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좋고 논리적인 리더가 스타트업에서 고립되는 이유
상장사 기업을 거쳐 2년째 스타트업 업계의 Finance, HR에서 중간관리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대한민국 기성 기업문화에 회의를 갖게 되었고,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스타트업을 선택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생각하게 된 점을 기록하고 나누고 싶습니다. 함께했던 리더뿐 아니라, 공유 오피스 내 타 스타트업의 리더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의문을 첫 번째 주제로 정했습니다.
A는 세계적인 컨설팅사 출신으로, 그 전에는 S사에 재직한 경력도 있습니다. 대기업과 컨설팅사를 모두 경험하여 다른 사람에 비해 풍부한 경험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40대가 되었지만, 주 3회 빠짐없이 트레이닝을 받으며 자기 관리에 철저합니다. 또래와 같이 자동차에 관심이 많고, 논리적인 논쟁을 즐깁니다.
그가 창업한 회사엔 20대 중반~30대 초반 직원 20명이 재직 중이며, 학력, 배경도 다양합니다. 직급 없이 직책은 리더/매니저/스태프로 구분되어 있고, 기준은 경력입니다.
A는 보통의 컨설팅 출신 창업자처럼 본인의 전공과는 무관한 분야의 사업을 이끌고 있으며, Series B 투자 유치를 위해 달리고 있습니다.
상황설명은 이 정도로 하고 A의 고민을 들어보겠습니다.
A는 회사에 생긴 문제에 대해 직무와 관계없이 모두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전 직원이 어렵다면 중간관리자 급 이상만이라도 모아놓고 말이죠. 끝장토론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해 합의된 결론을 도출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한 방에 모아놓기만 하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팀원들은 A의 제안에 동의하거나 침묵하기만 합니다. 답답한 A는 무엇이든 말해달라고 하지만 무의미한 몇 마디만 오고 가고, 참을 수 없는 A는 회의를 종료시킨 뒤 저에게 찾아왔습니다. 왜 직원들이 말을 안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며 얼굴에 화가 가득했죠.
한 달 동안 틈틈이 팀원들을 인터뷰했고, 아래와 같이 A에게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1) 직원들은 당신에게 말하는 것이 두렵다.
A는 과거 수차례 직원들의 표현을 무시했습니다. 논리적이지 않다, 표현이 불명확하다, 논조가 흐리다 등등 이유는 다양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표현에 평가를 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구성원 내 신망이 높은 팀원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듣기보다, 의견의 표현 수준을 평가함과 동시에 의견을 묵살해 버렸습니다. 이러한 일이 여러 번 발생하자 팀원들은 표현하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우리가 진부한 막장드라마, 뻔한 권선징악 영화에 열광하는 것은 결코 그것이 예술적으로 훌륭한 평가를 받아서는 아닙니다. 시대상황 혹은 특정 이슈에 대해, 예술적 가치 이상의 공감적 가치를 끌어내 천만 영화가 된 사례가 더 많습니다.
저는 한 가지 사례를 바탕으로 설명했습니다
"허리가 아픈 직원들을 위해 안마의자를 놓아달라는 의견을 제시한 팀원에게 당신이 보낸 메일을 보세요. 왜 안마의자가 필요한지를 요구하고 있잖아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직원들이 회사를 위해 일하는데 허리에 무리가 가기 때문입니다. 그 이상의 이유를 직원이 제시할 필요가 있나요? 효율성, 공간 문제, 관리 문제 등을 그들이 따져가면서 당신을 설득하라고 한다면, 당신도 그들에게 왜 허리를 희생하며 일해야 하는지 설명해야 합니다. 그것에 대한 당신의 설명은 '그 직무는 허리를 쓰니 아프다.' 였죠. 누가 논리적이지 않은 것인가요?"
2) 판사가 없는 법정은 없다.
A는 본인의 직무를 다하지 않았습니다. 리더는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는 "논리적인 토의를 통한 해결방법 도출"이란 해괴망측한 명령을 내려 팀원들을 혼돈 속으로 빠뜨렸습니다.
판사 없는 법정에서 난투극을 벌인 팀원들은 서로를 불신하고 패가 갈리게 되었고, 정치적 문제에 휘말리기 싫은 팀원들은 입을 닫게 되었습니다.
모든 직원들은 직무가 존재하고, 그 지식을 바탕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관점이 달라집니다. 문제에 따라 누군가는 더 가까이 있고, 누군가는 더 멀리 있습니다. 가까운 직원이 가장 정확한 해결법을 제시할 수 있지만, 때론 놓치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다른 직무의 의견도 중요합니다.
리더가 그것을 버무려 집단지성으로 이끌면 팀원들을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서로를 신뢰하고 자신감을 얻습니다.
이 문제에선 아래의 사례를 이야기했습니다.
친환경 패키징에 대해 핵심은 ' 높아지는 제품 원가 vs 고객만족을 통한 브랜드 가치 상승'이었죠. 재무 담당자는 '정량적 가치'에 중심을 두고 마케팅 담당자는 '정성적 가치'에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수평적인 상황에서 이 둘이 논리적으로 정답을 끌어내려면, 현재까지의 모든 데이터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예측까지 정확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가정이 필요합니다.
당신이 내려야 할 결정은 지금 원가가 중요한지, 고객만족이 중요한지입니다.
위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 리더들은 아래 몇 가지를 다시 생각해보시길 추천합니다.
- 모든 직원이 메일을 잘 쓰고 말을 잘할 필요도 없고, 그럴 수도 없다.
- 뛰어난 리더는 서투른 표현 뒤의 논리를 찾아낸다.
- 당신이 대부분의 지분을 가진 이유는 "결정"을 하기 위해서다.
- 직무 전문성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직원은 당신의 회사에서 커리어 발전을 꿈꾸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