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박정민과 화사가 연출한
“시간과 공간의 재구성”

Part3. 인문학적 영감의 발견, 브랜드 일상다반사

by 브랜드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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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가장 핫한 인물들은, 단연 박정민과 화사다.

묵묵히 자기연기에 매진해오던 박정민을 향한 박정민앓이가 갑자기 SNS를 채우고,

(박정민과 관련된 콘텐츠마다, ‘지금은 너야~’란 댓글이 빼곡하다.)

10월에 발표됐던 화사의 ‘Good Goodbye’는 각종 음원차트를 역주행하며 빌보드를 신나게 주행 중이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2025년 11월 19일 여의도에서였다.

청룡영화상의 별같은 수상자들을 망각할 만큼 사람들의 마음에 들어와 박혀 버린 건

박정민과 화사의 단 3분 57초였다.

하얀 드레스를 입고 홀로 무대에 앉은 화사, 그리고 그 뒤로 흐르는 뮤직비디오 영상들.


노래하는 화사의 하얀 드레스 사이 맨발에 눈이 가는 순간,

무대 뒤 바닷가의 이미지가 연결된다.

노래를 처음 듣는 사람도 이 무대의 의도를 알아채게 된다.

바다의 추억을 뒤로하고 이별하는 연인의 노래구나.

노래의 감성을 뮤직비디오로 영상화하고 그것을 무대에서 재현하는 일은 이미 대중에 익숙하다.

그런데 무대 아래 서 있는 누군가의 뒷모습이 화면에 잡히는 순간,

‘어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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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빨간 알약보다 강력한 빨간 구두"


박정민이 무대 아래에서 화사를 바라보고 있다.

뒷짐을 진 손에는 빨간 구두.

그 빨간 구두는 우리에게 보내는 초대장이자 매트릭스의 빨간 알약이다.

그러나 매트릭스의 네오와 달리,

이제 우리는 어떤 선택도 할 수 없다.

두 사람의 서사로 손목 잡혀 끌려 들어갈 수 밖에.


이 순간 부터 우리는 집단 환각에 빠져드는 경험을 한다.

우리는 박정민과 화사의 사랑의 순간을 엿보고

두 사람의 애증과 권태와 그럼에도 남아있는 애틋함을 공감한다.

그리고 어느새 모래 위를 맨발로 걸어 이별의 순간에 서 있는 두 사람,

아니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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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두 사람이 만들어 낸 시간과 공간의 재구성"


이게 가능한 것이다.

4D 버추얼이 없어도 무대 가득 화려한 셋트가 없어도,

우린 분명 화사가 되어 맨발로 춤을 추며 박정민의 덤덤하고도 깊은 눈빛에 마음이 시큰해졌으니까.


단 두 사람이었다.

그리고 노래와 표정연기 뿐이었다.

단지 3분 57초였다.


그런데도, 마치 지브리의 ‘폼포코 너구리대작전’ 속 너구리들이 펼친

한 여름밤의 환각 퍼레이드에 홀린듯,

두 사람이 사라진 무대에 나 혼자 남아,

모래에 파묻힌 발등 위로 와 닿는 파도를 느끼며 서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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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까지 인셉션하는 스토리텔링"


문제는 이 때부터다.

무대는 이미 다음 시상식으로 훌쩍 넘어 갔는데, 내 발의 모래를 떨어낼 수가 없다.

박정민과 진짜 이별을 한 듯한 미련과 묘한 슬픔이 무의식 한 구석에 인셉션되었다.

그래서 열흘이 훌쩍 지난 이 시간 까지도 사람들은

화사의 음악을 무한재생하고 뮤직비디오를 찾아보고

청룡영화상의 그 3분 57초를 홀린 듯 재생한다.

그리고 박정민의 지난 영화를 뒤져서 보고 그가 펴낸 책도 찾아 읽는다.

이제 박정민은 연기 잘하는 그 배우가 아닌,

어쩌면 나와 ‘Good Goodbye’를 나눈 남자가 된 것이다.


공감력 높은 스토리는 아무리 짧고 단순해도 하나의 세계관으로서 힘을 지닌다.

거기에 (음악과 연기가 협력해 만들어 낸) 흡입력 높은 감성이 더해지면

새로운 시간과 공간이 짜여지고,

사람들은 기꺼이 그 새로운 시간과 공간의 맥락으로 들어 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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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이게 처음이 아니다"


이번의 ‘Good Goodbye’ 처럼 화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박정민의 뮤직비디오 출연은 여럿있었다.

2022년 비비의 ‘조또‘가 있고 2019년 이승환의 ‘나는 다 너야‘도 있다.

그런데 문제작은 2018년 아이유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뮤직비디오다.

어떤 대사도 없이 박정민의 표정과 몸짓 만으로 만들어낸 이 아련하고 애달픈 서사는,

‘뮤직비디오를 영화로 만드는 배우’의 시작이었다.


그는 작가이자 출판사 대표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듯하다.

그가 사랑하는 이 일들, 연기와 글은, 표현 방식의 끝단만 다를 뿐,

누군가가 시간과 공간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만든 새로운 세상 속으로

사람들을 초대하는 일들이다.

그리고 그 한사람 한사람이 각자의 감각으로 그 세상을 느끼고 경험하게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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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잘하는 배우가 아닌,

새로운 시간과 공간의 맥락을 연출하는 사람"


수많은 배우들 중에 정말 그의 연기를 보기 위해 몇 번이고 같은 영화나 드라마를 보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소수의 배우들 중에서도 시간과 공간을 다시 조합해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 놓는 사람들이 있다.


분명 현실에 놓여 있는,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시간과 공간을

살짝 비틀어 열고는

그 틈에 새로운 세상을 지어 놓고서,

어서 이리 들어와 보라고 한다.

그 세계는 어찌보면 아무렇지 않고 별거 없는 듯 하지만,

묘하게 설레고 힘이 세서 뒤돌아 발을 떼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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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감성이 살아있는 맥락"


박정민이 그 특이한 배우들 중 한 명이다.

그래서 그가 새로운 작품을 들고 오면 설렌다.

겨울날 밖에서 막 들어 온 반가운 사람의 온 깃에서 나는

차갑고도 포근한 겨울바람 냄새가 나는듯 하다.


박정민의 최근작 ‘얼굴’을 오래 전 연상호감독의 그래픽노블로 읽었었다.

마지막 장에서 멍한 채 책장을 덮을 수 없었던

그 마력의 그래픽노블이 영화화 되었다는 소식에,

‘정말?’하는 놀람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그리고는 박정민이 연기한다는 이야기에 이미 설레기 시작했다.


그라면 이 굉장한 책을 잘 연기할 것이라는 만족감이 아닌,

그가 엮어서 보여줄 세상은 또 어떤 색과 냄새를 지닐까 궁금한 것이다.


그가 언제 또 빨간 구두를 등 뒤에 숨긴 채

우리의 시간과 공간의 틈을 비집어 열고 나타날지

기대한다.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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