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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엄마 Nov 12. 2024

나는 다정한 엄마가 되기는 글렀다.

오늘도 헐크로 변신했다.

엄마가 세수하라고 했어. 안 했어? 어? 엄마가 두 번 세 번 얘기해도 왜 안 하는 거야? 어? 엄마가 꼭 이렇게 화를 내야 해!!!!


아침만 되면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나의 발은 걷는 것과 뛰는 것 그 어느 사이쯤. 발을 동동 구르며 아이들을 깨우고 아침밥을 준비하며 출근 준비까지 한다. 성격 급한 나와 달리 세상 느긋한 선비 같은 아이, 그 아이가 우리 집 둘째 아이다. 나완 정반대의 둘째를 보고 있자니 나의 복장이 터져나가다 못해 그 사이로 화가 치밀어 오른다. 기분 좋게 학교를 보내면 참 좋겠지만, 늘 다그치고 화내다 결국 아이는 눈물을 쏟아 내는데 그런 아이 얼굴을 보고도 나의 화는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아이들을 보내고 시동을 걸고 출발하자마자 후회가 쓰나미처럼 몰려온다. 조금만 참을걸, 조금만 참을걸. 늘 후회하고 반성하지만 다람쥐 챗바퀴처럼 나의 화는 반복된다. 난 진정 분노조절장애인가? 병원을 한 번 가볼까? 심히 고민한 적도 여러 번이다. 오은영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면 아이는 천 번, 만 번 좋은 말로 가르쳐야 할 존재라고 하는데 우리 집은 내가 천 번, 만 번 참고 인내해야 하는 존재인 듯하다.


나는 왜 이렇게 아이들에게 화가 날까? 화를 참기 위해 육아서를 읽어도 그때뿐. 책을 읽는 순간엔 반성하고 다정한 엄마가 되겠다고 다짐 또 다짐하지만 책을 덮으면 도로아미타불. 다시 화가 많은 엄마로 원상 복귀한다. 이런 내가 나 스스로 싫어지기 시작했다. 가까운 남편만 봐도 아이들에게 참 다정한데. 나는 왜 이렇게 아이들에게 뾰족한 바늘 같을까?



이유를 찾기 위해 나의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니, 나의 어릴 적 모습이 떠올랐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까지. 다정함이라곤 1도 없는 엄마와 외할머니 아래서 자랐던 어린 시절. 잘하면 잘했다, 못하면 다음에 잘하면 되지.라는 칭찬도 응원도 없었던 나의 어린 시절. 그렇다. 난 다정한 엄마를 본 적이 없었기에 다정한 엄마가 될 수 없었다. 그에 반해 남편은 나와 달랐다. 동네에서 유명할 정도로 엄한 아버지 아래 태어났지만 한없이 다정한 어머니가 계셨다.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그는 아이들에게 한 없이 다정했다. 다른 부모아래 태어나 부모가 된 우리가 다른 이유는 이것이었다.


사랑받지 못한 내가 사랑을 줄 수 있을까? 무뚝뚝한 양육자 아래서 자란 내가 다정해질 수 있을까?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이런 내가 과연 바뀔 수 있을까? 나에 대한 믿음 반 의구심 반으로 지내던 어느 날. 결정적인 계기가 찾아왔다. 평상시처럼 지냈던 나와 친정엄마. 그런데 그날따라 나의 말이 송곳처럼 튀어나가는 것이었다. 무뚝뚝한 친정엄마 아래 세상 무뚝뚝한 딸이 있거늘. 그게 바로 나였다. 남에게는 못할 말을 엄마에겐 서슴없이 아무렇지 않게 쏟아내는 그런 딸. 그 엄마의 그 딸이 바로 나였다. 순간 나는 무서워졌다. 내 딸들도 나에게 이렇게 말하면 어떡하지? 그 엄마에 그 딸처럼 내 딸들도 어른으로 자라 가정을 이루었을 때 나 같은 엄마가 되면 어떡하지?


안돼. 그건 절대 안 돼.


이 모든 게 대물림이 될까 봐 두려웠다. 정 없는 엄마 밑에 자라는 것은 나까지면 충분했다. 내 대에서 끈어내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더욱 책에 매달렸다. 엄마의 말공부, 엄마 반성문, 어떻게 말해야 할까,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 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 등등. 육아서의 베스트셀러라면 뭐든지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렇게 읽고 나서 바뀌었느냐? 아니. 아직 갈 길이 한참 멀었다. 아직도 나의 편도체가 활성화되는 날이면 아이들에게 필요 이상의 화를 쏟아낸다. 하지만 조금이나마 나아진 점이 있다면 이젠 아이들에게 화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다는 것이다. 고사리 같은 아이 손을 잡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나, 그리고 그런 나를 보고 있는 나의 딸. 우리는 마주 보며 결국 울음을 터트린다.


엄마가 화내서 미안해. 이렇게 화 낼일 아니었는데, 정말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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