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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딩유망주 Jun 27. 2021

10. 공항에서 밤을 새운다고?

[#3 애틀랜타]

프로젝트의 목표 중 한 가지는 이 여행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후배들도 쉽게 따라 해 볼 수 있는 문화로 남기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5명이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분명 각자의 역할이 필요했다. 그렇지만, 어린 시절부터 많은 시간을 보내온 친구들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동시에 그에 맞는 책임감을 요구하는 건 어려웠다. 돌이켜보면, 수평적인 관계를 지키면서도 프로젝트를 진행시켜야 했으니, 리더로서 희생한다는 게 무엇인지를 조금은 경험한 시기였다.


일정 중 가장 중요하게 여긴 부분은 하루의 시작과 끝이었다. 매일의 시작을 성경 읽기와 기도로 열었고, 끝은 그날의 감사 제목을 나누는 것으로 맺었다. 우리는 각자의 빈칸을 스스로 발견하고, 이를 채우려 했기에 고민과 생각을 나누는 게 중요하다고 믿었다. 나는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고, 일정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진행시키는 데 집중했다. 하람이는 전체적인 예산을, 준호와 용빈이는 매일의 아침 나눔과 저녁 나눔을, 그리고 지웅이는 사진 촬영을 담당했다.


매일 아침 고민했던 질문, '우리의 빈칸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샌프란시스코 다음으로 방문할 곳은 옥영우 선배님(조지아공대 박사)이 계신 애틀랜타였다. 애틀랜타로 가기 위해서는 라스베이거스를 경유해야만 했다. 우리는 사전에 충분한 시간을 고려해, 공항에 3시간 일찍 도착했다. 그리고 라스베이거스행 게이트 앞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예기치 않게 일어났다.


기상 이변으로 라스베이거스행 항공편이 연착된 것이다. 이 말은 그곳에서 애틀랜타행 비행기를 환승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했다. 원래 충분히 환승하고도 남을 시간이었지만 상황은 반전되었다. 애틀랜타에서 픽업할 차량 예약시간과 옥영우 선배님과의 약속 시간 등 많은 계획들이 꼬였다. 무엇보다 애틀랜타행 비행기를 못 탄다면, 라스베이거스에서 묵을 숙소나 다음 비행기를 예약해야만 했다. 최악의 경우는 공항에서 하룻밤을 지새우는 것이었다.


곧바로 항공 예약 대행사에 연락했다. 만약 우리가 비행기를 놓치게 된다면, 환불이나 다른 비행기를 예약해줄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다음으로는 친구들을 불러 대책을 세웠다. 우리가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하게 된다면, 팀을 2개로 나누어 움직이자고 제안했다.


A팀의 역할은 나와 지웅이로 구성되어, 곧바로 체크인 카운터로 달려가 5명의 환승 수속을 밟는 것이었다. (이는 어쩌면 비행기를 잡아둘 수 있지도 않을까라는 무모한 생각이었다.) B팀은 준호와 하람이 그리고 용빈이로, 수화물 장소에서 우리의 짐을 카운터로 챙겨 오는 것이었다. 미국 유심을 가지고 있던 나와 준호는 진행 상황을 계속해서 서로 공유하기로 했다.


연착되었던 비행기는 무사히 라스베이거스에 착륙했다. 우리는 마치 올림픽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과 같았다. 출발 경적과도 같은 안내 방송이 나오는 순간, 두 팀은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준호, 수화물 다 찾았나?"
"병호, 우리는 거의 다 찾은 거 같은데? 지웅이 가방만 찾으면 될 것 같다."
"다행이네, 우리는 지금 줄 서고 있는 중이다. 찾으면 바로 뛰어 올래?"


환승시간이 얼마 남아있지 않은 상황 가운데, 비행기에서 미리 적어둔 글을 최종적으로 확인하기 시작했다. 부족한 나의 영어 스피킹 실력으로는 승무원에게 우리의 상황을 정확히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았기에, 앞서 글로 적어두었던 것이다.


"Excuse me, I have something to show you. Would you please read it?"

승무원에게 곧바로 핸드폰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친구들이 오고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말을 덧붙였다. 다행히 친구들도 짐을 빠르게 찾아냈다. B팀은 시간 안에 도착했고, 간발의 차로 우리 모두는 애틀랜타행 비행기에 무사히 몸을 실을 수 있었다.


팀워크를 확인할 수 있었던 곳, 라스베이거스



뉴욕 리디머교회의 팀 켈러 목사님은 지혜로워진다는 말은 남이 한두 가지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여러 개의 선택 방안과 행동 노선을 인지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여행 중 만났던 여러 문제들은 지혜를 추구하는 삶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해 주었다. 또한, 문제는 결국 그 자체가 아닌 대처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경험들은 1년 후인 2018년, 영국으로 떠날 수 있는 용기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승무원에게 보여준 당시 메모]
Excuse me, We have to do transfer to Atlanta at PM 9:45 (Frontier F1456, gate: D24). We will find our claims and put claims to Frontier air-plane seperately. We should take this air-plane for meeting our teacher.

Would you help me, p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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