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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표 May 09. 2021

일하는 거 재밌나요?

그게 말이죠.....

멘토링 해주시는 VC(벤처캐피탈리스트)분과 한 달에 한번 만나, 그간 사업 진행 업데이트도 하고 피드백도 받은 지 벌써 6개월이 되었다. 그날도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물어보셨다.


"요즘 일하는 거 재밌나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분명 재미는 있는데, "네"라는 대답이 나오질 않았다. 물론 재미만 있는 일이 어디 있겠냐만은, 그럼에도 창업은 정말이지 고통이 따르는 일이다.

싸늘하다..

그렇지만 그래도 그동안은 숨이 턱 막혀 바로 대답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왜 재미만큼 고통이 커진 걸까.


나는 불편한걸 어떻게든 빨리 해치우는 성격이어서, 시제품을 출시하기 전까지 주변을 푸시했다. 제조사, 디자이너, 개발사, 광고대행사에게 기획안 잡아주고 일정 체크하고 디테일 확인해가며 내 목표는 저기니깐 어서 달려가자고 해왔었던 것이다. 그렇게 다소 불편한 일들을 전화하고 찾아가고 하며 치워왔고, 예상보단 조금 늦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제품이 드디어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그러자 이제 채찍도, 달려가야 할 주체도 비로소 나만 남았다. 정말이지 <나만 잘 팔면 되는 상태>가 된 것이다. 그러자 "잘하고 싶을수록 어려운 상태"가 되었다.


전 농구선수이자 연예인인 서장훈씨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즐겨라, 즐기는 자는 못 따라간다' 그 얘기가 제일 싫어요. 저는 그런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농구를 정말 좋아했지만,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긴 이후로는 농구를 (온전히) 즐겨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비슷한 이야기로, 내가 공부할 때도 그랬고 과외하면서 가르칠 때도 그랬지만, 진리로 떠돌던 이야기가 있다.

"60점에서 80점 만드는 것보다 80점에서 90점 만드는 게 어렵고, 90점에서 100점 만드는 게 더더더 어렵다"


결국 어떤 분야든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질수록 고통스러움도 커진다는 말이다.


그냥 즐겨서는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없다

그렇다면 그 지난한 고통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한다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 싱겁지만 당연하게도

"즐겁지 않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매일을 나아가는 것"이다. 아래의 몇 가지 이야기들이 당연한 진리를 다시 한번 뒷받침한다.


<배움의 기술>의 저자 조시 웨이츠킨는, 체스와 태극권이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분야에서 세계챔피언이 된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일어난 가장 위대한 일은 "그가 첫 전미 체스 챔피언십에서 패배한 것"이었다.

그 패배는 그에게 한정적이고 고정된 꼬리표들-이를테면 '너는 특별해'라든지 '너는 천재야'-이 파놓는 심리적 함정들에 대해 알게 해 주었다.
그가 한 말을 빌리자면, "나는 내가 죽을 수밖에 없는 유한한 존재임을 느꼈습니다.", 그러고 나서 돌파구가 열렸고, 그는 그 후 8년 동안 학생 체스 챔피언십에서 연승 행진을 기록했다.

그러니깐.. 노력 없는 천재는 있을 수도 있으나, 어쨌든 나는 그 천재가 아님을 인정하며 부족함을 깨닫고.. 그저 우직하게 나아가고, 나아가는 것뿐이다.


스티브 잡스는 2005년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 축사에서 "Love what you do 당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라"라고 하였는데, 이 말은 종종 "Do what you love 당신이 사랑하는 것을 하라"로 변질 해석되곤 했다. 그렇지만 이건 굉장한 차이가 있는데, 그 일을 하다 보면 영원히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고, 이건 그 일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정당화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The only way to do great work, is to love what you do"

<부의 추월차선>을 쓴 엠제이 드마코는 "성공의 비법은 당신이 사랑하는 것이 아닌 당신이 싫어하는 것을 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의 몇 안 되는 소비적 취미 중 하나는 NFL 미식축구 게임을 시청하는 것이다. 게임 중에 내 친구가 자신이 NFL 심파이라면 좋겠다고 말했다. NFL 심판들이 일주일에 하루만 일하고 떼돈-최소 수십만 달러-을 번다는 것이다. 나는 열렬한 미식축구 팬에게 있어서 그것은 끔찍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심판이 되면 미식축구를 향한 사랑이 깨지고 미식축구 게임이 보기 싫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임을 오락거리로 마음껏 즐기지 못하고 벌칙을 줄 목적으로 행동을 쪼개가며 관찰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는 이전과 같이 즐기면서 게임을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성공의 비법은 당신이 사랑하는 것이 아닌 당신이 싫어하는 것을 하는 것이다...
"변화의 고통을 회피하면 당신은 결코 당신이 되고 싶은 사람으로 성장하지 못할 것이다"


가장 기뻤던 순간은 결국 "첫 골"

그렇지만 한 번도 즐겁지 않다면 그것대로 의미가 없을 것이다. 결국 "즐겁기만 해선 안된다, 고통이 있어도 매일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즐거움은 결코 마지막 순간에 있지 않다. <중학생 서장훈의 첫 골>이 가장 기뻤던 것처럼, 80점에서 나아간 1점 그리고 의미 있는 1점들이 기쁨을 줄 것이다. 그러니 종종 고통스럽고 재미있지 않아도 괜찮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결국엔 도달할 거라는 마음으로, 다가오는 월요일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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