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살, 인연을 믿고 싶었던 김경남 씨 8

by 고성프리맨

“그게 왜 궁금해?”

”아. 아니. 그냥.”

”정말 그냥이야?”

”그건 아니고..”

”그럼?”


’괜한 질문을 한 걸까?’


뚫어지게 쳐다보는 소영이의 눈빛 때문에 몸이 뜨거워지는 느낌이다. 소영이에 대한 궁금증에 그냥이라는 답은 너무 무책임한 느낌도 든다. 난 왜 소영이의 남자친구에 대해 궁금해했을까. 소영이가 아닌 남자친구가 궁금한 거였을까?


”그렇게 그냥 간 거 계속 후회했었어. 연락처라도 물어봤어야 했는데.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라도 알아봤어야 했는데. 한국에 오기로 한 순간부터 네 생각이 났어. 혼자 간직한 마음이었지만 꼭 한 번은 널 만나고 싶었어. 그런데 이렇게 만나게 되니까 무슨 질문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솔직하게는 네가 남자친구가 없길 바라서 물어본 거야.”


술기운 덕분인지 생각보다 속에 있던 말이 술술 나왔다. 하지만 제대로 된 말을 한 건지는 모르겠다.


’혹시 괜한 말을 해서 분위기만 이상해 진 거면 어떡하지?’


”나도.”

”응?”

”말 잘하네 이제? 예전보다 덜 답답하고.”

”시간이 흘러서 아닐까?”

”먼저 네 질문에 답을 하자면 지금은 없다야. 그리고 연락을 하지 않은 건 내 성격 탓도 있어. 나도 너 떠나고 나서 몇 번은 생각났었어. 근데 연락한다고 우리에게 다시 만난다는 기약은 없을 거라 생각했거든. 그리고 지금 이렇게 네가 내 앞에 있는 게 나도 신기해. 하지만 그게 당장의 호감을 의미하는 건 아니야. 그래도 대화 나눌 수 있어서 좋아.”

”고마워. 근데 너 많이 예뻐졌다.”

”하하. 야! 너 내가 남자친구 없다고 하니까 바로 이러는 거야?”

”그게 아니고. 예뻐졌어. 정말이야.”

”이게 바로 화장의 힘이란다. 그래도 고마워. 그럼 나도 물어볼게. 넌 여자친구 있어?”

”음..”

”와 뜸 들이는 거 봐!”

”아냐! 나도 지금은 없어.”

”따라 하네?”

”암튼 나도 없다고!”

”푸하하 알았어 알았어. 믿어줄게.”

”믿는 게 아니라 진짜 없어서 없다고 하는 거야.”


어색해질 뻔했던 우리는 금세 다시 친해졌다. 소영이와 웃고 떠드는 지금 시간이 너무 행복하다.


”소영아 내일 바빠?”

”내일? 음.. 뭐 크게 바쁜 건 없어. 나 운전면허 따려고 공부 중이다?”

”와 정말? 난 면허 이미 있는데.”

”빨리 땄네.”

”거긴 한국보다 조금 빨리 딸 수 있어서. 원해서는 아니었고 반강제로 시험 봤지 뭐.”

”나중에 나 좀 알려주라.”

”운전은 거의 안 해서 사실 자신은 없는데. 기회 되면.”

”좋아! 그리고 내일 저녁 때는 시간 괜찮아.”

”만날까?”

”데이트 신청이야?"


소영이의 말에 갑자기 볼이 빨개져 나도 모르게 시선을 살짝 피했다.


”뭔데. 그냥 밥만 먹고 싶은 거야? 나 밀당 이런 거 귀찮은데.”


소영이는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은 더 직선적이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데이트 신청 맞아. 볼래?”

”호오.. 이렇게 나온다고?”


내가 하는 말이랑 행동이 재밌다는 듯 소영이는 웃음을 참는 것 같다.


”아이 그만 놀리고. 나 민망한 거 참고 얘기하는 거란 말이야.”

”알았어 알았어. 이러다 울겠네. 그렇다면 구제하는 셈 치고 어디 한번 만나줄까?”

”응. 만나자. 나 할 것도 없고 아직 한국 적응도 잘 안 돼서.”

”와 불쌍한 척하는 거 봐. 조금 안 돼 보이긴 하네. 이 누나가 어디 한국 생활 가이드를 좀 해줘야 하나..”


말을 하며 소영이가 웃고 있다.


”누나는 무슨. 그럼 내일 보는 거다?”

”그래. 내가 끝나고 집 앞으로 갈게. 너 전화도 없잖아.”

”아.. 그렇지. 내일 개통하려고 정수랑 같이 가기로 했어.”

”잠깐만 있어봐.”


일어나서 1층으로 내려간다. 잠시 후 다시 올라온다.


”손 줘봐.”

”어?”

”손 잡으려는 거 아니니까 줘봐.”

”장난 좀 그만.”

”티나? 자 여기.”


소영이가 건네준 종이에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내일 개통하면 저장하라고. 그리고 연락해.”

”아아. 알겠어!”

”자 이제 가자. 집 정리도 좀 하고. 근데 너 안 피곤 해? 시차 적응도 못했을 텐데.”

”집에 가서 자야지. 조금 어지럽긴 하네. 그래도 데려다줄게.”

”아냐. 피곤할 텐데 각자 가자.”

”난 할 일도 없고 지리 적응도 해야 하니까. 괜찮아.”

”이상하다 너. 나랑 붙어 있고 싶어서 그러는 거지?”

”맘대로 생각해.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고.”

”조금씩 뻔뻔해지네. 그래 걷자.”


가져온 트레이 정리를 마친 후 우리는 카페 밖으로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