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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A May 14. 2023

주도적인 삶은 생각보다 힘들다

가끔은 정해진 삶도 부럽다

4월은 힘들었다. 업력에 비해 큰 프로젝트를 맡은 데다, 주도해야 하는 일들이 대부분이라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일의 밀도 또한 높았다. 단순 반복적인 일이 거의 없었다. 늘 생각하고 고민해서 일을 해야 했다. 한 문장을 쓰는 데도 온갖 레퍼런스를 뒤적거리고 팩트를 일일이 확인해서 적어 내려가야 했다. 그 마저도 작년 결과물과 차별화를 이뤄야 해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썼다.


머리를 비우고 싶어서 단순 반복 작업이 그리울 정도였다. 나중엔 아무 생각 없이 규칙적으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일이 뭐가 있는지 고민하고 있었다. 몸을 고단하게 하면 아무 생각이 나지 않을 것 같아서. 머릿속에서 생각이 떠나지 않으니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결국 병이 났다.


그러면서 내가 이렇게 일을 하고 있는 건 지금 능력이 부족하고 역량이 안 되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되뇌었다. 와중에 다른 일도 끊임없이 들어왔다. 일은 계속 밀려 들어오지, 내가 하지 않으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다음 스텝을 밟을 수 없으니 무조건 완성은 해야 하지, 햇빛도 안 보고 글만 주구장창 써대지, 나중엔 내가 글 쓰는 기계인가 싶었다.


감정이 잘 주체가 안 됐다. 4월의 가장 큰 실수를 고르라면 감정 조절이 미숙했던 점이다.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누군가를 만나면 안 됐다. 그런데도 혼자 일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대화가 필요했고, 평소 약간이라도 마음 안 들었던 점이 있으면 감정을 날카로운 말로 치환해 쏟아내야 속이 후련했다. 나는 마음이 바빠지면 사람이 극단적으로 변한다.


5월이 되니 4월보다는 여유가 생겼다. 지금은 마음이 비교적 잔잔해졌다. 프리랜서가 되면서 주도적인 삶의 장점만 바라본 것 같다. 무엇도 정해지지 않아 하나하나 스스로 헤쳐나가야 한다는 것이 때로는 생각보다 큰 스트레스 될 수도 있다는 걸 간과했다. 그래도 여전히 자유로운 삶을 사랑하지만, 5월에는 너무 잘하려는 마음은 내려놓으려고 한다. 일이 많은 건 행복하지만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하자.


일에 압도되어 나를 잃어버리지 말자. 주도적인 삶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때로는 흘러가는 물처럼 자연스럽게, 순리대로 움직여보자. 어떤 상황이든 판을 자꾸 흔들고 뭔가 만들어 내려고 하지 말자. 무조건 일을 키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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