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이상하리만큼 월드컵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 계절적인 영향이 있는 것 같다. 날씨가 더워지는 5월부터 체육시간마다 아이들과 축구를 하면서 6월에 시작하는 월드컵을 기다렸었는데, 이번에는 그러기 어려웠으니 말이다.
계절적인 영향에 더해, 손흥민 선수의 부상 악재가 월드컵에 대한 기대나 관심이 줄어들게 한 것 같기도 하다. 워낙 세계적인 선수이고, 국가대표팀에서의 비중이 절대적이기에 손흥민 선수의 출전이 불발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국내의 월드컵 특수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생각한다.
교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축구를 좋아하는 남학생 1, 2명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축구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심지어 월드컵이 시작한 이후에도 말이다. 우리 반 아이들과 첫 경기에서 점수 맞추기 내기를 하면서, 4년에 한 번밖에 느낄 수 없는 월드컵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는데 분위기를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우루과이와의 첫 경기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무승부로 끝났지만,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모습 그리고 경기를 지배하는 느낌은 부모님과 함께 경기를 시청하고 온 우리 반 아이들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두 번째 경기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첫 경기에서는 우루과이의 승리를 예상하는 아이들이 훨씬 많았는데, 두 번째 경기에서는 대한민국의 패배를 예상하는 아이들은 거의 없었다.
아쉽게도 두 번째 경기는 우리 반 아이들의 바람과 달리 패배로 끝났지만, 혼자서 2골을 넣은 조규성 선수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득점 본능에 반한 남자아이들뿐 아니라, 그의 외모에 반한 여자아이들까지도 등교하면서부터 '조규성'이라는 단어로 아침을 시작했다. 마침 경기 다음날이었던 화요일 오전에 미술 수업이 있었는데, 월드컵 주간이라 유니폼 꾸미기를 준비해두었었다. 우리 반 25명 중에서 등번호 9번 조규성 선수의 유니폼을 선택한 학생이 10명으로 가장 많았고, 7번 손흥민 선수의 유니폼을 만든 아이는 5명이었다.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되었다는 옛말이 바로 이런 경우를 말하는 것 같았다.
조규성 선수의 인터뷰도 참 인상적이었다. 겸손한 표현이겠지만, 학창 시절 보잘것없는 선수였던 자신이 이런 무대에 서고 득점까지 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수많은 선생님들 중 하나일 뿐인 나도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운동장에서 최선을 다해 뛰는 선수들처럼, 노력해야겠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우리 반 아이들 모두가, 조규성 선수처럼, 겸손한 마음으로 끝까지 자신을 믿고 노력해서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희망하는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