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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un Jul 27. 2023

야구인생 : 이변

모든 것이 있다고 항상 이길 수 없고, 없다고 항상 지지 않는다.

2006년 WBC 미국전은 한국야구사 역대급 명승부로 기록되어 있다.

게임에서나 볼 수 있는 미국의 라인업을 보면서 노장 손민한을 필두로 한 우리나라가 이 경기에 힘을 쓰는 것이 맞는지를 고민할 정도였다. 미국의 선발 돈트렐 윌리스는 기괴한 투구폼만큼이나 까다로운 공으로 20승을 넘긴 신인왕 출신 괴물투수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초호화 미국팀은 실책 3개에 9안타 6볼넷으로 고작 3점만 기록하는 졸전을 벌였고, 이승엽과 최희섭의 홈런에 김민재의 미친 수비까지 겹친 우리의 압승으로 끝났다.


 20승 선발투수, 100마일 클로저, 3할-30홈런-100타점 4번타자, 골든글러브 유격수...

이런 선수들이 있다면 당연히 어떤 경기라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고 이런 선수들이 없어서 패배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WBC 미국전처럼 야구는 지금까지의 기록이 모든 것을 대변해주지 않는 변수가 큰 스포츠 중에 하나다. 




 나도 불만에 가득 차 있을 때가 있었다. 어릴 적 IMF시절 아버지가 버티셨더라면, 집에서 재수를 지원해 줬더라면, 집에서 무리하게 사업에 뛰어들지 않았더라면이란 생각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환경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충분히 있었고 그것에 집중했더라면 한 경기쯤은 이변을 일으킬 수 있었다. 어느 날 이 생각을 하고 지나온 이변의 기회를 놓친 것에 얼마나 가슴 아팠는지 모른다.

그렇게 1경기만 이겼더라도 내 인생에 엄청난 긍정적 변화와 영향을 줬을 것이다. 


 지금도 당신의 형편없는 라인업카드를 손에 들고 불평불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WBC 미국전을 다시 보길 추천한다. 그리고 딱 1경기만 이기는 그 이변을 위해 노력해 보자. 그 1경기의 승리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다른 승리로 이어지고 그 속에서 스타가 탄생하고 어느새 꿈꾸던 라인업이 되어있을 수 있다.


 갖고 있지 않은 것을 갈망하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내 손에 있는 것으로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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