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보면 부끄러워질 글을 쓰자

내안의 유치,우울과 마주해라

by BranU


나는 요즘 틈만 나면 만나는 사람들마다에게 글쓰기에 대해 말한다. 글쓰기 덕분에 성장하였기에 글쓰기 홍보대사를 자처하는 것은 당연하다. 브런치, 오마이뉴스 등등을 활용해서 자신의 브랜딩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나 많은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행복하다.


걔 성격이 얼마나 좋은지 알아? 걔 목소리는 어떻고...

마치 사랑에 빠지면 온종일 그 사람에 대해 말하는 것처럼 글쓰기에 대해 말하고 다닌다. 지금 생각해보니 곤욕일 수도 있겠다. 이제 자제해야지...


그러다 저번주에도 처음 보는 친구에게 글쓰기를 추천했다. 평소와 같이 글쓰기가 얼마나 좋은지, 그로 인해 내가 어떻게 변했는 지에 대해 말해주었다. 그녀는 프로그램 제작자(PD)를 꿈꾸는 대학생이었다. 블로그는 하지만 적극적인 글쓰기를 주저하는 친구였다.


나는 프로그램 제작자가 되려면 오히려 글쓰기를 하는 것이 더 도움될 거라고 말했다. 어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한다는 것은 한 소설을 완성하는 것과 같기에 짜임새있게 글을 써보는 것은 하나의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또, 방송작가는 아니지만 방송작가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라도 글쓰기는 중요하다. 마치 디자이너가 개발자를 이해하기위해 코딩을 공부하듯 글을 쓰는 행위는 서로를 이해하는 좋은 매개체가 된다.


그런데 사실 글은 꾸준히 써요
글을 써도 다음날 비공개로 바꿀 뿐이에요
다음날 보면 너무 부끄럽거든요


그렇다. 그녀는 글을 쓰긴 했다. 그러나 전날의 자신의 글이 부끄러워 항상 비공개를 한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 또한 3년전 블로그에 비밀로 해둔 글이 참 많았다. 그 글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지기엔 Too much하게 감성적이거나 유치했다. 적어도 그 당시 내 기준에선.


그 당시 나는 남들에게 보여지는 글은 정제되고 절제되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너무 감성적이어서는 안된다. 감성적이란 말은 아직 성숙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으니 말이다. 미성숙한 글은 싸이월드 다이어리에 썼던 것들로 족하다 생각했다.


내가 쓴건아니지만 비슷한 걸 썼을 것이다


그런데 글을 쓰다보니 그건 잘못된 생각이란 것을 깨달았다. 글은 감성적이어도 되고 유치해도 된다. 그 당시 내가 그렇게 느꼈다면 그 자체로 표현하는 것이 맞다. 유치한 생각을 했다면 더 유치하게, 우울한 생각을 했다면 더 깊게 우울한 글을 쓰는 것이 맞다. 내 안의 유치함과 우울함을 마주해야 나는 더 성장한다. 글은 내 생각을 문자로 표현하는 것이기에 유치한 것을 성숙하게 보이는 글은 어색하다. 그리고 재미가 없다. 성숙해보이고 싶은 글은 성숙한 척하는 것이 티나 어색하고 재미가 없다. 사람들이 솔직한 사람을 좋아하듯 솔직한 글을 좋아한다.


미래의 너가 그당시 잘썼다 자부했던
과거의 글을 부끄러워한다는건
그만큼 너가 성장했다는 것 아닐까?


난 그녀의 고민에 물음표로 답을 주었다.

그렇다. 유치함과 우울함을 글 속에 그대로 녹이는 순간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성장해버린다. 그렇기에 미래의 내가 그 글을 부끄러워하는 것이다.


나는 솔직한 강원국 교수님을 참 좋아하는데, 그는 책 ‘강원국의 글쓰기’에서 자신의 몇년전 쓴 글을 보고 중고딩이 썼을 법한 글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말하면 몇년전 중고딩수준의 글을 쓰던 강원국은 지금 없는 것이다. 지금은 작가 강원국의 글쓰기가 있을 뿐이다. 그가 몇년전 중고딩수준이었다면 난 아직 세상에 존재도 안하는 먼지수준의 글을 쓰는 듯


나 또한 오늘 쓴 글을 내일 부끄러워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부끄러워하는 만큼 어제의 나보단 성장한 내가 되어있기에 나는 기쁘게 부끄러워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당신 또한 지금 당장 내일보면 부끄러워질 글을 썼으면 좋겠다. 유치하고 우울하고 아주 못된 글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