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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제 사이드 프로젝트한다.

로컬 소규모 취향 모임, 태화방앗간 탄생기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프로젝트명은 '태화방앗간'. 시작한 지는 두 달 반쯤 됐다. '지금부터 사이드 프로젝트할 거야!'하고 브런치에 첫 글을 썼던 게 벌써 일 년도 넘었다. 제일 처음 도전했던 프로젝트는 블로그 운영이었다. 하는 일과 관련된 내용들을 정리해서 몇 편의 글을 썼다. 그리고 그만뒀다. 시간은 많이 잡아먹으면서, 재미는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돈도 안 됨. 그만두면서 브런치에 글도 썼다. 제목은 '지금까진 망했다'. (지금은 발행 취소를 했기 때문에 나만 볼 수 있다.) 그 이후로도 이런저런 상상과 몇 번의 작당모의 시도가 이어졌지만, 바쁜 현생에 떠밀려 실현되진 못했다.

배경 사진은 장기하의 엉엉엉엉엉엉 짤


변화는 하루아침에 일어났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게 아니라지만, 하루아침에 일어나는 변화도 있는 것이다. 별 다를 것 없는 평범한 날이었다. 침대에 누워서 폰으로 무슨 글을 봤는데, 거기에 '장래희망은 한량입니다'라고 크게 쓴 티셔츠를 입고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거 나도 하고 싶어. 나는 'Work 3 Days, Earn More'라고 엄청 크게 써서 입고 다녀야지. 같이 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H에게 바로 카톡을 보냈다. '언니, 나 티셔츠 만들고 싶어.' 분명 티셔츠로 시작한 대화는 어쩐지 '아웃도어 동호회'니 '또래 커뮤니티'니 '사회적 가치' 같은 것으로 흐르다가 '일단 요 앞 카페에서 만나자.'로 끝났다.


출처. 한량유치원


분명 티셔츠를 만들기로 했는데요,

그날의 대화가 어쩌다 그리 되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정신 차리고 보니 '태화방앗간'이라는 이름을 정했고, 인스타그램 계정을 팠고, 로고를 만들고, 첫 게시글을 업로드한 후였다. 티셔츠는 온데간데없었다. 삼천포를 이렇게 본격적으로 빠질 일인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직장생활 3년 차 짬에서 나온 바이브는 앉은자리에서 '다음 할 일'을 작성하는 데 있었다. 두, 세 번째 게시글 업로드 일정을 정하고, 첫 모임 날짜까지 못 박았다.


https://youtu.be/GqAWSRjUyp8

첫 모임 스케치 영상. 그렇다, 유튜브도 있다!


아니 그래서 '태화방앗간'이 뭔데요?

태화방앗간은 공간이다.(아직 물리적인 공간은 없지만.) 좀 더 엄밀히 묘사하자면 '판'에 가깝다. 내 이야기를 마음껏 하는 판이다. “누구나 본인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했다. 누구보다 내가 그랬다. 사심 가득한 공간이 아닐 수 없다.


처음엔 독서모임이나 영화모임을 생각했다. 책이나 영화에 곁들여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니까. 적절한 인풋이 있어야, 거기에 아웃풋이 밀려 나오는 법이고. 책이냐, 영화냐, 그것도 아님 최근에 빠진 러닝이냐, 고민을 거듭했다. 대한민국 2대 노잼 도시 울산에 짓눌려하고 싶은 게 너무도 많았던 두 직장인은, ‘취향’이라는 주제 안에 하고 싶은 건 다 해보기로 결론 냈다. 태화방앗간에서 사심을 빼면 남는 게 있을지 모르겠다. 어찌 됐든, 그리하여 태화방앗간은 다음의 슬로건과 함께 탄생했다.

Talk What You Like, Do What We Like.


앞으로는,

태화방앗간에서 마주친 기회와, 경험과, 시련에 대해 계속 써보려고 한다. 태화방앗간이라는 브랜드와 사업성에 대한 고민은 물론이고, 모임에서 발견한 수많은 내 이야기들도 은근슬쩍 쓰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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