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성프리맨 May 08. 2024

욕심 좀 낼걸..

서른두 걸음

[사람이 욕심이 없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 곱빼기 삼국지 동탁]


가지고 있는 능력보다 넘치도록 무언가를 탐내거나 누리고 싶어 하는 마음상태를 의미하는 [욕심].


'그게 나쁜 건가? 뭐 난 가지고 싶어 하는 거 좀 가지면 안 돼?!'




무언가를 시작할 때 항상 발을 반만 담그려는 습성이 있는 편이다. 이유는 항상 여차하면 발을 빼버리고 "아하하! 재미 삼아해 보려던 거야. 재미 삼아!"라고 말하고 싶어서.


너무 진지하게 그것도 내가 가진 능력의 최대치를 다 쏟아붓는다는 걸 들키는 게 부끄러웠다. 마치 여유로운 척. 내 힘의 반만 썼음에도 이 정도의 성과가 나왔다며 과시하고 싶어 했던 내 모습. 사실 본인만 모를 뿐 그런 척하는 거 주변에선 다 알고 있었을 거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분명 티가 났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 할 때마다 왜 숨기고 싶은 마음도 공존했을까?


아마도 내가 가진 [욕심의 모습]을 타인에게 들키기 싫어서였던 거 같다.


"에잉.. 분수에 맞지 않게 욕심만 그득해 가지고서~!"

"추하네요."

"님아 적당히 하고 자중 좀.."


상상 속에서 들려오는 여러 목소리. 내가 가진 욕심을 드러낸다는 건 창피함 그 자체라고 여겼다.




돈을 좇아 이직을 하던 내 모습.


"야! 꼴랑 그거 올리고 이직한다고? 너 후회한다?! 이직이란 모름지기 ~ blah blah ~ 그러니까 좀 더 일하다 이직해. 알았어?"

"그냥 할게요.."

"하아.. 말귀 어둡네."

"죄송해요. 그냥 할게요."

"욕심 겁나 많네. 알아서 해라. 당해봐야 정신 차리지."


무당이 살을 날리듯 다양한 저주를 몸으로 받아내고 천하의 몹쓸 놈이 되어서 이직을 했다. 마음이 상당히 무거웠다.


'나 잘못 살고 있나?'


내 자유의지대로 옮긴다고 했을 뿐인데 어느샌가 죄인이 되어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 시험 보고 채점하던 어느 날]


"자~! 15번에 정답이 2개네요. 미안하다 얘들아. 선생님이 헷갈리게 문제를 냈어. 3번 말고 4번 쓴 사람도 정답으로 표시해 줘라."


당시 우리는 짝과 시험지를 바꿔서 다시 한번 채점을 해주고 있었다. 그때 내 옆에 있던 짝이 잠시 멍 때리며 15번에 4번을 써 놓은 내 답안에 동그라미를 쳐주지 않는 것이다.


"야~! 이거 4번도 맞다는데 왜 동그라미 안쳐줘?"

"응? 난 못 들었어. 내가 알아서 할게."

"아니.. 이거 선생님이 방금 전에 맞다고 했다니까아~!"


태생이 내향적이던 난 나름대로 반항을 했지만 짝은 생각보다 완강했고 결국 억울함에 부들거리던 난 울음을 터뜨렸다.


당황한 짝은 얘가 왜 이러나 싶어 똥 씹은 표정으로 쳐다보기 시작했고 그런 내 모습을 발견한 선생님이 뒤늦게 다가왔다.


점수가 크게 오르는 건 아니었지만 오답 정정을 해주지 않는 것에 대한 억울함이 한가득이었다. 결국 욕심을 부려서야 정답으로 처리할 수 있었다.


"너 대단하다! 그렇게까지 해서 꼭 정답처리 했어야 해? 이거 중요한 시험도 아니잖아!! 아주 욕심쟁이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더 이상 하지 않았다.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 중 동아리에서]


NGO활동을 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선택한 동아리. 마침 우리는 취지에 맞춰 봉사를 위해 2주 정도 합숙을 하며 동고동락했다. 스무 살의 나이에 1-2살 차이 나는 선배는 하늘처럼 높게 보였다. 물론 군대를 다녀온 선배는 아득히 먼 존재였고.


무슨 업보를 쌓게 된 건지 공교롭게도 나를 비롯해 총 3명의 남자가 한 여자 선배에게 꽂혔다. 가뜩이나 별로였던 동아리 분위기는 4명의 얽히고설키는 관계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지기 직전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나보다 한 살 누나였던 그녀도 내심 자기를 좋아하는 남자 세명의 관심이 나쁘지는 않았나 보다. 


어느 날인가 나보다 3살 많은 선배가 할 얘기가 있다며 바람 좀 쐬자고 했다. 체격적으로도 나이로도 전부 다 밀렸지만 일단 악으로 깡으로 버티며 선배가 하는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야.. 너 지연이 좋아하지 마라."

"왜요? 선배가 좋아하니까요?"

"그래. 난 군대도 다녀왔고 지연이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일도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야. 그런데 넌 뭘 해줄 수 있지?"

"뭘 해 줄 수 있어야만 만날 수 있는 건가요?"

"아오.. 쥐어박을 수도 없고. 그냥 물러서라면 물러서."


하지만 스무 살에 찾아온 설레는 감정은 그렇게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하지 말라니까 더하고 싶은 오기랄까. 욕심이 생겼다.




생각해 보면 무언가를 잘하고 싶을 때. 가지고 싶을 때. 누리고 싶을 때. 자연스럽게 욕심이 생겼었다. 그리고 욕심을 좇아 행동하면서 참 많이 깨지고 느끼고 배웠다. 비록 그 맛이 달기만 하진 않았지만.


40대가 된 지금도 여전히 난 욕심쟁이다. 


여전히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있으며 결과를 만들어 내고 싶어 한다. 내게 존재하는 [욕심의 크기와 모습]을 숨기기만 하기엔 흘러가는 시간이 아깝다.


40대에 가지는 욕심이 어떤 방향으로 날 이끌어 갈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내가 원하는 방향 어딘가로 날 데려갈 것이라 믿는다.


너무 숨기고 참다 보면 병이 나는 법이다. 굳이 내 욕심을 여기저기 떠벌릴 필요까진 없겠지만 지레 겁먹고 움츠러드는 건 더 안 좋은 선택 아닐까?


스스로를 믿고 행동하며 꿈꾸는 욕심이 현실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해 살아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부귀험중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