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살, 인연을 믿고 싶었던 김경남 씨 7

by 고성프리맨

오랜만에 먹는 족발은 정말 맛있었다.


”와.. 막국수 장난 아니다! 고기에다 싸 먹으니 눈물 날 거 같아.”

”그렇게 맛있냐? 많이 먹어라.”

”많으니까 더 먹어. 한국에 온 거 축하해. 우리 이제 성년인데 다 같이 한잔 하자.”


소영이의 제안으로 우리는 술을 마셨다.


’이 느낌이 그리웠어..’


문득 옆에 있는 정수와 소영이에게 너무 고마웠다. 먹고 마시며 우리는 한참 동안 옛날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중학교 이후의 얘기는 너무 다른 환경 속에 있다 보니 접점이 많이 생기진 않았지만 그래도 서로 살아온 얘기를 듣는 건 즐거운 일이었다. 조금만 마시기로 했던 술병이 조금씩 늘어간다. 점점 다들 취기가 올라온다.


”야! 생각보다 술 잘 마시네? 캐나다에서 얼마나 사 마신 거야!”

”캐나다에서 미성년자는 술 못 사거든? 나 아빠랑 집에서 마시고 지금이 첨이야.”

”헐 근데 주는 대로 마시네? 난 이제 힘든데. 소영아 넌 괜찮아?”

”응. 나 조금씩 조절 중이야. 힘들긴 하네.”

”근데 니들 둘이 사귀었었냐?”

”아냐!”


반사적으로 ‘아니’라고 하고선 소영이를 쳐다봤다. 소영이가 다소 오묘하게 쳐다보는데 갑자기 어색한 기분이 들어 눈을 피했다.


”음? 둘이 뭐 있긴 한가 보네? 아 몰라. 근데 난 이제 가야 할 거 같아.”

”어? 갑자기 간다고?”

”무슨 일 있어?”

”좀 있어 그런 게. 그리고 여기 내가 계산할게! 아깐 장난이었다. 오랜만에 봐서 너무 반가웠거든. 내일 폰 사러 같이 가자. 소영이도 우연히 만났지만 반가웠어. 세상 차암 좁다 그치이?”

”취했네 이 새끼. 우리 집에서 자고 가도 되는데.”

”아냐. 너네 집 정리도 안 됐잖아. 담에 정리되면 불러.”

”예리한데. 택시라도 불러줘?”

”알아서 갑니다잉. 나 그리고 술 세서 이 정도는 괜찮아. 담에 보자 얘들아.”

”어.. 잘 가 정수야.”


정수는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 정수가 떠나고 나자 갑자기 어색해져서 우린 말없이 음식만 바라봤다.


”경남.”

”응?”

”넌 똑같다? 여전히 무뚝뚝하고.”

”아니 뭐 하긴.. 배도 부른데 우리 카페나 갈까?”

”카페?”

”시간 괜찮으면 조용한 데서 얘기하고 싶어서.”

”지금 몇 시지. 음. 그래 한 시간 정도는 괜찮을 거 같은데. 가자.”


가게 바깥으로 나오자 바람이 불어 살짝 시원한 느낌이 든다. 아까까지 취기 때문에 좀 덥고 어지러운 느낌이었는데 그나마 살 거 같다.


”와. 살 거 같아.”

”나도 그래. 안에가 좀 더웠지?”

”그러게 사람이 많아서 그랬던 거 같아.”

”저기 카페 보이는 대로 갈래?”

”그러자.”


눈앞에 보이는 불 켜진 2층짜리 카페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조용하고 사람이 별로 없어서 좋았다.


”뭐 마실래?”

”난 아아. 넌?”

”나도 같은 거 마실래.”

”따라 하긴!”

”더워서 그런 건데. 여긴 내가 살게.”

”놉! 오늘은 친구들 덕 좀 봐. 오랜만에 왔으니 여긴 내가. 그리고 족발 보단 훨씬 싸니까.”

”아.. 그럼 담에 내가 살게.”

”다음에 보는 거 맞지?”

”당연하지! 내가 아는 사람이 누가 있다고.”


커피가 나오길 기다리면서 우리는 진열장에 보이는 케이크를 들여다본다. 배는 부른데 초콜릿 케이크가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케이크 좋아해?”

”좋아하지. 넌?”

”난 생크림 케이크 좋아해. 맛있겠다.”

”케이크 사줄까?”

”아냐 오늘 너무 먹어서 죄책감 든 단 말이야. 안 그래도 요즘 통통해지고 있어.”

”귀여운데.”

”어?”


’나도 모르게 속마음을..’


”뭐야. 안 귀엽거든! 살 빼야 해.”

”아하하. 커피 가지고 2층가자.”


위로 올라가니 1층 보다도 사람이 없었다. 어디 앉을지 살펴보다 창가 쪽에 자리 잡는다. 앉아서 소영이를 보니 살짝 오른 취기 때문에 소영이의 얼굴이 조금 붉어져 있다. 머리를 살짝 넘기는데 이쁘다는 생각이 들어 괜히 잔을 들어 커피를 마신다.


”신기하다. 네가 한국에 있다니.”

”그러게. 나도 이상해. 그냥 이상한 꿈을 꿨던 거 같은 느낌이다. 원래 여기서 살댔는데 꿈을 꿨던 그런 느낌.”

”캐나다는 어땠어?”

”나쁘지는 않았어. 첨엔 좀 힘들었지만. 넌 어땠어?”

”나도 뭐. 그냥저냥 공부하다 보니 어느새 성인이 돼버렸네? 하하. 영어는 잘해?”

”그냥 뭐 대화하는 거지. 잘한다기엔 여전히 부족해서. 한국어가 젤 편해.”

”그렇구나. 그래도 멋있는데?”

”혹시 남자친구 있어?”


갑자기 너무 궁금했다. 소영이는 커피를 들어 한 모금 마시기 시작한다. 그 모습이 엄청나게 천천히 흘러가는 거 같아 괜히 마음이 갑갑해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짧은 시간이었을 텐데 그때는 시간이 멈춘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커피를 마시고 나서 잔을 내려놓고 소영이가 날 똑바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