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에게 통편집 당해서 올리는 글
*이 글은 16일까지 창원에서 개최되는 FIRA 세계로보월드컵 엔 써밋을 취재하고 작성한 기사입니다.
세계로봇스포츠연맹(FIRA), 경상남도, 창원시가 주최하고 한국 로봇스포츠협회, 경남로봇랜드 재단이 주관하는 'FIRA 세계 로보월드컵 엔 써밋'이 12일부터 16일까지 창원 컨벤션센터(CECO)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이 기간동안 각 대륙 선발대회를 거친 17개 국가 100여개 팀의 로봇들이 4개 리그, 37개 종목에 참가하여 승부를 겨룹니다. 해외에서만 800여 명, 국내 400여 명의 도전자들이 참가하는데요.
이번 로봇 월드컵에서는 최근 컴퓨터 비전 기술을 통해 습득한 사진-영상 데이터를 머신러닝 기법을 이용해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학습시키는 분야의 연구가 급격히 발전하는 것을 반영하듯, 다양한 연구 성과를 로봇에 적용하려는 시도들이 보였습니다.
예를 들자면, 자율주행 자동차에게 집어 넣고 싶은 기술이 바로 이것입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만나게 되는 무수히 많은 도로 상황과 보행자, 도로상황, 돌발상황, 이런 것들은 엄청난 용량의 데이터로 쌓이게 되는데요. 이것을 컴퓨터 비전 기술을 이용해 추상화하고, 프로그램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의 정보로 바꾸게 됩니다. 그러면 이것을 머신러닝 / 딥러닝 기법을 이용해 어마어마하게 학습시킬 수 있고, 단순히 배우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바탕으로 판단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만들어 거기에 데이터를 집어넣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상대 기술력 허점 파고드는 '기술 축구'
안드로솟 종목은 두 팀의 로봇이 3대 3으로 축구 경기를 하는 종목이다. 일단 경기가 시작되면 선수들은 로봇에 명령을 내릴 수 없기 때문에, 신속한 시각 정보 처리기술과 정교한 알고리즘이 요구되는 경기. 경기장 위쪽에 고정된 카메라에서 6개의 로봇과 공을 실시간으로 촬영하면, 각각의 물체에 지정된 색깔이 컴퓨터 비전으로 인식되어 로봇에게 현재 위치를 알려준다.
로봇은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전력 질주할 지, 상대 로봇을 막아서야할 지, 특정 각도로 슈팅을 시도할 지를 결정한다.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하는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기계가 인간만 골라서 공격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처리하는 기술이 바로 이것.
이날 안드로솟 종목에 출전한 상명대학교 HRC 팀의 이우진 선수는 "안드로솟에서는 로봇이 공의 이미지를 가려서 로봇들이 공을 인식하지 못하게 되는 음영 지역이 있어요. 저희는 상대방 로봇이 공을 인식하지 못하는 틈을 노려 골을 노릴 계획입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기발한 알고리즘만 있으면 승리를 거머쥘 수 있을까.
로봇의 동작을 섬세하게 제어하는 모션 제어도 승부를 가르는 요소다. 모터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균형 있게 달려나갈 수 있는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것은 결정적인 순간 승부를 뒤집을 수 있다.
로봇 스포츠 경기에 4차 산업의 핵심 기술들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 가볍고 재빠른 로봇들과 크고 무거운 로봇들이 벌이는 전략적인 움직임도 또 하나의 볼거리다.
효율적인 알고리즘이 승부의 열쇠
휴로컵 경기장에서 만난 대만의 장엔하오 선수는 승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효율적인 알고리즘을 언급했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장애물 달리기 종목에 출전했다. 벽을 돌아 나가고, 좁은 길을 기어 지나가야 한다. 더 빠르게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
단거리 스프린트 종목에 참가한 중국의 리칭퉁 선수는 로봇이 직선 주로를 달리는 동안에도 끊임 없는 시각 정보를 처리하고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골인 지점이 가까워지는지, 몸체가 기울어지는지 정보를 처리하고 방향을 조정할 지 여부를 반복해서 결정한다는 것. 이런 정보를 더 잘 해석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기계학습을 통해 로봇을 똑똑하게 만든다.
로봇은 최첨단 공학 기술을 담는 그릇
로봇 과학, 산업은 문재인 대통령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자 미래 고부가가치 창출이 기대되는 대표적 신산업"이라고 언급할 만큼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 가운데 하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현장에서 만난 (주)로보티즈 장만수 매니저는 "우리가 보는 로봇은 로봇공학의 껍데기" 라고 답했다.
"과거에는 로봇이 단순한 장난감에 가까웠습니다. 조종기를 통해 단순한 움직임을 조작하는 게 전부였어요. 지금은 단순한 제어를 넘어서 최신 인공지능, 머신러닝 연구를 직접 실험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을 통해 로봇을 네트워크에 직접 연결하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로봇이 단순한 작업을 반복하는 장난감을 넘어 다양한 소프트웨어 연구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되고 있는 겁니다."
인공지능이나 딥러닝 알고리즘이 고도화 될 수록, 정교한 로봇이 필요하다. 또 다양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연구를 구현할 수 있는 로봇 공학의 발달은 로봇을 기반으로 하는 소프트웨어나 알고리즘에 대한 연구 개발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로봇을 만드는 전문 기술이 없어도 쉽고 빠르게 프로그램을 적용해 볼 수 있기 때문.
"예전에는 로봇같이 움직인다는 말이 있었죠. 지금은 로봇이 사람에 가까울 정도로 자연스럽게 움직입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그 기술을 우리 눈 앞에 현실로 담아 낼 로봇 공학도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로보월드컵 경기는 12일부터 16일까지 로보월드컵 리그전, 준결승전과 결승전이 차례로 열린다. 올 해 로보월드컵의 우승컵을 누가 가져가게 될 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