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보다 먼저 보여지는
것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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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성프리맨

글쓰기 수업의 마지막은 ‘작가 프로필’ 작성이었다. 이끎이 선생님이 참고로 보내준 프로필은 박완서 작가님의 것이었는데, 나는 차마 따라 쓸 수가 없었다. 이유는 있었다.


대작가님처럼 내세울 만한 게 없어서가 주된 이유였고 지독히 개인적인 사정을 쓰는 게 무익하다고 생각해서였다. 혹시라도 내 글을 읽는 분이 있다면 순전히 글에 대한 호기심 때문으로 읽지 이력 때문에 읽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래서 다소 고집스럽지만 선생님의 제안을 뒤로하고 간소화된 내용으로 프로필 작성을 밀어붙였다.


올초쯤에 ‘OO신문’에 이력서를 낸 적이 있다. 지역 신문이기도 하고 근무형태가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하며 인턴 기자에 지원했었다. 결과적으로는 불합격했다. 여기엔 다소 복잡한 이유가 있겠지만 1차적으로 내가 신문사에 맞지 않는 인재상이었던 게 가장 컸으리라고 생각한다.


살짝 지원과정을 공개하자면 처음엔 ‘당근’에 올라온 공고를 보고 간소화된 이력서를 보냈다. 참고로 해당 신문사에 문제가 있다거나 나의 억울함을 증명하고 싶다거나 하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순수하게 과정이 있었다는 걸 기록에 남기는 것뿐이다. 감사하게도 개인 메시지로 연락이 왔다.


[이력서를 정식으로 써서 보내주시겠습니까?]


당근 텍스트박스에 맞춰서 간소화된 형식으로 보내는 것보단 정식 이력서가 낫겠다 판단해서 예전에 보유 중이던 자유형식(원티드 이력서 양식)을 수정해서 보냈다. 원티드 이력서 양식이 낯선 분에게 쉽게 설명하자면 일종의 블라인드 채용에 초점이 맞춰진 양식이라 할 수 있다. 인적사항 같은 부분은 거의 없애고 실무나 포부 같은 본론만 집중해서 기재하는 형태다.


여하튼 자유형식으로 보낸 이력서를 본 담당자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다.


[사진도 없고… 기본적으로 이력서에 들어가야 할 사항이 대거 빠졌네요?]


고민 끝에 부족하다고 생각한 부분을 다시 메시지로 작성해 보내면서 한 마디를 덧붙였다.


[제가 오랫동안 사용해 오던 양식이어서 괜찮을 거라 생각했었습니다. 여기 따로 인적사항을 보내드리니 확인 부탁드립니다.]


이쯤 해서 탈락을 확신하긴 했다. 내가 꿈꾸던 환경과는 다소 거리가 멀거라며 여우가 되어 신포도 타령도 했다. 그리고 불합격. 사유가 궁금하기도 했고 아니기도 했다. 하지만 딱히 물어보진 않았다. 어떤 문제 때문일지는 왠지 알 것도 같았으니까.


작가 프로필을 작성하면서 비슷한 트라우마가 잠시 떠올랐다.


‘인적사항이 꼭 필요한 걸까?’


보통의 사람이라면 쓰는 걸 크게 개의치 않을 거 같은데 그토록 숨기고 싶은 과거가 많아서일까?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은 인적사항을 쓰지 않는 것이었다. 그나마 형식적으로 표현한 사항이래 봤자 ‘80년대생’이란 표현이 전부. 결코 오만해 보이려거나 잘난 척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음을 밝히는 바이다. 혹시라도 선생님이 이 글을 읽게 된다면 부디 제자의 허물을 덮어주셨으면(이해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