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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성프리맨 Jul 20. 2024

성공의 기운을 모아 모아서

66 걸음

세상엔 수많은 성공론이 존재한다.


찾다보면 놀라게 될 때가 있다.


"아니.. 이렇게나 성공한 사람이 많았어?"


잠시 분위기를 바꿔서.


아래는 잘 알려진 그림이다. 이미 어디선가  봤던 분도 있을 거 같다.


생존자 편향


위 그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무사히 돌아온 전투기들의 총탄 자국에 관한 미 해군분석센터의 자료이다.


해당 결과를 토대로 어느 부분을 보강해야 생환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 생각이 드는가?




자 다음으로..


"아니‼️ 저기 위에 그림은 가져다 놓고 설명도 안 하고 이렇게 넘어간다고요??"


- 생존자 편향

선택 편향의 한 종류로, 생존자, 성공자들만을 대상으로 고려함으로써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되는 편향을 말한다. (나무위키)


우리의 눈에 보이게 되는 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안 되는 이유를 알 수 있는 좋은 예시라고 생각해서 가져왔다.


"혓바닥이 너무 기네요. 그냥 설명이나 하시죠?"


비록 총탄 자국이 많이 생겨서 돌아왔지만 결과적으로는 생존할 수 있었다는 것. 반대로 통계로 볼 수는 없었지만 미처 살아 돌아오지 못한 전투기가 어느 부분을 격추당해서 추락하거나 파괴당했는지에 대한 내용은 빠졌다고 볼 수 있겠다.


100% 장담할 순 없겠지만 총탄 자국이 없는 부분을 관통당했을 경우 치명적인 상태에 빠졌을 확률이 높다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닐까?




모든 성공론도 어느 정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성공기나 노하우가 별로라는 의미가 아니다.


사람에 따라서 혹은 시대적인 상황에 따라서 누군가의 성공기는 내게 맞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시대를 불문하고 누구나가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있다면 오히려 그런 것은 진리에 가깝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 같다.


요컨대 다양한 성공론 중 내게 맞는 걸 선택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선구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코딩을 처음 시작할 때 내 눈높이는 세계적인 수준의 프로그래머에 맞춰져 있었다. 이대로 쭉 하다 보면 언젠가 상위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으리란 생각도 아주 잠~깐 해봤다.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고 나도 모르는 새 내 능력을 재단해 버렸다. 할 수 있는 영역과 못하는 부분을 명확하게 나누는 것. 어떻게 보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일 수도 있겠지만 꿈의 크기가 작아지자 난 불행하다고 느꼈다.


물론 노력의 부족도 인정한다. 하지만 한번 꺾인 꿈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내 회복탄력성이 그리 높지 않음을 깨달았다.




투자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가지다 보니 월급만으로 생활하는 게 쉽지만은 않겠다고 생각했던 거겠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감에 의존해 찍기 하듯 투자를 해봤다. 그리고 운 좋게 혹은 매우 운이 나쁘게도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덫에 걸려버렸다.


초심자의 행운이 무서운 이유는 그것이 내 실력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연에 의한 작은 성공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처럼 여겨졌었고 작았던 투자의 단위는 나도 모르게 커져 버렸다. (투자의 단위가 커졌다고 해봤자 사실 큰 금액은 아니었습니다. 제 기준에서 크게 느꼈을 뿐이죠.)


결과는 빵-!


빅뱅이 일어났다. 무슨 말이냐고?


부풀던 팽창이 폭발로 이어지고 난 뒤, 남은 자리엔 하얀 재만 남아 있었다. 기록적인 수치의 손실률이 내 눈앞에 보였다.


-97%


"하하. 팔기 전까진 손해가 아닙니다~"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는 손실률. 변명의 여지가 없는 수치였다. 숫자는 그렇게 내게 수치심을 심어줬다.


- 역시 투자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어. 맛있는 거라도 사 먹어 봤으면 억울하지도 않았을 텐데.


