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에 집중이 안되어 쓰는 기록
재개발 체험 중이다.
서울 초인접 역세권에 새 아파트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순전히 우리 집 중1, 중3 아이들이 서울에서 대학 자취생활하지 않기를 바라서였다.
서울로 대학 통학을 쉽게 하기 위해 짠 계획이었는데, 애들이 지방대 가면 어떻게 하냐고 남편이 가끔 묻는다.
2019년 가을쯤 퇴근하고 가서 다 쓰러져가는 1층 빌라 11평짜리 1칸을 구입했다. 남편이 구입을 반대했기에, 처음 가보는 지역에 혼자 1시간 30분 동안 운전해서 갔다. 집주인이라는 여배우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와서 도장을 찍고 계약을 했다. 옆모습만 봐도 누구인지 알겠는데 계속 모자를 눌러썼다. 그 빌라를 구입하면 직장 사표를 내겠다던 남편은 승진해서 쭉 잘 다니고 있다.
부동산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난 후 해당 빌라의 정확한 위치를 물었다. 부동산 사장님과 여배우가 동시에 나를 쳐다봤다. 어안이 벙벙해하는 눈치다. 사업시행인가 후 - 관리처분 전의 물건이었고, 네모 반듯한 땅 위에 빽빽이 들어서있는 빌라 중 하나였다. 모든 분석을 마친 뒤에 결정한 거라 거래에 확신이 있었다. 그 시기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매물을 뺏기는 상황이었다.
20대 중반의 직장인이 월세 30에 거주 중이었다. 전 집주인이 10개월 계약으로 새 세입자를 들였고, 1개월분의 월세를 받았으니, 앞으로 9개월간 월세를 받으면 된다고 귀띔해 준다.
정확히 9개월 후 관리처분 인가를 받고-> 세입자가 이사를 나갔고, -> 조합에서는 완전하게 비워진 집을 확인하고 내게 1000만 원을 입금했다. 그냥 재개발의 절차 중 하나라고만 설명했다. ->입주일 때까지 쓰라고 1억을 무이자로 빌려준다고 했다. -> 무이자는 일단 받아놓는 거라고 다들 받았다. 이것도 재개발의 절차 중 하나라고만 설명했다. ->전체 빌라들이 일사불란하게 철거가 되었다.
갑자기 조합장이 교체되고, 새 임원진으로 교체된다. -> 패기 있는 조합장 취임으로 속도를 낸다. -> 네모 반듯한 땅에 옛 유물이 발견되었고, 6개월간 유물 출토작업으로 지연되었다. 백제시대에도 서민들이 밭을 경작하며 살던 비옥한 땅이구나 생각하며 느긋하게 기다렸다. -> 유물 출토를 다 끝내니, 오염토가 발견되어 검사 및 정화작업에 3개월이 소요된다. 오염수치는 어디에나 측정된다고 한다. 관행처럼 오염토를 측정하는 업체의 수익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라고 한다. 알고도 당하고 모르고도 당하는 오염토 측정.
대형 건설 3사가 합작하여 아파트 건설을 시작한다. -> 청약통장을 활용한 일반분양 공고를 내고 분양을 완료한다. -> 웹서핑을 통해 오늘 34층 중 32층까지 건설이 완료되었음을 확인했다. -> 내년 봄에 입주라고 한다.
나중에 안 지식이지만, 무주택상태에서 사업시행 인가 직전의 물건을 구입하고 추후 주택 1채를 임시거주용으로 추가구입해도 대체주택으로 간주되어 두주택 모두 양도소득세가 없다고 한다. 법의 혜택이자 구멍이다. 이 순서를 모르면, 유주택 상태에서 재개발 빌라 구입시 주택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우리 가족은 한 번도 아파트 공사 현장을 구경하지 못했다. 맞벌이로 바빠서다. 우리가 기억하는 건 빨간 벽돌 빌라의 모습뿐이다. 그것도 세입자가 이사 나간 다음에 곧 철거되기 직전의 기억이다. 우리 집인데 하루는 자봐야 되지 않겠냐는 남편의 제안 때문에 하루 방문했다. 빌라에서 이불도 없이 하루 자고 주변을 여행한 게 기억의 전부다. 아주 가끔 몇 층까지 건설 완료되었는지 웹서핑을 할 뿐이다.
2019 - 2026, 11평짜리 빌라 구입부터 34평 새 아파트 입주까지 정확히 7년이 걸렸다. 그 아파트 일반분양가의 1/2이 안 되는 금액으로 구입한 셈이다. 해당 빌라가 재개발되기를 20년 넘게 오매불망 기다린 사람도 있다고 한다. 전주인도 배우생활하며 처음 모은 돈으로 어머니가 빌라에 투자해 놓은 것이라고 했다. 그 사이 보일러도 터지고, 세입자와 트러블도 생기고, 힘들었다며 쓰레기 치우듯 나에게 팔았다.
뒤에 들은 얘기지만, 허락 없이 팔아서 어머니의 불호령이 있었다고 한다. 여배우가 여기저기 커뮤니티에 나에게 사기당한 것 같다고 하소연 글을 써서 알게 되었다. 나는 매물이 나오기를 기다렸고, 그녀가 부동산에 커피마시러 놀러왔다가 갑자기 내게 팔겠다고 해서 금액을 지불하고 구입한 것뿐이다. 그분은 그걸 팔고 과천 지식정보타운의 새 아파트를 구입했으니, 아주 나쁜 결정은 아니다.
가끔 중학생 아들과 딸이 자기 방 구조도를 그린다. 그리고는 가구, 커튼 등 다 본인이 원하는 걸로 채워도 되냐고 묻는다. 애들의 방 배치도 상상대로라면 주식에서 대박이 나야 가능한 일이다. 지금 읍면지역 시골에서 안정적으로 학교 교육을 시키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아이들의 대학 합격증을 받아놓고 이사가게 될 것 같다.
완공시점에는 4개의 전철노선이 크로스로 다닐 예정이며, 근처에 IT 단지 조성으로 젊은 층 직장인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시골에서 아이들 교육을 안정적으로 마치는 6-7년 동안 전세+월세 조합인 반전세를 주려고 한다. 반전세인 이유는 남의 귀한 전세금의 총합을 줄여 반환을 쉽게 하기 위함이다.
책으로만 재개발에 대해 공부해 나가다가, 쓰러져가는 빌라를 하나 구입했고, 책보다 경험으로 지식을 더 많이 얻고 있다. 예전에 '법을 모르는 게 죄구나'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억울해서 잔디밭에 다리 뻗고 앉아 울뻔한 적도 있다. 사회 초년생일 때 전세를 껴서 20평대 역세권 첫 아파트를 구입했다. 세입자에게 내줄 전세금을 저축하며 직장생활을 더 열심히 했다. 그러고 나서 경매로 30평대로 평수를 넓혀 이동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나이가 어려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집 가지고 장난을 치는 그런 기분이었다. 그래서 책보다도 직접 부딪히며 배우는 중이다. 집과 돈 가지고 장난쳤던 할아버지께 귓속말로 말씀드리고 싶다.
"배우지 않으려는 게 죄지, 모르는 게 죄는 아니에요. 상처를 한 바가지로 주셔서 덕분에 빡세게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