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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곰돌이 May 25. 2019

양의 탈을 쓴 늑대들

그들은 어떻게 양치기의 눈을 피할 수 있었을까?

면역학계의 권위 있는 학술지 Immunity가 올해로 25주년을 맞아, 25인의 면역학자들이 앞으로의 25년간 우리가 풀어 나가야 할 질문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들이 바라본 면역학은 생명체라는, 세포들의 복잡하고 거대한 사회의 치안을 유지하는 질서이기도 하고, '생명체란 무엇인가'와 같은 본질적인 질문의 산을 오르는 셰르파이기도 합니다. 골치 아픈 질문들을 나열하지 않더라도, 면역학은 단순히 우리와 우리의 자손들, 어머니와 아버지가 건강하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질문하기도 합니다. 


Andrea Ablasser,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교


미래의 면역학 연구가 직면하게 될 거대한 도전과제들에 대해 생각해 보려니, 약간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선천성 면역 인식(Innate pattern recognition)'이라는 제 전공분야에서 동료들이 이룩한 진보를 되돌아보니,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발전이 있었는지 느껴져 감회가 새롭습니다. 


저에게 가장 인상적인 것은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갖게 되는 면역 센서들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등장했다는 것입니다. 이 새로운 시각은 선천적 면역을 다루는 생물학과 의학의 다양한 분야들 사이를 막고 있던 장벽을 무너뜨리고 그들이 서로 중요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선천성 면역이란, 감염에 대항하는 고전적이며 1차적인 방어 체계입니다. 만나보지도 않은 병원체에, 누구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갖춰진 시스템입니다. 병원체에 대응하며 점차 최적화되고, 완성되어 가는 후천성 면역과 상호 보완 관계에 있습니다. 

우리 몸이 갖춘 이러한 시스템의 장점이자 한계는, 누구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지만 인식할 수 있는 병원체의 종류에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선천성 면역에 소속된 세포들은,  대부분의 병원체가 공통적으로, 혹은 특별히 갖고 있는 특징들을 포착할 수 있는 도구(센서)를 소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면역 수용체라 합니다.

중-고등학교 교문 앞을 지키던 선생님이 자를 들고, 등교하는 학생들의 머리 길이를 지켜보는 모습과 비슷합니다.


이는 감염 중에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면역 수용체와 분자들의 방어 매뉴얼이, 숙주인 인간에게도 해를 끼칠 수 있으며, 심혈관 질환, 신경 퇴행성 장애 등의 전염되지 않는 질병들의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잠재적으로는 자연적인 노화의 수레바퀴를 빠르게 돌리기까지 하면서 말입니다.


사람이 건강을 유지하는 데 있어 선천적 면역 수용체 레퍼토리가 체계적으로 기능하는 것의 중요성을 규명하는 것뿐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질병이 나타난 상황에 (부작용 없이) 안전하게 개입할 수 있는지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러한 암시가 흥미로운 까닭은, 전염성 질병의 경우(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독감, AIDS 등)에는 인간의 면역 체계와 관련이 있음이 잘 알려져 있었지만, 심혈관 질환과 같이 병원균의 감염과는 관계없이, 나이가 들어 감에 따라 발견되는 질병에 대해서도 면역 체계의 기능 변화가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2015년 논문에서는 모근에서 머리카락 세포를 생산하는 과정에도 면역 세포의 한 종류인 조절 T세포가 깊이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세포들이 소지하고 있는 선천성 면역 수용체들이 병원체가 특징적으로 갖고 있는 물질을 인식하면, 세포 내부에서는 그림과 같은 복잡한 반응이 일어나 활동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 중요한 질문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으로 패턴 인식 면역에 대한 보다 완전한(전체적인 그림을 아우를 수 있는) 이해가 필요합니다. 여기에는 분자, 세포 및 유기물 수준에서 알려진 감지 시스템의 기능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축적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수용체와 분자들이 숙주인 인간에게 어떤 (유익하거나 유해한) 효과를 가져오는지에 관한 지식도 아직 부족합니다. 


패턴 인식에 대한 지식수준을 높이는 것은, 염증성 질환을 다루기 위한 안전한 치료법의 개발에 매우 중요합니다. 매우 흥미롭게도 그것은 면역학의 가장 밑바탕이 되는 측면들 중 하나를 지배하는 메커니즘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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