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위한 최고의 목적지
갑상선 암과의 한 달 간의 사투를 마치고 해외 파견자 교육으로 직장에 복귀했다. 지방 원거리 이동자가 많음에도 가차 없이 월요일 아침 9시에 교육은 시작된다.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꼭두새벽부터 택시를 건너 첫 KTX에 몸을 실었다. 2박 3일간의 무거운 짐과 그것보다 더 무거운 마음으로
월요일의 설레임이 나만 없는 것은 아닌 듯 월요일 첫 KTX에 꽉찬 직장인들은 피곤해보였다.
덜컹거리는 소음만 가득한 기차에서 갑상선 수술을 담당해준 의사의 얼굴이 떠오른다. 나의 상태가 해외에서 몇 년간 근무를 해도 되는지 묻는 질문에 그녀는 아주 담담하게 답변했다. 아프다는 이유로 하려고 하던 것을 포기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동의했다.
앞으로도 내 몸은 계속 고장 날 것이고 목숨에 지장이 없는 한 나는 무엇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니까.
퇴원하던 날 그녀가 물었다.
‘근데 가시는 나라가 어디세요?’
‘네팔이요’.
커진 눈과 하이 톤의 목소리로 그녀가 적잖이 놀랐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약 처방 더 내 드릴게요. 등록되신 보호자가 약 잃어버리면 대신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 둘게요’.
웃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선생님, 저 선생님의 담담함에 의지하고 있는데 네팔이란 단어에 놀라시는 건 반칙 이지요. 하하하~’
두꺼운 자료와 책들이 올려 진 자리에 앉아서 건조하게 교육이 시작된다. 직무, 회계, 전산으로 이어질수록 배경지식도 준비도 없는 별 볼일 없는 내 밑천에 위축되어 갔다.
그 와중에 만나는 사람들은 도움이 안 된다. 열악한 생활환경, 엄청난 업무량에 더불어 좋지 못한 나의 몸을 들며 걱정들을 쏟아낸다. 나의 우려와 걱정은 이제 사람들이 내뱉은 강력한 사실과 숫자로 무장하고 내 미간과 심장에 묵직하게 자리한다.
1일 차 교육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택시에서 낯선 도시의 낯선 풍경에서 한숨이 멈추지 않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몇 해 전 함께 일한 적이 있는 직장 선배였다. 늦게 연락해서 미안하다며 그가 말했다.
‘새로운 출발 축하해요, 잘 할 거예요’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렇다. 네팔행 버스라 당황은 했으나 변화를 위한 한 발짝임에는 틀림없다.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다름과 차이로 인하여 그곳이야 말로 변화의 최적지 아니겠는가.
불안함은 여전하지만 이제야 지금까지 눈치 채지 못하고 있던 설렘이 얼굴을 든다.
기다려라 네팔! 내가 간다. 곧!!!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