무지성 투자의 결과는 결국 똑똑한 누군가의 주머니로 들어가 웃음 짓게 만들었겠지. 어디서 흘러온 돈인지 출처는 모르겠지만.




어려서부터 참 게을렀다. 누워 있기를 좋아했고 천장 속 패턴을 보며 그림을 그려보기도 하고 이상한 상상도 많이 했다.


다른 아이들이 나가서 노는 걸 선택했을 때, 난 누워 있거나 TV를 주로 봤다. 그 결과로 두 발 자전거도 타지 못하는 몸이 되었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이 나처럼 큰다면..? 그건 안되지...


당시 내가 주로 보던 채널은 AFKN이었다. 영어를 알아서 보는 게 아니라 그냥 나오는 영상들이 흥미로웠기 때문이었다.


주로 좋아하던 건 뮤직비디오, WWF. 스타트랙 같은 것도 멍하니 본 적은 있었는데 솔직히 말을 못 알아들으니 내용은 잘 몰랐다.


아차차.. 한 개를 빼먹었다.


Wheel of fortune


이미지를 이것밖에 찾진 못했는데 기억하시는 분이 있다면 나이 먹은 거다 :P


이 프로그램을 멍하니 한참 동안 봤던 기억이 난다. 마지막에 성공한 사람은 미친 듯이 기뻐하며 환호성을 지르거나 급기야 우는 사람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반대로 패자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프로그램의 초점이 성공한 사람과 얼마를 벌었느냐에 가 있다 보니 당연하게도 패자에 대해선 남은 기억이 없다.


비슷한 프로그램 중에 장학퀴즈라는 것도 즐겨 봤었는데 언제나 초점은 우승자를 향했다.


"당연한 거 아닌가요? 프로그램 기획 의도가 그러한데."


하지만 어째서 요즘은 잊힌 패자에 대해 신경이 쓰이는지. 마치 내가 그런 상황이라고 생각해서 동질감을 느끼는 건 아닐까?




다시 한번 언급하지만 난 상당히 게으르다. 게으른 습관을 가진 사람이 일을 하고 생존하기 위해선 나름의 법칙이 필요했다.


남들 놀 때 다 놀며 좋은 대우를 받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특별히 재능을 타고나지도 않았기에.


"이거 이거.. 혹시 노오력~ 하라는 그런 거면 나 나가요?"


빈둥거리길 좋아하는 내가 감히 노오력을 입에 담을 수가 있을까? 그럴 일은 없으니 안심해도 좋다.


게으른 내게 프로그래밍은 생각보다 잘 맞는 직업이었다.


"엥??? 뭔 소리죠??"


일반화하긴 좀 그렇지만. 프로그래밍이라는 게 24시간 붙잡고 꼼지락거린다고 해서 뙇!하고 결과물이 나오진 않는다. 물론 반복작업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몇 시간 집중 끝에 혹은 몇 날 며칠 고심 끝에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최적의 결과물이 완성될 때가 많았다.


[전 프리맨 동료]

"엄.. 그건 프리맨 생각이고요. 제가 봤을 땐 발로 짠 것과 같은 코딩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 프리맨이 말한 최적의 결과물?? 동의할 수 없네요."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니 조금만 너그러이.. 여하튼 게으르기 위해 좀 더 나은 방법을 선택하는 것과 비슷하달까? 어떻게 하면 최대한 게으르게 일하며 월급 루팡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계속됐다.


"아하. 이제 알겠네요. 왜 성공하지 못했는지!"


대신 티 안 나고 가늘게 프로그래머로 연명할 수 있기는 했다. 지금은 접었지만.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잠깐만. 나름의 순발력과 벼락치기로 먹고는 살고 있는데.. 꼭 이게 프로그래밍에만 해당될까? 다른 쪽으로 응용할 수는 없을까??"


순발력 원툴이었지만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었다. 40대 정도 되었다면 나름의 생존법 정도는 있을 테니. 그리고 실험을 시작했다.


