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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안 되는 날

by 자급자족

멍하니 꺼진 모니터만 보고 앉아 있다. 집중이 안된다. 피곤하다. 어제 일정에 없었던 회식의 여파인가? 보고서 초안을 전송했는데 답장이 안 온다. 수신확인은 되는데 답변이 안 온다는 건. 1번 바쁘다. 2번 보고서가 엉터리다. 3번.... 개의치 않고 남의 글을 요약하며 바른 글씨체로 정성 들여 연습장을 채워본다. 답답한 마음은 가라앉아지지가 않는다.


이 딸과 아들은 국어, 영어 과외를 갔다가 남편과 서울 백일잔치에 갔다. 친지들께 우리 집 아이들이 예쁘게 컸다고 자랑하고 싶단다. 편은 서울 시댁에서 1박 2일 쉬다 올 예정이.


하루종일 스터디카페에서 꺼진 모니터를 보다가 CGV 영화를 검색한다. 재미없는 것만 상영한다. 영화관에서 잠들겠다. 운동장에서 미친 듯 뛸까? 집에 가서 온 집안 방바닥을 닦을까? 고민했다. 방 닦기가 마음에 든다. 1시간 닦다 보면 방바닥에 구멍이 나더라도 마음은 좀 채워지겠지.


500년 만에 당근 어플을 열어본다. 시간 여유가 있을 때 자원 재활용 차원에서 작아진 아이 옷, 책 등을 요긴하게 팔았었다. 지금은 그럴만한 시간과 정성이 없어 열어 본 지 오래되었다. 신뢰점수 68점으로 나쁘지 않게 기록되어 있다.


라코스테 운동화를 즐겨 신는데 마침 새것 컨디션의 운동화 2켤레가 당근에 일괄 15000원에 올라와 있다. 500년 만에 휘뚜루마뚜루 신을 운동화를 비대면 거래하며 스트레스나 풀어야겠다. 평소 11시 30분에 귀가 루틴이지만, 오늘은 답답해서 안 되겠다.


숙면을 돕는다는 마그네슘 털어 넣고 죽은 듯 자자. 내일 도시락 2개 싸서 새 마음으로 나오는 걸로.



움직이는 사람만이 넘어질 수 있다.

- 로베르토 고이주에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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