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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표 Mar 22. 2021

개발은 하나도 모르지만요

만들고 싶은건 있는 분들을 위한 5가지 팁

"문송합니다"는 "문(과를 나와서 죄)송합니다"의 의미인데, 이과생을 우대하는 취업시장에서 비롯된 말이다. 가뜩이나 얼어붙은 취업시장에서 문과를 나왔다는 건, 지금 바로 써먹을 만한 일꾼은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는 다행히 문과에서는 취업시장에서 그나마 박대받지는 않는 경영학과를 졸업하였으나, 역시 요즘 가장 핫한 "개발"이나 "코딩" 관련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무슨말인가요 이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로 만들고 싶은게 있다는건, 완전한 레몬시장에 들어가는 기분이다. (*레몬시장- 구매자와 판매자 간 거래대상 제품에 대한 정보가 비대칭적으로 주어진 상황에서 거래가 이루어짐으로써 우량품은 자취를 감추고 불량품만 남아도는 시장을 말한다, 지식백과) 물론 이 시장이 실제로 불량품이 가득한 시장은 전혀 아니다. 그렇지만 내가 쥐는 건 지불하는 비용에 비해 불량품인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 나는 이 시장과 상품에 대해 아무 정보가 없지만 상대는 꽉 쥐고 있는 상태, 그저 평균값보단 낮게 지불하고 싶은 마음, 그렇지만 평균값의 감조차 잘 모르겠는 기분이 레몬시장을 만든다.

내 기분이 만든 레몬시장

예비창업패키지에 선정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이 시장에 들어가볼 수 있도록 시스템 개발 지원비를 받았다는 점 이었다. 잘 몰라도, 부담 없이 알아보고 만들 수 있겠다는 약간의 뒷백이 생긴 셈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수많은 의문들이 남아 있었다. 살면서 단 한명도 보지 못한 개발자는 어디서 찾아야하지? 얼마나 드려야하지? 어떻게 말해야 내가 원하는 정도까지 구현이 되지?


6개월간 창업의 세계에 발들이며 확실히 배운 점은 "걱정하고 두려워할 시간에 일단 뭐라도 발을 떼자"였다. 그래서 가장 처음 했던건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기였다. 그렇지만 물어본다하더라도 내가 뭘 만들건지 정리는 해야했고, 그래서 참고한건 "나라장터"였다. 물론 나라장터에 올라온 개발은 기관에서 의뢰한 과제들이 많아, 매우 방대하거나 몸집이 커서 비용의 단위가 달랐지만, 적어도 표준계약서나 과업지시서 양식을 익힐 수 있었다. 그리고 찾다보니 매년 업데이트되는 소프트웨어개발자 기준 노임단가도 알게되었다. 그렇게 모은 누더기 지식들로 한장한장 작성해서 전달드렸지만, 결과는 "바쁘다"는 답변뿐이었다.

닿지않을듯 닿을듯 중개플랫폼

그래서 결국 고민하다가 선택한 건 "개발자 중개 플랫폼 서비스"였다. 수많은 이용 후기만큼 불만 내용도 많았지만, 다른 선택지가 마땅히 있는 것도 아니었다. 과업지시서를 바탕으로 다시 원하는 웹사이트 및 시스템 기능을 정리하여 포스팅했다. 단 1주일만에 10개가 넘는 개발업체로부터 자신들의 관련 포트폴리오를 첨부한 연락을 받았다. 그 중 우리와 비슷한 시스템을 개발한 경험이 있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약속한 업체와 중개 플랫폼 코디네이터를 사이에 두고 계약을 완료했다.


물론 계약 이후에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생각도 사고도 많았지만, 결국엔 원하는 방향으로 개발을 마무리하면서 느끼는 것은 분명했다. '개발을 영 모르는 사람에게 개발자 구하기란 레몬시장에 발들이기가 맞다' 라는 것. 그렇지만 더 큰 깨달음은 '내가 만들고 싶은게 명확하고 누더기로라도 그걸 표현할 수 있다면, 어떻게든 만들어내게 할 수는 있다는 것'이었다. 나의 경우는 PPT, 엑셀, 아임웹, 타입폼까지 동원했는데 이런 삽질의 경험들이 혹시나 도움 될까 싶어 5가지 팁으로 정리하여 공유한다.

삽질의 기록

1. 간단한 회사 소개페이지나 쇼핑몰은 직접 만들수 있다.

