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이해할 수 없어서 글을 씁니다.

302 걸음

by 고성프리맨

'누군가를 100% 이해할 수 있을까?'


10년 이상을 함께 산 아내도,

함께 지내는 아이도,

감히 100% 이해라는 말을 가져다 붙일 수가 없었다.


'100%가 뭐야, 솔직히 말하면 반타작은 가능할까?'


현실은 루트와 결말이 정해진 게임 같은 것이 아닌 까닭에

"너를(당신을) 이해해."라고 말할 자신이 없다.


쓰고 있는 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가족구성원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가끔은 가족들이 나를 '관찰자 시점'으로 볼 때가 있다.


"그걸 이제 알았어?"

"아빠만 모르고 있었어요. 진짜 왜 쓰는 거예요."

"쓰면 누가 읽어요? 나는 안 읽잖아요. 아빠 아는 사람도 없고..."


그, 그만...

팩트폭행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수 있는 좋은 수단이란다.

나의 절제심을 시험하지 말도록.


살짝 핑계를 대자면,

"솔직히 100% 알고 있는 것만큼 지루한 게 어딨겠어요 ㅎㅎ"

라고 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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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인맥 강박증'에 빠졌었다.

특히 귀촌 후에, '나의 유용성'이 '무쓸모함'에 가깝다는 걸 알게 된 뒤로 더욱 집착했다.

가만히 시간을 죽일 바에는, 누구라도 만나서 하나라도 더 배우자라는 생각이 가득했달까.


하지만 나의 천성이 이 모든 걸 가로막았다.

사람을 만나면 만날수록 나는 절대로 바뀌지 않는 절대 내향인이었다는 사실만 뼈저리게 느낄 뿐이었다.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한 진리이거늘,

나는 관계에서 '중심'이 되고 싶어 했고,

타인이 내 주위를 공전해야 한다 생각했다.


적극적인 이는 적극적이어서 멀리하고,

소극적인 이는 굳이 나서서 찾지 않았고,

적당한 사람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으며,

가까워지려는 이에겐 일부러 멀어지려 노력했다.


그 결과, 주변에 아무도 남지 않았다...


"그거 다 스스로 자초한 일이잖아요."


그러니까, 누굴 탓한담.

모든 게 내 탓이지.


이후론 억지로 만남을 하려 하지 않게 됐다.

찾아오는 이도 사라졌지만,

나 또한 찾으려 하지 않게 되었다.


이제는 이해를 받고 싶은 마음도,

이해를 하려는 마음도 사라져 버린 건 아닐까.


이대로 나는,

점점,

고립되어 가는가.

.

.

.


끝없는 침잠만이 남았다고 생각했다.

가라앉고 가라앉아 더는 가라앉을 곳이 없는 상태를 지향한다 생각했다.


"아닐걸? 그냥 혼자 그렇게 생각하는 거잖아."


아내마저 없었다면,

방구석 외톨이 40대 독거남의 운명이었겠구나.


"솔직하지 못해. 누구보다 만나고 싶어 하잖아."


아내는 나에 대해 얼마나 이해를 하고 있는 걸까.

십여 년의 세월은 나에 대한 데이터를 넘기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을까?


"모르겠다. 그런데 난 언제까지 외벌이여야 해?"


지금까지 충분히 좋았는데,

현실문제로 돌아오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 지금 글 쓰러 가볼게!"


내게 있어 [글=현실도피]에 가까운데,

현실문제를 꺼내는 순간 여지없이 숨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나도 내가 백수세끼 하고 지낼 줄은 몰랐다.

누구보다 생활력 강하고,

어떻게든 좋아하는 일을 놓지 않고 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평생 쉬는 순간이 오리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꿈은 꿨었던 거 같기도 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모든 걸 다 내려놓아 버릴 줄이야.


부유하던 배가 닻을 내리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배는 '정지'에 익숙해진다.

실제로는 일렁이는 물결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는 중이라곤 해도,

닻 내림은 정지에 가깝다.


언젠가는 닻을 올리고 항구로 돌아가야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이대로 조금, 잠시만 있으면 안 될까?"

사실은 나도 나에 대해 모르겠다.

우린 평생을 함께한 친구이자 전부였는데도 100% 확신은 못하겠어.


"내가 나를 모르는데 누가 알겠어?"

.

.

.


결국 답을 찾지 못한 나는 누군가에게 떠넘기는 건 아닐까?

혼자 간직하고 고민하는 글을 쓰지 못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일기는 제발 일기장에 쓰세요!"


미안하지만 조금만 같이 들여봐 주시면 안 될까요?

대신 저도 당신의 심연을 들여봐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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