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길을 걸으며
아 직박구리다! 사람이 있는 걸 아는지 갑자기 조용히 울었습니다.
왠일이람. 산수유 배경으로 참 느긋하게 앉아 있습니다.
참새목 직박구리과에 속한 조류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텃새 중 하나입니다.
서울을 포함한 인천, 경기도 중부지방부터 전라도, 울산, 부산 등 남쪽지역까지 넓게 분포하는 새이고
전봇대 등지에서 비둘기보단 작은데, 참새보다 큰 새가 삐이익거리고 있다면 바로 요놈입니다.
여러 사전에 따르면 남한에는 대부분 사는 듯하나, 북한에는 얼마 살지 않습니다. 새가 번식할 수 있는 마지막 선인 번식 한계는 평안남도 이남 지역이라고 하나, 최근에는 러시아 연해주에서도 관찰되었다고 합니다.
깃털은 뾰족하고 회색빛인데, 날개는 그보다 어둡고 배 부분의 털은 끝이 흰색이라 얼룩무늬처럼 보인다. 부리 옆에 연지곤지를 찍은 듯한 귀깃의 색은 약간 붉은 기를 띄는 색이거나 밤색이다. 사실 멀리서 보면 그마저도 육안으로는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울음소리가 시끄럽습니다. 확실한 정보가 아니라 속설이긴 하나, '직박구리'라는 명칭의 어원이 '시끄러운 새'라고 할 만큼 소리가 크고 은근히 신경을 긁는다. 평소에 무리 지어 살기 때문에 혼자 우는 편도 아니라, 한 마리가 소리를 내면 다른 한 마리도 말싸움하듯 맏받아쳐서 돌림노래처럼 소리가 따로 놀아 더 시끄럽다.
높은 "삐액!"이나 "삐이이이이 이 이 이이익!" 같은 짧고 높은 목소리의 새가 여러 마리 모여있다면 백이면 백이 새다.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울 때 그 소리로 존재감을 과시할 정도로, 어찌 보면 '지저귀거나' '우짖는' 게 아니라 그냥 '짖는' 수준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무리 지어서 사는데, 위에서 언급했듯 한 마리가 울면 다른 새들도 덩달아 우렁차게 짖으며, 먹이를 구할 때에도 몰려다니는 경우가 있다. 대개는 기본 2마리 이상, 많게는 10마리 넘게도 무리를 짓습니다. 무리 지어 살다 보니 자리싸움이 심하여, 자기 자리에 다른 새가 앉아있다면 서로 쪼고 박고 싸움이 납니다. 비교적 낮은 소리로 길게, 자주 울 경우가 바로 경계할 때 내는 소리. 주로 주변에 다른 직박구리가 와서 영역 싸움 / 자리싸움이 있거나, 둥지 주변에 사람이 있어서 새끼 때문에 경계할 때 낸다. 모성애가 강한 새이므로, 공격받기 싫다면 이 소리를 듣자마자 자리를 뜨는 게 좋습니다. 마치 개가 겁을 먹었을 때 끼익 끼이이잉 하는 소리랑 비슷한데, 겁먹을 때 이런 소리를 내는 개와 달리, 직박구리가 이런 소리는 내면 무척 화가 났다는 뜻입니다. 다만 참새라고 무조건 쪼는 건 아니고 오지 말라는 그냥 쫓아내는 수준입니다. 그리고 비둘기, 참새와 동시에 같이 보이는 새이기도 합니다.
직박구리는 별 걸 다 먹습니다. 봄에는 진달래나 벚꽃의 꽃잎, 각종 나뭇잎 등을 먹고, 여름에는 작은 벌레뿐 아니라 거미, 말매미나 지네 같은 큰 벌레도 잡아먹고, 식물의 열매나 심지어 풀 이파리까지 먹기도 합니다.
특히 봄에 벚꽃이 핀 벚나무를 자세히 보면 위 사진과 같이 직박구리가 나뭇가지 위에 앉아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는 동백꽃과 벚꽃의 꿀도 모자라 장미꽃잎, 목련 꽃잎이나 배추까지 먹는다는 것을 보면 정말로 웬만한 것을 다 먹는 듯합니다.
겨울에는 작은 열매를 먹는데, 특히 최근에 도심지에서 크게 늘어난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공원이나 아파트 단지에 이팝나무, 산수유, 피라칸다, 주목, 화살나무, 회화나무 같은 열매가 열리는 나무를 심다 보니 직박구리 입장에서는 먹을 게 널려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귀엽고 깜찍한 생김새와 달리 상당히 호전적인 성격이라 조폭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마침 화가 나거나 신경이 곤두설 때 머리의 깃이 확 곤두서는 것이, 모히칸 스타일을 연상시키는 까칠한 모습이기도 합니다.
암튼, 참 친근한 조류임에는 확실합니다.
벌써 벚꽃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요즘은 순서도 없이 볕이 잘 들면 피고 날씨 좀 추우면 지가 알아서 미리 져버립니다. 질서라는 게 아예 없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여기저기를 다니다 보면 볕이 드는 정도에 따라서 다양한 계절을 맛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예쁜 아이들이 지천에 깔렸다니 봄은 참 행복한 계절입니다.
즐거운 점심 산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