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선택으로 달라진 삶
읽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되고 싶은 나의 마음은 일찍이 알아채고 있었다. 하지만 어디에, 어떻게, 무엇을 써야 할까? 마른하늘에 뜬구름 잡는 것 마냥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그렇게 두 해를 보내고 그 마음을 접으려던 찰나에 발견한 이은경선생님의 인스타 피드.
엄마 뭐 해? 브런치해!
이것이 운명인 걸까?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프로젝트. 브런치 작가 합격에 끝나지 않고 읽기, 쓰기, 운동하기를 매일 루틴으로 만들어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 가는 프로젝트였다. 보자마자 할까 말까를 고민하기도 전에 나의 두 엄지는 빠르게 움직였다. 신청부터 결제까지 속전속결로. 이럴 땐 정말 나의 충동성과 두 엄지가 참말로 고맙다. 역시 지르고 보는 거지! 그런데 막상 지르고 뒤돌아서니 이성의 끈이 돌아왔다. 큰일 났다. 어떡하지?
평범하게 보내는 나의 일상에서 글감 찾는 일이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비슷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빅이벤트가 없는 이상, 밋밋하고 단조로운 일상이 당연한 것. 하지만 찾아야 한다. 글감! 글감을 찾아 나서기로 한 날부터 나의 눈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반복되는 일상도, 무심히 넘겼을 일들도 하나하나 곱씹어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글쟁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한 편의 글을 완성하고 작가에 도전했다. 합격이든 불합격이든 메일이 온다기에 하루에도 수십 번 메일함을 열어보았다. 그렇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나는 모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집에서나 일터에서나. 나의 모든 신경이 메일함에 꽂혀있었다. 왜 그랬을까? 떨어지면 다시 쓰면 되지라면서. 알고 보니 난 너무 되고 싶었던 거였다. 이 나이 먹고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닌 온전히 내가 주체적으로 하고 싶은 일. 그것이 브런치 작가였던 것이다.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기다렸던 메일은 다행히 합격 소식을 전해주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진짜 난관은 이제부터 시작. 1편의 글로 브런치 작가에 합격하였지만, 두 번째 글은 더욱, 더더욱 써지지 않았다. 한글 바탕에 커서만 깜. 빡. 깜. 빡. 아무것도 써내려 갈 수 없었다. 머릿속이 하얀 빈 백지상태가 된 느낌이랄까.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인생을 곱씹고 뜯고 쥐어짜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찌하다보니 2번째의 글이 발행되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이제 갓 데뷔한 브런치작가 주제에 엄청 대. 단. 한. 글을 써야 할 것 같은. 그 무게감에 둘러싸여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 글에 아무도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이 글은 나만 곱씹고 또 곱씹는다는 사실을.
글을 쓴다는 것은 정말 많은 에너지는 요하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정말 초집중을 해야 한 문단을 쓸까 말까 하니 언제 10편을 발행하나. 100편씩 발행하는 작가님. 브런치북을 연재하는 작가님들은 정말 대단하다 느껴진다. 그래도 글이 쓰고 싶어도 어떻게 써야 할지 갈피를 못 잡던 나의 예전을 생각하면 지금의 이 스트레스는 행복에 겨운 스트레스가 아닐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내 이름 옆에 브런치작가라는 이름만 붙었을 뿐인데. 삶을 대하는 방식, 태도, 가치관이 많이 변하고 있다. 내가 보내는 시간, 내가 활동하는 공간, 내가 만나는 사람들까지. 5주 전의 내 삶과 많이 달라져 있다. 매일 읽고 쓰려는 틈을 만들어내려 노력하고, 동기 작가분들과 함께 매일 글쓰기, 책 읽기의 정보를 나눈다. 이제 막 작가가 된 우리 모두 일상이 변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 변화가 사실 너무 좋다. 고등학교 다닐 때 야자 빼고 몰래 나와 친구랑 놀 때의 기분이랄까. 매일 밋밋했던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속 깊은 곳에 간직해 두었던 꿈을 실현하기 시작한 지금. 10년 뒤 나 그리고 동기 작가님들의 모습이 정말 기대된다. 유명한 베스트셀러가 될 수도, 아니면 포기하고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는 분도 계시겠지만. 긍정회로를 돌려 우리 모두 베스트셀러 작가가 돼있기를. 아니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있을 것이다. 말이 씨가 되는 것처럼.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