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의 공부법 : 사용자 경험 설계
영화 n차 상영을 웬만해서 하지 않는다. 하지만 언니의 추천으로 얼떨결에 보게 된 <탑건 : 매버릭>은 두 번 상영했다.
처음에는 부산 대연 CGV에서 봤다. 낡고 스크린 크기도 작은 상영관이었는데- 영화 그 자체의 매력에 보고 나오면서 아! 재미있다- 하고 느꼈다. 그리고 문득, 하늘에서 전투를 하는 장면이 많고, 영화 스케일도 컸으니 좀 더 좋은 화면으로 보면 좋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친구가 4D나 돌비 시네마로 <탑건 : 매버릭>을 보자고 권유해서 함께 두 번째로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그런데 탑건이 개봉한 지가 좀 되었고, 연휴 시즌 때문인지 정말 많은 영화들이 개봉해서ㅠ 슬프게도 4D 특수 상영관에서 탑건 상영을 하지 않는 상태였다
n차 상영을 한 다른 분들의 리뷰를 살펴보니,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돌비 시네마’를 추천해서 메가박스의 돌비 시네마를 찾아보았다. 상영은 하고 있었으나… 조조부터 심야까지 좋은 좌석은 가득 차 있었다. 결국 친구와 함께 평일 아침 7:30 상영하는 조조로 영화를 예매했다.
결론적으로 너무 좋았다. 4D가 아니라 돌비여도 충분히 좋았는데 돌비 시네마의 스크린 퀄리티가 부산의 작은 상영관보다 훨씬 뛰어났고(돌비는 원래 고화질 서비스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Ost 듣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데- 돌비 시네마가 대사나 특수효과뿐 아니라 ost의 백그라운드 사운드를 듣는데도 좋았기 때문이다.
이 날 메가박스의 마케팅 전략 두 가지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사실 이걸 쓰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1. ‘돌비 시네마’의 설명법
다른 영화들과 달린 돌비 시네마는 영화 시작 직전에 ‘this is dolby cinema!’ 하는 소개 영상을 보여주었다. 에 부분에서 왜 마케터로서 감탄했냐면- 감각은 인지하면 미세한 부분도 드라마틱하게 느낄 수 있지만, 인지하지 않으면 느낄 수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돌비 시네마는 ‘움직이는 사운드’ 즉 내 귀에 사운드가 팍팍 꽂혀서 소리로 현장감을 전달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데 이 부분을 소개 영상이 디테일하게 소개했다. 이를테면(정확히 어떤 예시인지는 생각나지 않아 유사하게 설명만 하면) 공이 날아가면서 생기는 휙-! 소리를 화면과 함께 내 귀에 휙! 소리가 나는 경험을 설명 영상과 함께 체험하게 하는 것. 이렇게 정확히 고객에게 ‘돌비 효과는 무엇인가!?’를 학습시킨 뒤 영화가 시작되면 사람들은 영화를 보면서 ‘아 역시 돌비라 다르네!’하고 인지하고, 생각하게 되니 ‘돌비로 보니 좋다!’라고 보다 명확하게 느끼게 된다. (돈 값 하네! 하고 납득하게 되는거다.)
덧붙여 이 ‘돌비 시네마’는 프리미엄 상영관으로 일반 상영관보다 조금 더 비싸게 운영되는데 그래서인지 설명 영상도 한국어 더빙 버전이 아니고, 영어에 한글 자막 버전으로 보여줬는데- 나는 이 부분도 전략의 일환이라 느꼈다.
2. 라운지의 신문들
영화를 다 보고 나오니 시간이 오전 9:30분쯤? 라운지에 아직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테이블에 깨끗한 종이 신문이 올려져 있었다.
‘요즘 누가 신문을 읽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그곳에 신문을 놓은 것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위한 전략이었다고 생각한다. 신문을 인테리어 요소로 썼다고 할까? 그냥 홍보물이나 매거진이 아닌 신문을 택한 것이 ‘프리미엄’을 강화하는 전략처럼 느껴져서 좋았다.
언젠가 영화 업계 관련 프로젝트를 한 분이 영화관 중에서는 메가박스가 퍼스트 무버고, 나머지 cgv, 롯데 순으로 팔로워라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실제로 아트관을 가장 많이 잘 운영하는 곳도 메가박스라고 생각하는데- 이번 경험을 통해 메가박스라는 브랜드에 대한 호감이 증가했다. 앞으로도 이 브랜드를 잘 이용하며 서비스를 관찰해 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