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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nU May 01. 2021

5년간 인사평가를 단 한 번도 안 보면 생기는 일

요즘 것들은 도대체 무슨생각인 거야


아니 어떻게 안 봐?



엄마가 정말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나에게 물어봤다. 인사평가를 한 번도 보지 않았다고? 그게 말이 됨? 엄마는 절대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혀를 끌끌 찼다.


그도 그럴 것이 엄마가 직장을 다닐 90년대엔 이 인사평가가 목숨과도 같았다 한다. 엄마는 회사에서 부장까지 근무하고 희망퇴직으로 아름답게(?) 퇴직한 사람인데 40대까지도 매년 돌아오는 2~3월이면 주변 사람 중 누가 특진을 했고 누가 팀장을 먼저 달았나 가 초두의 관심사였다고 한다.


엄마는 승진하려고 아등바등한 스타일도 아니었지만 인사평가엔 민감했다. 언젠가 큰 규모의 사업을 따왔는데 인사평가로 C 받았을 땐 인사팀과 싸워서 A를 받아냈다. 그때 엄마의 별명은 쌈닭이었다. 그리고 인사평가란 것은 정말 싸워서 쟁취할 만큼 중요했다.


근데 요즘 시대가 달라졌다. 나의 또래 친구들을 만나봐도 인사평가, 승진에 90년대 때처럼 신경 쓰지 않는다.


내 친구들이 유독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우선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인사평가에 관심이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아예 안보는 건 나밖에 없겠지)


주임, 대리 진급이 되어도 어디 자랑하지 않고 그냥 주변에 간단하게 알리는 정도이다. 알리는 뉘앙스도 무미건조하게 그러나 조금은 만족스러운(?) 듯한 말투로..


자신의 진급 스토리

예를 들어 같은 차수에 있던 사람과 무언의 경쟁 끝에 TO가 하나 있던 자리를 본인이 낚아챘다는 영웅전과 같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이제 없어졌다.


그럼 뭐가 중요한데?


엄마는 진심으로 궁금한 듯 물었다. 그럼 도대체 그 인사평가가 아닌 다른 중요한 게 뭐가 있냐고. 밀레니얼 세대가 관심 있는 것은 무엇이냐고. 근데 나도 막상 대답하려니 당장 말이 안 나왔다. 그래서 친구 5명에게 물어보았다.


출처 : pxhere


첫째, 재테크 


친구들이 묻자마자 1초도 안돼서 말했던 건 당연 주식과 부동산이었다. 얼마 전 남자 친구는 SKIET 공모주 청약 방법을 나에게 귀띔해줬고 가까운 지인(30대 초반) 아파트를 전세 끼고 샀다.


우린 지금 회사의 인사평가 따위를 이야기할 시간이 없다. 당장 어떤 종목을 샀고, 지금 어디에 부동산 투자를 하려고 하는지가 가장 큰 이슈다.


아무리 대기업에 입사해서 연봉을 오천, 칠천만 원 받는다 해도 서울 아파트 하나 사려면 10년 이상이 걸린다지 않나?어쩌면 20년? 


밀레니얼 세대는 더 이상 누락 없이 진급을 한 과장에게 관심이 없다. 오히려 후배더라도 서울에 집 3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밥 한번 먹으며 비법을 전수받고 싶어 한다.


출처 : pxhere


둘째, 부캐 생성


요즘 내 친구들 중엔 유튜버, 라이브 쇼핑 MC, 블로거들이 많이 생겼다. 이들이 전업 유튜버를 하는 건 아니고 각자의 본업이 있는데 유튜브, 블로그까지 재미로 하는 케이스이다.


한 친구는 대학원 박사과정 중인데 춤추는 영상을 올려서 조회수 2만 회를 훌쩍 넘겼고 또 한 친구는 대기업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근무 중인데 주말마다 자전거 타는 채널을 만들어 많은 팬들을 모았다.


이들에게 유튜브는 돈벌이 수단이 아닌 취미이고 이들은 자신의 본캐로 활동할 때보다 자신의 취미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부캐' 일 때 더 행복하다 한다.


출처 : pxhere


셋째, 나 자신


너무 당연한 건지 모르겠지만 요즘 밀레니얼 세대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가 '나'였다.


3포 세대를 지나 N포 세대로 온 지금, 우리가 지키고 가꿀 것은 이제 나 자신밖에 없어졌다. (결혼, 연애, 집 다 포기했네 씨..)


그렇기에 남 눈치 보고 그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전전긍긍하는 것이 아닌 내가 지금 무엇을 좋아하고 나의 기분은 어떤지를 더 챙길 뿐이다.


어쩌면 부모세대들 입장에선 이기적이라 말할 수도 있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이기적인 것이 아닌 개인주의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듯하다.


희'생' 말고 내 인'생' 챙기기 바쁘다.



사람들이 묻는다

인사평가를 5년 동안 안 보면 어떻게 되냐고.


결론적으로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


승진도 했다. 

단지 인사평가 결과 다음날엔 항상 부하직원들의 눈치를 보던 팀장이 자신이 어떤 고과를 주던 평소처럼 대하는 나를 하게 보는 것

그거 하나가 다른 점?


물론 일을 개차반으로 하면서 인사평가를 보지 말고 회사를 막 다니라는 건 절대 아니다. 그건 정말 잘못된 거지. 회사는 돈 받는 곳이니 제대로 일하는 것이 맞다.


다만 이 인사평가에 스트레스받고 상처 받아 자기혐오로 인생을 갉아먹는 분들이 있다면 별거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5년 지나 보니 생각보다 별거 아니고 중요한 거 아니더라. 될놈될 인생.


결국 정해진 사회 규칙 안에서 내 멋대로 사는 게 최고다. 그게 진정한 어른 아닐까?


마치 윤배우님처럼.


지그재그 윤여정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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