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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ndless Feb 26. 2018

한 팀장의 [브랜드리스] 개발일지 07

기다림의 끝, 또 다른 시작

2013.8.14

#7 기다림의 끝, 또 다른 시작



어느덧 3년이 훌쩍 지났다.
스프링 제조 공장으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허리강화 스프링의 양산을 준비한지 어느덧 3년이 훌쩍 지났다. 공장에서 근무하면 좋은 점(?)중 하나는 시간이 빨리 간다는 것이다. 하루하루 생산 납기 맞추고, 발주처에서 요구하는 자료 보내주고, 발생한 AS 분석하다 보면 정말 쏜살같이 시간이 흐른다.


나 : 공장장님. 이번 출장 같이 가실거죠? 스프링기계 제조공장 방문 하는거요.


공장장님 : 글쎄. 대학교 기숙사 납품건 맞춰야돼서... 아직 모르겠는데.


나 : 그래요? 주말에 특근해서 맞춰놓고 가면 안돼요?


공장장님 : 안 돼. 팀원들이 피곤해해서. 이번 주말에는 작업 안할거야.


나 : 아 공장장님 같이 가야지 정확히 판단이 될 텐데... 그럼 제가 가서 새로 나온 기계 폰으로 찍어서 회사메일로 보낼게요. 보시고 연락 좀 주세요.


공장장님 : 그래. 근데 뭐 진전 있겠어? 됐으면 벌써 연락 왔겄지.


나 : 혹시 알아요? 완성 다 됐는데 우리 놀래켜 주려고 기다리고 있는지ㅎㅎ


공장장님 : 실없는 소리하지말고. 폰으로 찍을거면 기계 구석구석 다 찍어서 보내줘. 메카니즘이 파트마다 달라서 한 공정만 보고는 판단할 수가 없어.


나 : 걱정 마세요. 공장장님. 제가 지금 공장밥만 몇 년 먹었는데 그걸 모르겠어요?


공장장님 : 20년은 넘어야 공장밥 먹었다고 할 수 있는거야. 한팀장. 까불지말고 제대로 찍어서 보내기나해.


나 : 알겠습니다. 연락드릴게요!


공장장님은 공장에 남겨두고, 나만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년 전에 갔을 때는 별다른 진척사항이 없어 우리가 원하는 스프링 구조에 대해 스프링 제조공장 연구팀에 다시 설명만해주고 돌아왔었다.



스프링 기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양산도 가능할 것 같다. 


스프링 기계회사 공장장 : Welcome! Han


나 : Thank you! How are you?


스프링 기계회사 공장장 : I am fine. What about you?


나 : I am fine too. Can I see a new machine?


스프링 기계회사 공장장 : Of course. Follow me please.


공장 방문출장은 짧은 영어로도 큰 불편함이 없다. 우리도 기계를 잘 알고, 스프링 기계공장도 당연히 기계를 잘 알기 때문에 영어로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척하면 척하고 알아듣는다.


나 : Is this a new one? Can I see how it works?


스프링 기계회사 공장장 : Yes.


스프링 기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엄청 빠르다! 

기존 우리공장의 스프링 기계는 독립 스프링이 한 줄씩 나오면 작업자가 일일이 손으로 고정시켜서 24번을 손으로 접합시켜줘야 하나의 매트리스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 이 기계는 24번의 공정을 모두 단축시켰다. 기계가 자동으로 접합시켜줘서 작업자의 손이 덜 가면서 더 빠르게 매트리스를 완성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 정도 속도로 스프링이 나오면 허리강화 스프링 양산도 가능할 것 같다.


나 : 대박이네 이거 진짜. 공장장님이랑 사장님한테 빨리 영상 보내드려야겠다.


스프링 기계회사 공장장 : How do you like it?


나 : Fantastic! Can I record it? 


스프링 기계회사 공장장 : Sure. You can.


떨리는 손으로 기계의 구석구석을 찍어서 회사메일로 전송했다. 사장님과 공장장님께 문자로 확인해달라고 보낸 뒤, 10분만에 공장장님한테 국제전화가 걸려왔다.


나 : 여보세요? 공장장님 보셨어요?


공장장님 : 한팀장. 지금 찍어준 거 좀더 뒤에서 다 잡히게 찍어줘봐.


나 : 네. 공장장님. 이거 엄청 빠르고 편한데요. 지금 우리 공정에서 작업자가 손으로 일일이 고정시키는거 이거 기계로 자동으로 붙여줘요. 이거면 지금 공정에서 기술자 한명이 기계보고 스프링 조립하고 다 할 수 있겠는데요? 


공장장님 : 기계 제대로 나왔구만. 강선 들어가는 부분부터 공정마다 따라서 다시 찍어주면 내가 사장님께 보고 드릴게. 얼마냐고 견적 요청해주고 그것도 알려줘. 사장님이 그것도 궁금해하실거야.


나 : 알겠습니다!



기계가 너무 비싸다. 우리에게 구매할 자금이 있는 지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공정마다 자세하게 다시 영상을 찍고, 회사메일로 다시 전송을 했다. 견적을 요청하여 받아서 견적서도 함께 첨부하였다. 

근데 기계가 진짜 억 소리 나게 비싸다. 하긴 이 공장도 3년간 개발한 기계인데... 

우리도 공장이라 이해도 가지만, 한편으로는 사장님이 구매할 자금이 있는지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섰다. 일단은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사장님과 공장장님께 객관적으로 보고해야겠다. 호텔 방에 돌아와 누웠는데 복잡 미묘한 감정으로 잠이 잘 오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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