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이 지나도록 소장님은 오지 않고 있다.
”아 언제 오는 거야..”
”다시 전화해 볼까?”
”약속했으면 좀 지켜야..”
때마침 작은 경차가 집 앞에 멈춰 섰다. 주차를 마치기 전에 차의 창이 내려간다.
”미안해요. 많이 늦었죠? 차가 너무 막혀서. 잠깐만 기다려요.”
다시 차의 창문을 올리고 시동이 꺼지더니 소장님이 내린다. 옆에는 누가 타고 있는 듯 실루엣이 보였다.
”잠깐만 기다려. 엄마 열쇠 주고 설명 좀 하고 올게.”
”엄마. 잠깐만.”
”바쁜데 왜?”
”아니.. 잠시만.”
”왜?”
소장님의 시선이 딸이 바라보는 방향을 따라 쳐다본다.
”응? 설마 아는 사람이니?”
”그런 거 같아서. 아! 맞는 거 같은데?”
”그럼 내려서 봐 봐.”
소장님은 차에서 내려서는 한참 동안 딸하고 얘기하는 중이다.
”아니 저 아줌마 왜 안 오시냐.”
”음. 아 오시려나 본데. 근데 차에서 누가 내리네.”
차에서 내린 사람은 여자였다. 나랑 정수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든다.
”엇? 윤소영? 야 저기 소영이네. 와 말도 안 돼.”
”총각 우리 딸 알아요?”
”그럼요. 중학교 동창이에요. 아 그럼 소영이 어머님이세요? 안녕하세요. 전 정수라고 합니다. 이쪽은 경남이라고 하는데 멀리 캐나다에서 왔어요.”
”아. 안녕하세요 어머님! 김경남이라고 합니다.”
”하하. 세상 참 좁네. 내가 이 일 하면서 많은 일을 겪긴 하는데 참 좁긴 좁아.”
어느새 소영이도 우리 쪽으로 다가와 있었다.
”안녕 얘들아. 우리 엄마야. 차 타고 같이 집 가는 길이었는데 신기하네.”
그리고 정말 신기한 듯 경남이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너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온 거야?”
”그렇게 됐어. 대학교는 한국에서 다니고 싶었거든.”
”자자. 얘들아 너네끼리 할 얘기는 좀 이따 나누고 일단 키부터 줘도 될까?”
”네.”
소영이 어머니는 이런저런 설명과 함께 키를 전달 주셨다.
”궁금한 거 있으면 편하게 물어보고 아니면 소영이 통해서 물어봐도 된다. 그럼 아줌마는 먼저 갈게. 소영아 너 어떻게 얘기 좀 하다 올래?”
”응. 이따 갈게 엄마.”
”그래. 담에 또 보자 얘들아.”
”안녕히 가세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웃으며 차로 돌아가신 후 시동을 걸고는 다시 한번 창문을 열어 인사를 건네고 떠나신다.
”와.. 윤소영. 신기하네. 오늘 안 그래도 경남이랑 너 얘기 잠깐했었는데.”
”내 얘기? 뭔데?"
”아!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아냐.”
”아니긴. 궁금해했잖아.”
”아 그렇긴 한데. 그래. 사실 궁금했어.”
”한국으로 왔구나. 잘됐다. 저녁 먹었어?”
이리저리 눈치를 보던 정수가 말을 이어간다.
”오늘 경남이가 쏜대. 맞지?”
”그래 이 자식아. 같이 먹을래 소영아?”
”좋아. 오늘 특별히 약속도 없고 집이나 가려던 참이었는데 잘됐네. 뭐 먹을까? 아니지. 경남아 너 오랜만에 한국 왔는데 뭐 먹고 싶었던 거 없어?”
”음.. 딱히 생각나는 게 없는데. 피자?”
”와 이 매국노 같은 놈. 뭔 피자야.”
”갑자기 생각이 안 나서 그래!”
정수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며 소영이 배시시 웃고 있다.
”냉면도 생각나고.”
”냉면?”
”갑자기 생각나는 음식이 별로 없네. 먹고 싶은 건 분명 많았는데. 비빔냉면 같은 게 갑자기 떠올라서.”
”그럼 우리 족발 먹으러 갈래? 거기 쟁반막국수 같은 것도 있으니까.”
”오 족발 좋다. 경남 어때?”
”족발? 아 그것도 먹어 본 지 오래되긴 했네. 괜찮아.”
”나도 좋아. 그리고 오늘은 내가 사고 싶은데. 오랜만에 한국 온 친구한테 뜯어먹기는 좀 그러네.”
”소영아 그럼 내가 뭐가 돼. 나만 나쁜 놈 만드려고.”
”너 원래 나쁜 놈이거든.”
”아니 아깐 데리러 나와줘서 고맙다고 질질 짜려고 했으면서.”
”그만하고 가자. 먹으면서 얘기해. 짐부터 넣어놓고 와.”
”알았어.”
끌고 온 캐리어 두 개를 정수와 함께 집 문 앞에 놓았다. 열쇠를 돌려 문을 열자 다소 어두운 느낌의 집안 내부가 살짝 보인다.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캐리어를 현관 앞에 밀어 놓고 문을 닫는다.
’나중에 정리하자.’
”야 신기하긴 하다 그치?”
”그러게.”
”소영이랑 잘해봐.”
정수의 말에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린다.
”뭘?”
”알면서. 저녁 먹고 둘이 카페라도 가. 은근슬쩍 빠져줄 테니.”
”아 그냥 있어.”
정수는 당황하는 내 모습이 재밌다는 듯 쳐다본다.
”둘이 뭐 해!”
”아 지금 갈게. 문이 잘 안 잠겨서 그래.”
’윤소영. 이렇게 다시 만나다니. 남자친구는 없을까?’
앞서가는 생각에 경남은 어이없어서 혼자 픽하고 웃는다.
”왜 웃어?”
”아니야.”
”그렇게 좋아?”
”가만히 좀 있어. 밥이나 먹으러 가자.”
’눈 앞에 소영이가 있다. 꼭 한 번 보고 싶었는데. 어쩌면 난 네가 보고 싶었던 게 맞나 봐.’
웃고 있는 소영이를 향해 우리는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