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장을 만드는 법

호기심 해결

Mar 11. 2025

모든 실험은 순전히 뱃속에서 배고플 때 나는 "꼬르륵~"소리 때문이었다.

퇴근후나 주말에 스터디카페에 가서 직장 업무 때문에 보고서를 자주 작성한다. 고정석을 등록해서 사용하기에 내 앞뒤의 칸막이에 하루종일 수능 공부하는 학생이 이용하고 있음을 안다. 아마도 재수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서로 인사는 나누지 않는다.

주변 학생들에게 마우스나 키보드 소리로 공부 방해를 하고 싶지 않아 국내 무소음 마우스는 다 사용해 봤다. 그러다 하나 발견했고, 키보드 스킨을 8개 깔고 쓴다. 정말 타이핑하면서 고무소리도 안 들릴 정도다. 보고서 타이핑 소음과 마우스 클릭 소리는 완벽히 차단했지만, 복병이 나타났다.

갑자기 고요한 스터디카페에서 배고플 때 나는 꼬르륵 소리가 났다. 아마 꼬르륵 소리로 고민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것이다. 그전엔 나도 고민해 본 적이 없다. 스터디카페에 갈 일도 없었다.

그러다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들에게 권장한다는 저포드맵 식단을 알게 되었다. 물론 과민성대장증후군을 겪어본 적 없다. 관련하여 국내 논문도 찾아봤지만, 외국에서 그리 유명한 저포드맵 식단이 국내 논문에는 몇 건이 없다. 나 같은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어쩔 수 없이 신뢰성이 검증 안된 블로그 글이나 생로병사와 같은 TV프로그램밖에 없음이 안타까웠다.

포드맵은 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쉽게 발효되어 설사나 복통, 복부팽만을 유발하는 올리고당, 이당류, 단당류, 폴리올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는 포드맵이 적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단다. 환자들에게는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첫 번째는 저포드맵 식단을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어느 정도 저포드맵 식단에 적응되었을 때 고포드맵 식재료를 하나씩 늘려보면서 적응하는 것이란다.

그중에서도 신뢰로운 정보를 찾아 저포드맵과 고포드맵 먹거리를 정리해 봤다. 외국어도 번역해보고 싶었지만, 기껏 번역해 봐야 국내에 없는 채소일 가능성도 있었다.

방법은 그저 저포드맵 채소나 과일을 신선하게 먹으면 되는 건 줄 알고 그렇게 했다.

그게 솔루션이 아니었다.

해결책은 저포드맵 채소찜이었다.

찜... 편안한 장을 만들려면 채소를 익히는 거였다. 단순하지만 실험의 결과다.

요즘 채소가 저렴하다. 매일 아침 찜냄비에 채소를 찐다. 슬라이스 친 감자나 고구마가 딱딱하게 익을 정도로 찌고 불을 끄고 잔열로 뜸을 들인다. 점심 도시락용 1개와 귀가해서 먹을 저녁 식사용 도시락 1개를 싼다. 하나는 직장에서, 하나는 집에서! 하루 지난 찐 채소는 먹지 않기에 매일 2개의 도시락을 싸고, 하나는 냉장고에 보관해 놓고 출근한다. 아침식사는 일반 한식을 먹는다.

첫 야채찜 재료로 근대, 청경채, 당근, 가지, 고구마, 감자, 파프리카를 활용했다. 계란은 채소와 함께 찌면 비린맛이 입혀질까 봐 따로 찜기에 쪄놓고 사용했다.

그 결과, 훗.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지 않는다. 그냥 속이 편안하다. 스터디카페에서 며칠째 실험해 보고 기뻐서 쓴다.

도시락 1개당 현미식초 1스푼+ 간장 1스푼+들기름 1스푼을 섞어 흩뿌리고 후추를 박박~갈아 뿌린다. 들기름은 농사짓는 농장에서 직접 짠 걸로 15000원에 구입했다. 다른 감미료나 소스는 필요 없다. 아니.. 맞벌이 출근전쟁이라 세 가지 조합으로 만족한다. 중간에 배고플일 없었지만 입이 심심할 때 땅콩 몇 알을 먹었다.

저포드맵 채소를 바꿔가며 점심, 저녁은 채소찜을 먹을 생각이다. 단백질은 닭가슴살, 달걀, 두부, 차돌박이를 번갈아 활용해볼까 한다. 달걀이 가장 만만하다. 올해 텃밭 농사 작물은 저포드맵 채소로 구성할 예정이다. 그리 싫어했던 가지가 주식이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동안 생야채 마니아여서 상추도 한 박스씩 주문해 먹었는데 컨디션이 정상화될 때까지는 찜 채소를 먹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