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여섯 시 기상.
양치를 하고 미지근한 물 한 컵을 마신다.
건강에 좋은 영양제와 약을 챙겨 먹는다.
5종 정도 되려나. 약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아참 가장 중요한 탈모방지약.
머리는 지켜야 한다.
동안을 유지하려면 필수지.
오늘은 소개팅이 있는 날이다.
몇 달 만의 소개팅인지.
상대 여성분은 40살이라고 한다.
인스타그램 주소를 받게 돼서 살펴보니 나이에 비해 동안인 거 같다.
’아직도 외모에 반응하고 설레다니.’
남자는 나이가 들어도 외모를 안 볼 수가 없나 보다.
지금 직장에 다닌 지는 올해로 10년째다.
요즘 표현대로면 고인물이다.
작년에 그만둔 동기를 끝으로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회사에서의 직책은 부서장이다.
오래 버티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부서 내의 팀원들과는 잘 지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갈등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최대한 이해해 보려고 한다.
”케이. 오늘 왜 이렇게 차려입었어요?”
우리 회사는 편한 호칭을 사용한다.
케이라고 불리는 것도 어색하지 않다.
”좋은 아침이에요 프이. 소개팅이 있는 날이라서요.”
”어쩐지 오늘 너어무 멋져요.”
”에이 그만해요.”
낯간지럽지만 기분은 좋네.
탕비실에 가서 커피나 한 잔 마셔야겠다.
출근하는 직원들이 여럿 보인다.
요즘 친구들은 출근할 때 커피를 들고 온다.
’회사 원두도 좋은데 왜 맨날 커피를 사 올까?’
내 돈도 아닌데 괜히 아깝달까.
하지만 그런 내색은 하지 않는다.
말하는 순간 날 한심하게 보겠지.
”오늘 점심 나가서 드실 분?”
난 나가서 먹는 점심이 좋다.
하지만 같이 나가서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점점 줄어간다.
”케이 미안해요. 요즘 다이어트하느라 도시락 먹어야 해요. 식단 관리가 너무 힘들어요.”
”전 오늘 약속이 있어요.”
”일이 밀려서 배달하려고요. 혹시 시켜서 안 드실래요?”
’오늘은 혼자 먹어야 하나.’
”아니에요. 까먹고 있었는데 저 외근이 잡혀서 나간 김에 간단히 해결할게요. 다들 맛있게 먹어요.”
예전에는 같이 밥 먹자고 말하면 그렇게 가기 싫었는데.
때로는 그리울 때가 있다.
그나저나 뭘 먹지.
혼자 먹으러 갈 땐 좋아하지도 않는 패스트푸드를 먹을 일이 많다.
’저녁에 소개팅 때 맛있는 거 먹으면 되지 뭐.’
퇴근 후 약속 장소로 선택한 카페에 갔다.
일단 대화를 살짝 나누면서 음식 취향을 물어봐야겠다.
카페에 앉아 기다리는 데 마음이 또 설렌다.
매번 실패하는 소개팅인데도 기다리는 순간마다 긴장이 된다.
”여보세요? 도착하셨어요? 저 창가 쪽 자리에 앉아 있는데 보이시나요?”
”아 보여요. 갈게요.”
입구로 들어온 그녀가 다가온다.
’인스타그램에서 봤던 사진이랑은 좀 다른데. 사진에 보정을 할 수도 있지 뭐.’
기분 탓인가 나를 잘 쳐다보지 않는 거 같다.
”찾느라 힘드셨죠?”
”네. 제가 길치라 조금 헤맸어요. 오래 기다리셨어요?”
”전 카페에서 이것저것 생각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어요. 아참 배고프시죠? 좋아하시는 취향 있으세요?”
”사실 요즘 다이어트하느라 저녁은 샐러드만 먹는데. 그냥 가볍게 카페에서 케이크 같은 거 하나 먹고 얘기 나누는 건 좀 그렇죠?”
살짝 당황했다.
저녁만큼은 맛있는 거 먹고 싶었는데.
”괜찮겠어요? 저도 대화하는 게 더 좋긴 해요.”
”그럼 케이크 좀 보러 갈까요? 제가 살게요.”
”아니에요. 이 정도는 충분히 살 수 있어요. 같이 가요.”
케이크와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우리 솔직히 얘기할까요? 외모적으로는 제 취향은 아니세요. 그렇지만 우리 나이도 적지 않고 서로 소개팅은 질릴 만큼 많이 했잖아요?”
”어.. 네에.”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전 결혼하려고 소개팅하는 거라서요.”
”네? 아 저도 뭐 결혼 좋죠. 하지만 상대방에 대해 좀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할 텐데.”
”당연하죠. 하지만 그냥 만남의 목적 자체가 결혼에 있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어요. 그게 안 맞으면 전 더 이상 관계를 가져갈 수는 없어서요.”
’뭐지 이 여자.’
별 볼일 없던 일상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