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자의 과학 썰Ssul / 생분해성 스텐트 사용해 부작용 줄여
강한솔 기자 / 저작권 : 한국과학창의재단 Sciencetimes
지난 2017년, 국내 연구팀이 질병 유전자 분석을 통해 17세기 조선시대 미라의 사망 원인을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여성 미라의 사인은 현대인들의 병으로 알려진 ‘동맥경화증에 의한 심혈관 질환’이었다. 이처럼 동맥경화증은 생각보다 더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들을 괴롭혀 왔다.
동맥경화증에 걸리면,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지방이 쌓여 심장이 정상적으로 뛰기 어렵게 만든다.
오랫동안 서구 사회에서 주로 발생하는 질병으로 알려져 왔지만, 한국 중-장년층에게 자주 발생하는 데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동맥경화에 잘 걸리는 유전자를 타고 났다는 보고도 있다.
혈관을 막아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는 동맥경화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혈액의 흐름을 정상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막힌 혈관을 열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수단으로 오랫동안 시술되어 온 것이 ‘스텐트’다. 스텐트는 원통형의 그물망 형태를 한 작은 관으로, 막힌 혈관에 삽입하여 혈관을 벌려 주는 역할을 한다.
1980년대 처음 개발된 이후 관련 세계시장 규모만도 12조원에 이른다. 스텐트의 치료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연구도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스텐트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약물 방출 스텐트와 금속 스텐트는 방출되는 약물이 막힌 혈관 이외에 정상 세포에도 영향을 끼쳐 혈전증(혈액이 끈적끈적해지는 질병) 발병률을 높이는 위험이 있었다. 염증 반응을 일으켜 혈관을 도로 막아버리는 재협착도 또 다른 부작용이었다.
최근 4세대 스텐트가 개발돼 동맥경화 치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를 개발한 금도희 버블러 대표는 지난해 포항공대 박사 학위를 마치고 스마트 의료기기 개발 벤
처기업인 버블러를 창업, ‘마이크로 버블이 방출되는 스텐트’를 개발하여 미국과 아시아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금 대표가 개발한 ‘마이크로 버블 스텐트’는 기존의 부작용을 극복하기 위해 생분해성 고분자로 스텐트를 만들고, 소화제로 활용되는 탄산칼슘을 표면에 코팅했다. 탄산칼슘이 산성 용액을 만나면 이산화탄소 버블을 발생시키는 성질을 이용한 셈이다.
스텐트가 혈관에 삽입되면, 혈관을 막는 지방성 플라그의 낮은 산도(pH)로 인해 혈관 내에서 이산화탄소 버블이 발생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리적인 힘이 지방 찌꺼기를 제거해, 혈전이 형성되는 것을 억제한다. 혈관이 다시 줄어드는 증상도 예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버블은 그 자체로 조영 효과가 있어 화학 조영제를 주입하거나, 직접 절개하지 않고도 체외 초음파 기기를 통해 혈관 내부를 모니터링하는 등 발병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이 연구결과는 나노분야 권위지인 스몰(Small)지의 커버 논문으로 게재돼 학술적인 우수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청년 창업에 대한 다양한 지원이 확대되고 있는 오늘날에도 아이디어만으로 기술 창업을 시도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금도희 대표는 박사과정 대학원생 재학시절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한 여성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받는 한편, 포항공대와 카이스트,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등 5개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이 주관한 창업경진대회에서도 최우수상을 받으며 사업화 가능성을 타진해 왔다.
금 대표는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2019년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리더 30인(헬스케어-과학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