윅스, 아임웹, 식스샵 등 너무도 쉽고 간편하게 웹사이트를 만들고 기능할 수 있는 서비스가 많아졌다. 자신이 만들고자하는 웹사이트가 비교적 간단한 것이라면, 직접 만들어보자. 만들고자 하는 사이트 형태나 중요한 부분들에 따라  어디서 만들지 다르겠지만 일단 나는 아임웹으로 만들어봤는데, 굉장히 쉽게 구현할 수 있었다. 만들다보면 어디서부터 진짜 개발이 필요한지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2. 엑셀로 로직은 분명하게 만들어두자.

개발과 코딩은 1도 모르지만, 그래도 근간엔 명령문이 있다. 일반인이 가장 쉽게 조건과 명령문을 다룰 수 있는 툴은 엑셀이다. 원하는 조건과 결과를 엑셀로 정리해두면 적어도 "뭘 만들고 싶으신 거에요?"라는 질문은 안받는다. 그리고 내가 로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으면, 추가 비용과 개발시간을 줄일 수 있다. 개발은 특성상 A 과정 완료 후 B과정 개발, 그 후 C과정 개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C 개발하고 있는데 A수정해달라고 하는 오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충 느낌으론 안됩니다. 꼭 모아두세요!

3. 내가 원하는 모습을 구현하는 툴, 벤치마킹 사이트를 모아두자.

디자인적인 느낌뿐 아니라 세부적인 것이라도('적립 버튼에 빛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비추도록 해주세요' 같은 것) 내 웹사이트에 구현하고자하는 모습이 있다면, 캡쳐와 더불어 url을 모아두자. 내 머릿속엔 A가 바로 떠올라도, 막상 설명하자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자가검진이 어느정도 진행되었는지 보여주는 막대그래프의 진행형태, 추가 구매 제안은 아래에서 올라오는 형태로 팝업되는 모습 같은 것들 말이다.

아무래도 자가검진 설문을 진행해야했던 나는 다양한 서베이툴을 둘러보아야했다. 구글독스로는 도무지 구현이 어려운 복잡한 형태도 있었고, 좀 더 친절하게 설문을 진행하고 싶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타입폼"이라는 외국서비스를 찾았는데, 딱 내가 원하는 형태의 모습들이 구현되어있었다. 이렇게 서비스들을 둘러보고 기준점이 생겼다면, 캡쳐하고 정리해서 전달하면 된다. '느낌적인 느낌'은 개발뿐 아니라 모든 외주에서 비효율을 부른다.


쇼핑몰 하면 생각나는 기능은 다 구현가능

4. 기본적인 쇼핑몰의 기능들은 어드민사이트가 있으니, 개발 의뢰 시 꼼꼼하게 챙길 것도, 수정요청도, 비용이 많이 들 것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재고가 없을 때 품절처리가 되게 해주세요' '새로운 상품은 신상품 마크를 붙이고 싶어요' '제품 사진이 2장이상 보였으면 해요' '가격 나중에 수정해야하는데 어떡하죠' 같은 것들도 다 의뢰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흔히 인터넷쇼핑몰에서도 볼 수 있는 기능들은 웬만해서는 매뉴얼이 갖춰진 어드민 사이트에 있다. 추가 개발비에 대한 부담도 적다.


5. 개발 중개사이트는 장단이 분명하다. 너무 피하지도, 너무 기대하지도 말자.

개발 의뢰 중개 사이트에 대해선 리뷰가 극명한 편인데, 써보면 그 리뷰들이 모두 맞는 말임을 깨닫게 된다. 장단이 정말 분명하다. 단점부터 이야기하자면, 아무래도 중개수수료가 낀 가격이다. 그리고 아무리 중개사에서 챙겨준다 말해도, 결국엔 우리회사 직원이 아니기때문에 내가 개발사에 직접 물어보고 푸시하지 않으면 늘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분명한 장점도 있다. 내가 원하는 견적이 무리한 선이 아닌지 확인할 수 있고, 계약과정 진행 및 소소한 부분 조율도 확실히 해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개발언어는 뭘로 해드릴까요?'라는 질문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는 나를 위해 프로젝트에 맞춰 알아서 조율해준다)

너머에 무엇이 있는진 모르지만 일단 가보자

물론 가장 좋은 건 좋은 개발자 인맥이 있고 같이 창업하는 것이다. 이 글은 그저 그렇지않더라도 솟아날 구멍이 있긴 하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렇게 분주한 삽질 끝에, 어찌어찌 우리 서비스도 론칭을 코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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