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생존기 1화.

오르고 보니 네팔행

by 브랜디Cake

2018. 10. 1 저녁 6시 무렵

내일부터 시작될 장기 출장을 앞두고 분주했다. 절대 하지 말자 정해둔 야근을 오늘은 피할 수 없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조급했다. 갑자기 컴퓨터 모니터에 사내 메신저 창이 분주하게 뜬다. 내가 네팔로 발령이 났다며 축하를 해야 할지 위로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아우성이다.

조용히 해 보소들. 나부터 확인해 보게요.

그제야 확인한 인사 명령에는 확실히 내 이름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네팔 행을 명하고 있었다.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회사에 입사했다. 그 회사에서 15년을 ‘9 to 6’의 삶을 살았다. 주목받을 만큼 특별히 유능하지도 무능하지도 않아 조직이란 수레바퀴의 한 부품으로 제격이었으리라.

하얀색 A4위에 까만색 글씨를 채우는 것이 내 인생의 전부인가 하는 무용한 생각을 시도 때도 없이 할 때 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유학을 가자니 딱히 공부하고 싶은 것이 없었고 무작정 퇴사를 하거나 휴직을 하기는 명분도 확신도 용기도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해외 근무였다. 입사 이후 동일한 업무만 지속했던 내 경력에도 일상에도 변화를 주기에 충분하지 싶었다. 그렇게 해외 근무자 모집에 뛰어들었다. 지금 와서 보면 나의 도전은 무지해서 무모했고 순진해서 안타깝다.


해외근무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준비를 한다. 개인적 또는 경력적 목적을 가지고 후보 국가를 정한다. 틈틈이 현지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해당 국가 뉴스나 업무 관련 소식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면서 자신을 태울 버스가 언제 오는지 가늠한다. 이들은 버스가 왔다고 무턱대고 오르지 않는다. 마음에 정한 목적지가 있음으로 목적지행 버스가 올 때까지 진득하게 기다린다. 목적지 행이 당도하면 과감하게 움직인다.

그래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버스에 오른 나는 무지해서 애처롭다. 조급함만 가득한 서툰 결정은 타고 보니 네팔행이였다. 흔히 말하는 험지, 기피 지역행. 처음부터 준비 없던 내게 목적지가 있을 리 만무했지만 막상 닥쳐온 현실에 실소가 끊이지 않는다.


출장 이후에 있을 갑상선 암 수술과 지금 당장으로 닥친 야근으로 머리도 손도 분주하게 돌아간다.

'이거 레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