이상한 왜색짙은 여성의 얼굴이 디자인된다. ‘이순신’에 ‘왜색’이라니.. 기분이 안좋아졌다. 아직은 전 세계 문화권, 역사, 인류학적 차원에서 이미지 수집과 이미지를 텍스트로 번역하는 작업이 많이 진행되진 않은 것 같다. 



3.   

다른 사람들의 디자인과 명령어를 살펴보면서, 명령어가 촘촘할수록 디자인이 정교화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디자인은 ‘언어’의 수준과 깊이에 따라 좌우되고 있었다. 앞으로 점점 더 그러할 것이다. AI 디자인은 감성적 만족감을 제공하지만, 생산의 차원에서는 순전한 이성적 기제로 작동된다. 로고스에서 시작해서 파토스로 귀결된다. 로고스와 파토스의 간극을 잘 이해하고 메울 수 있는 관점과 훈련이 필요하다. 이런 역량을 높이는 사람들이 더욱더 귀해질 것이다. 


4. 

‘미드저니(MidJourney)’. ‘여행중’, ‘여행하는 가운데’ 정도로 의미를 볼 수 있겠다. 인공지능 여정의 도착지는 어디인가? 아직 미완의 어린이같은 인공지능 툴 하나를 써봤을 뿐인데, 기계는 인간의 영역을 통째로 모방하고 더 나은 생산물을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두려움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또 다른 가능성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나는 일론 머스크(elon musk)와 같은 비관론자들을 썩 좋아하진 않는다. 일론은 이 행성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이 만들 인류세의 모습에 대해서도 아포칼립스적 수준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한 비관적 관점으로만 AI문제를 해석하면 “이제 디자이너는 뭐하나?” 정도 수준의 한탄만 늘어놓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인공지능이 작동되고 효과를 주는 바로 이 지점, 로고스와 파토스 사이에서 인간이 할 일을 찾아야 한다. 맥락을 재조정하고, 그 진정한 의미를 해석해줘야 한다. 표면적으로 동일해 보이는 시각 기호의 의미가 처음 어떻게 생산되었고, 변형되어왔는지 인류 스스로에 대한 역사적 연구가 강화되어야 한다. 그렇게 인문학의 시대는 역사학의 시대, 인류학의 시대로 접어들 것이다. 


5.   

DX(Digital Transformation)라는 개념의 주가가 오르고 있다. DX를 기계-기계, 기계-사람 커뮤니케이션을 극한으로 밀어부치는 경험 창출 과정으로 간주할 수 있다면, 디지털의 딜레마는 DX가 진행될수록, 인간적 가치의 주가가 오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세련되고 완성도 높은 디지털 경험은 ‘가장 인간적인’ 경험이어야 한다. 궁극의 디지털 경험은 궁극의 아날로그 경험이어야 하는 역설이 열리게 된다. AI의 커지는 영향력을 보며 우리는 AI가 지속적으로 모방하고 역전을 시도하려고 하는 바로 그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연구, 토론, 재정의해야한다. 인공지능은 스스로가 새로운 인간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다. 그러한 궁극의 방향에서 우리 인간 종은 함께 진화할 방향을 모색해야 멸종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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