"하하. 걱정 마. 이거 어디까지나 생존할 수 있는지 시험해 보는 거라니까? 안되면 다시 회사 다니면 되지 뭐. 안 그래?"

"그런가? 근데 좀 이상한데.. 난 오빠가 회사로 돌아가지 않을 것만 같단 말이야."


흠칫했다. 실험이라고 포장했지만 실전이었으니까. 단지 안심시키기 위한 장치였을 뿐이다. 그렇게 낚시에 성공하고 실험을 가장한 실전에 돌입했다. 역시 인생은 실전이다.




세상에 수많은 성공론이 존재한다지만 아직까진 내게 맞는 걸 찾지 못했다.


- 이러다 평생 못 찾는 거 아니야?


그러다 든 생각 하나.


-내가 남의 성공론에 맞춰서 살아가는 게 맞나?


쇄국정책을 고수하며 배울 점까지 배척하던 조선시대의 마지막을 우리는 알고 있다. 타인의 성공법에 나를 맞출 생각은 없다. 사실 그러려고 해도 쉽지도 않거니와 제대로 체득이 안되더라.


대신 받아들일 점은 취하고 나머지는 응용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가끔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대단히 화려한 문장들이 조급하게 만들 때가 있다.


[월 천만 원 수익 자동화하기!! 두둥]

[강남에 똘똘한 아파트 한 채 사기? 아무것도 아니죠잉]

[아직도 안 샀어? 암호화폐! 아 돈이 복사가 된다니까?]

[나는 이렇게 100억 부자가 되었다.]


쓰고 보니 전부 돈과 관련돼 있네. 하하. 숨기려 해도 역시 돈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긴 한가보다.


- 그런데 성공이란 게 대체 뭐지?


살면서 진로 걱정만큼이나 제대로 정의 내려본 적이 없는 단어 [성공]. 내가 생각하는 기준을 톺아보니 대부분 남이 정한 기준에 가까웠다.


회사를 그만두고 자발적인 귀향생활을 해보니 대부분 남이 괜찮다고 정한 기준도 꽤나 괜찮다는 걸 깨닫긴 했다. 하라는 대로 정해진대로 살기만 해도 어느 정도는 삶에 굴곡 없이 잔잔하게는 살 수 있겠다는 것.


하지만. 이미 그 길을 이탈해 버렸다. 그래서일까. 아내는 가끔 날 보면 한숨을 푹푹 쉰다.


"아니! 남들은 어쩌고~"

"어허! 남들과 비교하지 맙시다."

"내가 혼자 다하니까 그렇지!!"

"혼자라고 생각할 때가 진짜 혼자가 되는 것."

"아빠. 그냥 조용히 하고 밥이나 드세요. 엄마 말이 맞아요. 엄마가 가장이잖아요. 가장은 무조건 옳아요."


내편하나 없는 슬픔을 삼키며 바람 쐬러 여행 유튜버의 콘텐츠를 틀고 침대에 누웠다.


- 어째서 성공의 길은 이다지도 험한 것인가.


심오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화면 속 그와 함께 오지로 여행을 떠났다.




- 내가 너무 몰아세웠나.. 신경 쓰이네. 나이 들더니 자꾸 삐진단 말이야.


"오빠~ 자? 과일 먹을래? 아깐 내가 말이 좀 심했.."


Zzzz Zzzz


- 그럼 그렇지. 저 인간이 이 정도 말에 타격받을 정도였으면 진작에 변해도 열 번은 변했을 거야. 그래도 뭐 잠은 잘 자네.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고. 그게 어디야. 나도 참 소박하다 소박해.




오늘 하루도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흘러갔다.

성공에 대한 건 여전히 모르겠다.

단지 정한 목표를 향해 오늘도 하느냐 마느냐 정도만 생각할 뿐이다.

그러다 운이 좋으면 나도 성공이라는 네잎클로버를 찾게 되는 날이 오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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