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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딴생각 brant Mar 22. 2022

선생님은 애가 없으셔서 그래요.

 학부모 상담 때, 신규 교사들이 많이 듣는 말이다. 특히 젊은 여교사들에게 어머니들이 이런 말을 많이 하시는 것 같다. 남교사인 나는 아직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고, 내 주위 다른 남자 선생님들이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본 적도 없다. 그런데, 아내도 또 같은 학년의  젊은 여자 선생님들도 이런 이야기 때문에 속상했다는 얘기를 종종 하니까 말이다.


 어쩌면 단순한 사실을 말한 것일 수도 있다. 아직 미혼인 선생님이거나, 결혼은 했지만 아직 아이가 없다는 사실에 대한 이야기 말이다. 그런데, 대부분은 단순한 사실을 전달하기 위한 의도로 하는 말은 아니다. 애가 없기 때문에, 무언가 교사로서 필요한 자질이 충분치 못한 것 같다는 이야기가 그 뒤에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 아이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그러는데, 선생님이 아이가 없어서 뭘 모르신다." 거나 "선생님도 나중에 아이를 낳아보면 그때는 제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으실 거예요. " 등의 말이 이런 이야기가 등장하는 대표적인 상황이다.  


 학부모님 말씀도 맞는 말이기도 하다. 아이의 부모가 되면 그 이전보다 아이들에 대해 이해의 폭이 넓어지게 되니, 나중에는 아직 아이가 없어서 몰랐던 선생님도 다 이해하게 될는지 모른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어머님의 아이만이 유독 문제가 많은 아이일 가능성도 있다. 어머님은 보통   혹은  명의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얻으시겠지만, 교사의 경우는  학급의 아이들 20~30 중에서 특히 문제가 있다고 느껴지는 아이의 학부모와만 이런 대화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내가 들었던 가장 놀라운 경우는 화장실 처리와 욕설 등에 대한 사례였다. 아직 화장실에서 뒤처리를 하는 것이 충분히 연습되어 있지 않았던 아이의 학부모님께 집에서 화장실 연습을 좀 시켜주시라는 부탁을 드렸다가, "선생님이 좀 닦아주면 되지 뭐 이런 전화를 다하셨나요? 선생님은 애가 없으셔서 그러신가 봐요."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장난을 치다가 아이의 친구가 다쳐 연락을 드렸을 때, "그 아이 엄마 연락처 주시면 제가 직접 통화할게요, 애들끼리 장난도 치고 다치기도 하는 거지 무슨 이런 연락을 다하셨어요, 선생님은 애가 없으셔서 그러시나 봐요."라고 하셨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사실, 이미 다 해결이 된 일이고, 지난 일이다. 그럼에도 이 일을 굳이 다시 꺼내어 언급하는 이유는 하나다. 이와 비슷한 일은 해마다 생길 수 있고, 실제로 또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학교에서 먼저 부모님께 전화를 드리는 대부분의 경우는 유쾌한 이야기는 아닐 확률이 높다. 그리고 자신의 자녀에 대한 좋지 않은 이야기를 들은 부모님의 기분이 좋을 리도 없다. 그런데, 선생님이 학부모님의 기분을 나쁘게 하기 위해서 굳이 전화를 해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걸까?


 대부분의 경우는 도움을 구하기 위해서이다. 위의 화장실 문제의 경우는 뒤처리를 할 줄 모르는 아이가 다른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고 있을 수도 있다. 선생님이 뒤처리를 도와주는 모습을 화장실에서 그 반의 누군가는 목격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런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서, 집에서 연습을 좀 시켜 주실 수 있겠냐는 부탁을 드리기 위해 연락을 드렸을 것이다. 폭력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피해학생의 부모님은 담임선생님과의 통화에서 가해 학생 부모의 연락처를 내놓으라거나, 경찰에 연락을 하겠다거나, 변호사를 부르겠다고 이야기를 했을 수도 있다. 교사는 그저 양쪽의 중재를 위해 연락을 드렸을 뿐이다.


 물론, 말투가 기분 나쁘게 느껴지셨을 수 도 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니 말이다. 많이 조심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런 부분은 항상 경계하고 실수하지 않도록 교사인 나부터 더욱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이번 주부터 학부모 상담이 시작된다. 또 몇몇 선생님들은 애가 없어서 그런가 보다는 그런 이야기를 듣게 될 거다. 나이가 들면, "선생님 나이가 많으셔서 요새 애들을 잘 모르시네요."라는 이야기를 듣는 경우도 있단다.


 감히 어머니나 아버지와 비교할 수 없겠지만, 선생님들도 아이들을 많이 사랑합니다. 항상 아이들이 행복하기를, 저보다는 더 좋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로 다른 반 아이들과 비교라도 당하게 되면, 제 자신이 비교를 당한 것만큼이나 기분이 나쁘고 속이 상합니다. 아이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정성을 쏟아온 교사일수록, 속상한 말 한마디에 교단에 대한 애정을 송두리째 잃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면, 우리는 좋은 선생님을 또 한 명 잃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자리는, 별 다른 애정 없이 교사를 그저 직업의 하나로 생각하는 저 같은 선생님이 채우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혹시  글을 보신다면, 학부모 상담에서 이런 말은 자제 부탁드립니다. 학부모님과의 대화를 통해 학생들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고민 끝에 용기 내어 전화한 애정 어린 선생님은, 더 이상 전화를 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러면, 가장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은 바로 아이들입니다. 학교에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선생님보다  좋은 자산은 없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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