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오빠는 너무 게을러졌어!"
외벌이 신세인 아내가 내게 일갈했다.
언제나처럼 침묵으로 지금 이 순간을 피해보려 했으나,
"진짜 너무 게을러졌어. 글 하나 딸깍 써놓고, 하루 다 끝난 것처럼 살잖아. 그게 뭐야? 그게 삶이야? 이게 부부야!"
"......"
"나도 요즘 일하느라 뼈 마디마디가 쑤시단 말이야."
큰일 났다.
다큐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럴 땐 어떤 회피도 통하지 않는다.
게다가 아내가 화내는 일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기에,
나는 그 어떤 변론도 할 수 없었다.
이 순간 당당해지려면,
과정이 아닌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글을 읽는 독자도 갑갑하긴 매한가지겠지.
- 말만 잘하네. 메타인지가 되면 뭐 하는고? 멀쩡할 때 땀 흘려 일이라도 하라고요!
사실 독자뿐만이 아니다.
아내의 주변에 있는 모든 이가,
아내의 편이지 나의 편은 없다.
'계속... 이렇게 살아선 안 되겠지.'
"노력하란 말이야. 너무 대충 살고 있잖아. 매일 쓰면 뭐가 달라져? 누가 저절로 알아봐 주는 게 어디 있겠냐고."
유유자적, 취미생활이나 즐기던 내 삶에 '위기'가 찾아왔다.
어찌하여 하늘은 나를 부자로 태어나게 하지 않았는가!
40대에 할 소리는 아닌 거 같으니 이쯤 하고.
그리하여 올 하반기는 조금 바지런을 떨어보는 시늉이라도 해야겠다.
비록 시늉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으나,
나는 부정의 의미를 덜어내고 사용하겠다.
올 하반기 목표 '바지런한 인간으로 변하기' START
.
.
.
일단 집에만 있는 게 문제인 듯하다.
나는 범부인 관계로 집에만 있으면 다소 늘어지는 경향이 있다.
'밖으로 나간다고 크게 달라질까? 돈만 쓰게 되는 거 아니야?'
아내가 그리 호락호락한 사람은 아닌 관계로,
돈 쓰게 될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 같다.
알아서 돈줄이 막힐 테니...
그렇다면 내가 갈 수 있는 '장소'는 어디가 있을까?
일단 유력 후보지로 '동네 도서관'을 정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도서관 만한 곳을 찾기는 어려울 거 같다.
별 고민할 것도 없이 장소는 정해졌다.
이제는 나의 의지만이 남았도다.
자, 이제 그럼 목표를 정해보자.
.
.
.
[1차 목표] 집에서 글 하나 쓰기
늘 먹던 맛 그대로.
일단 기본 목표는 변함없이 지키기로 약속.
문제는 여기다.
올 상반기를 곱씹어보면,
보통 여기서 하루 목표치가 끝났었다.
'이래선 안돼!'
지지부진한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이제 나는 이세계(도서관)로 간다!
언제나 그렇듯 이세계의 입구엔 늘 백팩을 멘 전사들이 대기 중이다.
조용하지만, 가장 치열한 전장.
공부 의지로 무장한 사념체들.
'이제부턴 합류만이 살길이야.'
그리하여,
[2차 목표] 도서관에서 글 하나 완성 하기
쓰기 전엔 집에 복귀 불가.
"여보, 나를 찾지 마오."
"ㅇㅋ 쓰기나 해."
일단 계획을 세우니까 기분은 좋네.
지키지 못할 방학 시간표를 짜는 기분이랄까.
"갈! 마음가짐을 다시 먹어라. 지구인 NO.6803383838. 지금부터 너는 새롭게 태어난다!"
약 82억 인구 중 68억 몇 번 정도의 번호를 가진 내게 스스로가 보내는 메시지를 기억하자.
82억 모두가 스스로를 자책하고 반성하는지까진 모르겠다만,
68억 번대의 난 매일 번뇌와 자책에 찌들어 있다.
이제는 내게 주어진 번뇌를 벗어날 길을 찾아야 한다.
부디 다음 글은 '도서관'에서 작성할 수 있기를,
"아, 일단 애들 방학은 끝나고요!"
과연, 말만 하다 끝나지 않기를...
어찌 됐건 많이 써보고 싶은 포부를 남겨놓는다 나 자신이여.
말복을 하루 앞둔,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