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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든 Oct 19. 2024

아빠 우리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실패를 딛고 지도기반 SNS "어라운드(Around)"를 만들어 보자

뉴진스 빌리지 개발이 잠정 중단되면서, 한 달간의 무기력한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습니다.


저는 기분이 많이 다운되었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어요. 이제 아들과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게임 개발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습니다. 기술적인 난이도가 너무 높아, 아들이 일일이 배워가며 게임월드를 완성하기엔 역부족이었죠. 저도 게임분야에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에 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가 어려웠어요. 아들도 공부를 그만두고 게임개발을 야심 차게 시작했지만, 도전의 끝은 허무함으로 가득 찬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저녁, 아들이 핸드폰을 들고 와서 느닷없이 말했습니다.


“아빠, 우리 SNS 하나 만들어볼까?”


“갑자기 무슨 소리야? 인스타그램이랑 틱톡이 장악한 세상에 우리가 또 SNS를 만든다고?”


당연히 의아했죠. 하지만 아들은 그저 평범한 SNS를 만들겠다는 얘기가 아니었습니다.


“지도기반 SNS를 만들자는 거야. 동네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들, 실시간 현장 소식을 공유하는 SNS를 만들자는 거야. 궁금한 지역에 사진이나 질문을 지도 위에 올려서, 현장의 소식을 보거나 댓글로 소통하는 거지. 그게 우리 SNS의 차별점이야”


아들의 아이디어는 지도 기반의 실시간 소통 SNS였습니다.


사용자가 올린 사진과 글이 위치를 기준으로 지도 위에 말풍선처럼 떠오르고, 주변사람에게 알람을 주고,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사라져 새로운 소식들로 지도 위가 다시 채워지는 시스템이었죠.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완전 좋은데? 근데 이거 어떻게 생각해 낸 거야?"


“아 그거? 어젯밤에 집 근처에서 큰 '빵!' 소리가 났는데,  창문을 열고 두리번거리고 아무리 찾아도 무슨 일인지 모르겠더라고. 그때 생각했지, 우리 근처 지도 위에 '무슨 일인가요?'라고 올리면 바로 답을 얻을 수 있겠구나.”


이건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이 일상에서 겪는 실제 불편함(Pain Point)을 해결하려는 구체적인 해결책이었죠. 아들은 지역 기반 소통을 통해 실시간으로 궁금증을 해결하고 사람들과 연결되는 SNS를 구상한 겁니다.


“맞아, 아빠도 저번에 사당역에서 전철이 30분 동안 왜 안 오는지 몰라서 엄청 답답했는데, 이 SNS가 있었다면 누군가가 무슨 일인지 알려줬을 거야.”

 

아들은 새로운 SNS가 성공하려면 단순한 자랑이 아닌 고객의 Pain Point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거대한 SNS 플랫폼 시장을 분석하며 깨달은 점은,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은 사람들의 자랑과 욕망을 자극하며, 사람들이 자신의 최고의 순간을 자랑하는 공간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플랫폼들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겪는 사소하지만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죠.


아들의 아이디어는 바로 이 점을 파고들었죠. 실시간 지역 소통을 통해 동네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을 빠르게 공유하고, 이웃들과 소통하면서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한 것입니다. 인스타그램이 자기 자랑에 초점을 맞췄다면, 아들의 지도 기반 SNS는 지역 커뮤니티 내에서 실시간 정보 제공을 통해 solution을 제시하는 플랫폼이었어요. 예를 들어, 동네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현장 소식 같은 정보를 누구나 지도 위에 공유하고, 이를 통해 사람들이 필요한 답을 빠르게 얻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이죠.


“어젯밤 '빵!' 소리가 났을 때, 이 SNS가 있었다면 바로 답을 얻었을 텐데 말이야.”


이 아이디어는 단순한 플랫폼이 아닌, 실시간 정보공유와 문제 해결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Moat(진입장벽)을 구축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할 가능성이 컸습니다. 기존의 SNS가 자랑과 감정적 연결에 집중했다면, 이 플랫폼은 실시간 문제 해결을 중심으로 경쟁사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차별화를 이루려는 것이었죠.


그 순간, 저는 아들의 생각이 단순한 상상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 비즈니스 아이디어로 발전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아빠! 우리 다시 해볼까?'


'무조건 오케이지!'


뉴진스 빌리지를 만들어보던 가닥이 있어서 아들은 바로 GPT에 질문을 하기 시작했어요.

< 우리의 SNS 이름을 짓기 위해 ChatGPT에게 물어봤는데 마땅한 게 없었다.>

ChatGPT는 영어를 많이 학습해서 그런지 한국사람 취향에 맞는 매력적인 이름을 찾아주진 못했어요. 아들과 저는 서로 한참 동안 브레인스토밍하면서 이런저런 단어들을 그냥 막 던져봤어요. 마크타운, 맵박스, 맵톡, 타운톡, 등등 을 입력해 보고 결과를 보고 있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오르더라구요. 그냥 동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니까 '주변'이라는 단어가 갑자기 눈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그래! 주변 이야기니까 'Around Story'어때? 아니면 그냥 '어라운드(Around)'도 괜찮고!"


" 어라운드? 오! 아빠 '어라운드' 괜찮다!!"


지난번 실패 이후 조금 기분이 우울했는데 오랜만에 아들과 저는 의기투합이 잘되었어요. 지난번에 게임을 만들어 보았고 이번에는 SNS앱을 만들게 되다니. 실패할 확률이 엄청 높았지만 우리는 GPT에게 또 물어봤죠.


전반적으로 느낌이 좋다는 평가였어요. 부르기도 쉽고 우리의 '위치나 주변을 기반으로 한다'는 서비스의 핵심아이디어가 잘 전달된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2023년 12월 3일, 고등학교 2학년 아들과 아빠의 두 번째 프로젝트 '어라운드(Around)'는 이렇게 시작되었어요.






<저작권 관련 공지>

고3 아들의 꿈을 응원하며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재미있고 진지한 팀워크로 탄생한 결과물입니다. 아들의 꿈을 빼앗아 가는 무단 복제나 아이디어 도용을 금지하며 아래와 같이 공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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